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학길에 오른 몇 가지 이유들 중 하나를 꼽자면
한국사회에서 느낀 회의감도 없지 않아 포함되어 있다.
한국 사회의 여러 갈래로 뻗친 하위집단 내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잘못된 악행이나 관습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회 내에서의 편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가슴으로는 NO 라고 외치지만 정작 머리로는 NO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입 밖으로 YES라고 내뱉어버리는 수많은 '사회인들'에 대한 회의랄까?
잘못된 악행이나 관습에 반기를 들고 입 밖으로 NO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겐
융통성 없는 자, 현실감각 떨어지는 자, 혹은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할 줄 모르는 자 라는
거창하디 거창한 타이틀이 자의와는 상관없이 온전히 '타의'에 의해 주어지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관이랄까?
유학을 준비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
ㅡ자유의 나라,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나라ㅡ라는 미명 아래,
이것 또한 미국 정부가 세계인들에게 심어놓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좌절감.
'아차! 피상적인 것에 어리석게도 또 다시 쇠뇌당했구나 나는...' 하는 자기 연민.
불행히도 세상 어디를 가도 내 안에서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유토피아는 익명의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타의적으로 좌절된다는 것.
유토피아가 분명할 거라고 믿었던 이 곳에서 내가 돈지랄을 하는 이유가 좌절당한 무력감.
세상 어딜가도 어쩔 수 없이 '나'라는 주체 아닌 주체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 속해지고,
한 인종에 속해지고ㅡ속하는 것이 아닌ㅡ
그럼으로써 내가 속해지지 않은 집단에 배타적이 되지 않으면ㅡ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아래에서 마저ㅡ
내가 속해진 집단에 의해 또 다시 타의로 인해 축출되어지는 현실이 오늘따라 참 무겁다.
신신애 아줌마가 부른 노래구절처럼 세상은 참 요지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