- ▲ 서울중앙지법의 이림 부장판사
"판결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판사를 상대로 비난과 저주를 한다면 제대로 법관직을 수행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조선·동아·중앙일보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들에 광고를 중단할 것을 협박한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아 피고인 24명 전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의 이림(여·46) 부장판사가 18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판사도 때론 말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 이후 광고주 협박행위를 주도한 세력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오면서 느낀 마음고생을 토로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믿음까지 회의가 들 정도"라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선고 직전까지 절차 진행이 공정했다면서 양심법관을 지켜내자며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선고 직후 표변해서 자신들의 카페에 '조중동의 앵무새 이림 판사에게 한마디'라는 코너까지 개설하여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저주를 퍼부어댔다"고 밝혔다.
이 코너에는 "권력의 시녀" "조중동의 앵무새" "부패한 정권에 아부하는 법관" "법관의 양심을 버린 판사" 등의 비난과 욕설이 퍼부어졌다. 이 판사는 "그런 행동이 과연 옳은 일인지, 또 그렇게 해야만 시민운동이 제대로 된다고 믿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판결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당한 소비자운동이 왜 위법이냐'라고 하는 주장은 동어 반복의 비난에 불과하다"며 "이 사건 재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과연 정당한 소비자운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지, 수단 방법의 상당성을 판가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판사가 스스로 자신의 판결에 대하여 부끄러운 일은 없었다고 이렇게 외쳐야만 하는 시대에 내가 살고 있구나 하는 깊은 회의를 느낀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