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이공계쪽은 많으신데 인문계/사회과학쪽은 거의 없으신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아무래도 전공이 그렇다보니 퀀트보단 버벌에 목숨을 걸어야해서...첫 시험이었고 독학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공부를 오래 할 수 없어서 2주 정도 했습니다. 원하는 학교의 일반 점수는 넘었기에 다시 볼 생각은 없습니다.
학부 유학 경험이 있기에 토종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한 번 올려봅니다.
1) 퀀트
그다지 좋은 점수도 아니고 저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공부하신 분들이 있으니 넘어갈게요.
하나 덧붙인다면 생각보다 시간 분배가 어려웠습니다. 통계랑 data interpretation 문제가 많았는데 제가 속도가 워낙 느려서 못 푼 문제도 있을 정도였거든요. 수학에서 손 놓은 지 오래라 지수법칙 같은 것도 가물가물해서.. 저같이 숫자만 보면 어질어질해지는 순수인문계열 분들은 그저 많이 풀고 손과 머리를 익히는 주입식이 최고입니다 ㅎㅎ
다행히 인문계라 157 정도면 평균은 되니 더 욕심은 안 내려구요.
2) 버벌
공부 시작 전에 ETS 사이트에서 무료로 해볼 수 있는 practice test 1을 해봤을 때 대략 150 중반 정도였습니다. 시험 직전 practice test 2를 해보니 167이 나왔구요. 최종점수가 165이니 난이도가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모아서 외우기>
해커스 강사님들도 이미 이런 방법을 하시는 걸로 압니다.
2-1. 동의어/비슷한 단어끼리 모아서 외우기
"혼내다 혹은 벌을 주다"라는 포괄적 의미에 들어가는 단어만 해도 20가지는 넘어요. scold, reprimand, chastise, rebuke, censure, chide 등등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그러네요. 사실 따지고 보면 하나하나 뉘앙스도 조금씩 다르고 쓰이는 상황도 다르긴 하지만 SE나 TC 부분에서는 적당한 의미만 알아도 거의 대부분 풀 수 있어요.
2-2. phrase 함께 외우기
turpitude만 외우면 나중에 머릿속에도 단어 하나만 동동 떠다녀서 뜻이 다시 생각 안나요. moral turpitude of the youth 라고 함께 외우면 좀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구글 Google Dictionary에 단어를 치면 나오는 예문을 활용해보세요.
2-3. 어원 혹은 어감 기억해두기
세상 모든 단어를 다 기억할 수 없으니 쓰는 방법인데요, 정말 보기에 나와있는 단어를 하.나.도. 모르겠다 할 땐 시도해볼 만 합니다. 앞서 말한 단어 암기를 하다보면 대~략 말소리가 비슷한 단어들이 있어요. 그 감으로 때려맞추는 겁니다 ㅋ
예를 들어 contrast 는 "반대로"라는 뜻이죠? 비슷하게 contrary, controversy, contraceptive 등등. contra-는 반대의, ~대항해서의 의미입니다. 그럼 보기에 contraflow가 나오면 대략적인 의미가 감이 오시죠?
보기만 해도 비슷한 유형의 단어도 많아요.
jolly, jocund, jovial, jaunty... 전부 행복하고 기쁜 뜻입니다. 그럼 어떻게 써먹느냐... 제가 본 시험에서 보기 전부 모르겠는 문제가 있었는데 한국어로 풀어보면 답의 뜻은 약간 맹하고, 순진하고, 그래서 지겨운 .. 그런 뜻이겠더라구요. 보기 중에 jejune이 있었어요. j 소리가 있는 단어들은 뭔가 행복하고 천진난만하고.. 그러면 대략 뜻이 맞지 않나? 해서 찍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답이었구요.
어원은 아니지만 소리나 냄새를 나타내는 말들은 말 자체에서 비슷한 어감이 있어요. "조잘거리다, 말이 많다, 시끄럽다, 부산스럽다" 등등 티키타카로 말을 주고받는 그런 느낌의 말들이 있는데요,natter, chatter, prattle, babble, gabble, jabber.. 어떤 느낌이신지 아시겠나요?
이런 감은 영어 공부를 오래해야 쌓이기도 하지만, 동의어끼리 쭉 모아놓고 외우다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감도 생깁니다. 그러니 어휘를 일렬로 세워놓고 외우는 대신 꼭 그룹으로, 묶어서 외우시기 바랍니다.
