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머니는 늙으셨습니다..
기억력도 많이 안좋아지셨습니다..
"얘야... 그거 좀 사와라.."
"예?"
"그거 있잖니... 배로 만든거.."
"무슨 말씀이세요?"
"그거.. 갉아먹는 배..
"
한참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그것이 "갈아만든 배"라는 걸 알았습니다..
얼마전에는 차고에서 사고도 내셨습니다..
장바구니를 조수석에 놔두시고..
조수석 문은 그대로 놔둔체..
여유있게 후진하다가 문짝 하나가 허공을 가로 질렀답니다.
그걸 보신 아버지께서는 화는 커녕 그냥 웃으십니다..
"너도 늙어봐라.. 아마 양쪽 문을 열고 후진해도 모를꺼다.."
참.. 야속합니다..
늙는다는것..
한때는 참으로 젊은분이셨습니다.
아버지께서 퇴근하시면 저와 동생은
"빤히 들킬 장소"인 장농속에 쪼그리고 숨어서
아버지께서 우리들을 찾을때 까지 기달립니다..
그러면 항상 못찾는척하셨죠.(물론 아시고도 그러는걸 알지만..)
조그만 우리 형제를 양팔로 번쩍 들어서
"우리 곰탱이들 잘지냈냐?"하십니다..
한쪽에는 비닐봉지..
그안에는 새우깡, 구구콘, 칸초가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오늘 갉아먹는(?) 배 1.5리터를 사러 오래된 슈퍼마켓에 가니..
여전히 그때 그시절 꼬부랑 주인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여쭙더군요..
그 가정적인 아버지는 잘계시냐고..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에..
이런 부모님을 생각하니 유학간다고 공부하는
아들 자식이 왠지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
과연 제가 해드릴수 있는게 무엇인지..
맘 같아서는 업어드리고 싶은 생각만 가득합니다.
오래사셔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