<지문 읽기 요령>
GRE 읽기는 내용을 무시하고 읽으셔야합니다.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글에 명시되어있지 않은 것을 지레짐작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저는 역사 쪽이다보니 관련된 지문이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글엔 나와 있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들을 넘겨 짚게 되거든요. 반대로 생물 같이 전혀 모르는 분야가 나오면 머릿속에서 프로세싱이 안되서 뒤죽박죽이 되구요.
GRE 지문 중 중간~긴 길이의 지문 대부분이 비슷한 구조를 가집니다.
주장, 근거, 일반적인 관념과 명제, 그에 대한 반론 혹은 동의, 근거, 함축된 명제를 가진 마무리
그리고 GRE 문제의 유형은 대략 글쓴이의 의도, 목적,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어떤 걸 제시하거나 반론했느냐를 묻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글에 명시된 것만 보도록 훈련해야하고 각 문장/덩어리가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 지를 생각해야합니다.
지문에서 the literary inspiration for the Harlem Renaissance muralists가 뭔지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 부분이 글 속 다른 부분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 주장인지, 그 근거인지, 반론인지, 반론의 근거인지 -- 글 속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용보다도 <구조>를 살피는 것이 중요했어요. 글을 읽으면서 최대한 간단하게 일종의 차트를 그리세요. 최대한 단순한 단어로, 아주아주 바보같을 정도로 간단하게 쓰세요.
예시)
글쓴이 - 최근 학자 A가 브라우니보다는 마카롱이 더 맛있다고 주장.
-> 공정 과정을 근거로 댐.
반론 정리: 학계정설- 어쨌든 쵸코가 들어가야 맛있다고 함.
글쓴이 response -> 쵸코는 사실 쓴 맛이고 결국은 설탕 맛이다.
-> 과학적 근거 제시: 브라우니에 들어가는 설탕양 비교
마무리: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엄청난 양의 마카롱을 사고 있다.
이렇게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놓으면 문제의 반은 푼 겁니다.
글쓴이의 의도가 뭐냐? 마카롱이 맛있다는 새 학설의 대두.
글쓴이가 브라우니에 들어가는 설탕양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학계 정설에 의문을 제기하려고.
글쓴이가 마카롱의 가격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내포된 명제는? 맛이 좋기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도 먹는 거다.
<라이팅 스타일>
욕심은 5.0이었는데 시간분배 실패로 이슈 부분을 못 끝낸 것이 패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께서 라이팅에 대한 팁들 역시 많이 주시기도 했고 저도 평균 조금 넘는 점수에 그쳤기에 자세한 팁은 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준비는 제가 직접 쓰는 것보다 팁들을 보면서 감을 잡고 예시로 나온 잘 쓴 에세이를 읽어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느낀 것은 GRE는 기본적으로 미국 시험입니다.
미국 학교들에서 쓰는 라이팅 스타일은 한국이랑 달라요. 한국은 서론이 좀 길고 글에서도 공손하게 돌려쓰거나 일반화로 배경지식을 많이 덧붙이면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정당화를 부여하는 스타일인데, 미국은 전공서적 원서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좀더 직설적이고 단정적인 문체와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내용 자체가 가지는 정당성을 보충하려는 스타일입니다. 한 쪽이 틀리다는 게 아니라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비유를 해보자면, 한국인들이 자기소개할 때 흔히 국적, 가족, 학교부터 시작하는 데에 비해 서양인들이 자기 직업, 취향부터 시작한다고 하죠? 미국식 글쓰기도 밖->안 보다는 안->밖으로 쓰여진다고 보면 되요.
다른 분들의 라이팅 팁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 문단에서 명제를 먼저 구체적으로 쓰고, 그 예시를 구체적으로 들고, 그리고나서야 종합적으로 이 튼튼해진 명제가 어떻게 큰 주제/주장에 연결되고 힘을 가지는가의 순서로 쓰게 됩니다. 보통 GRE 라이팅 팁들을 보면 과학적 근거를 꼭 넣어야한다고도 하는데 그 근간에는 일반화보단 구체화된 내용을 넣는 것을 좋아하는 미국식 글쓰기에 있다고 봅니다. 꼭 "과학" 사실을 넣어야한다기 보다는 구체적인 예시를 넣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체도 굳이 I think, in my opinion, it seems/appears, it tends to와 같이 소심(?)한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럴 바에야 Argue 토픽에 나온 예시문의 영혼이 탈탈 털릴 때까지 신랄한 비난을 쓰는 게 나아요.
여하간 다시 볼 일 없었으면 하는 GRE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