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고득점이신 분들이 많아서 공개하기 다소 부끄러운 점수이지만, GRE 준비하면서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 공부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터라 저처럼 짧은 시간 안에 독학으로 준비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적어봅니다.
가벼운 후기 정도로 봐주세요!
[들어가기 전]
- V: 153, Q: 160, A/W: 3.5
- 준비 기간: 약 90일 (2024년 9월~12월, 10월 한 달은 개인 사정으로 공부 중단)
- 하루 공부 시간: 약 2-3시간 (토플 준비, 이력서 및 에세이 작성과 병행)
저는 다른 지원자들보다 비교적 늦게 MBA 준비를 시작했던 터라, 4개월 안에 GRE/GMAT, TOEFL, 이력서, 추천서, 에세이를 모두 완성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MBA 지망생들은 보통 GMAT을 보지만, 요즘은 GRE 점수를 내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 학교에서도 preference가 딱히 없다고 해서, GMAT과 GRE 두 시험의 문제 유형을 살펴보고 저에게 좀 더 익숙한 GRE를 응시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드미션에 딱히 플러스가 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점수 만들기'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물론 어느 학교나 GRE 점수는 고고익선이긴 하지만, 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해서 빠른 시간 안에 모든 section에서 acceptable한 점수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점수대에서 GRE 점수를 더 올리는 데 시간을 투자하기보단 에세이 작성에 좀 더 공을 들였던 게 어드미션을 받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GRE 학원을 알아보기라도 했을거 같은데, 사정상 미국에 있으면서 mba 지원 준비를 해야했어서 학원도 못다니고 독학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Quant]
저는 뼛속까지 문과생이었던 30대 초반 직장인으로서, 부끄럽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수학과 담을 쌓고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기본적인 개념까지 다 까먹었을까 봐 무척 걱정이 되었어요.
일단 전체적으로 옛 기억을 되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GRE Math Review PDF 파일을 다운받아 빠르게 기본 개념들을 훑어 내려갔어요. 예제를 풀면서 내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헷갈리는 파트가 있으면 표시해뒀다가 kmf에서 해당 유형의 연습문제를 중점적으로 풀었어요. Math Review 한 바퀴 돌리면서 제가 취약한 파트가 어딘지 빠르게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어떤 시험이든 자주 출제되는 파트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차트 문제랑 비율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푸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Verbal]
애증의 버벌... 저는 한국식(?) 영어시험에는 어느 정도 익숙했고, 영어 실력에 나름 자신감을 갖고 살아왔던 사람인데 GRE 버벌은 그런 저의 자존감을 박살내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GRE는 '영어시험'이 아니라, '영어로 된 시험'이더라고요. 특히 버벌은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처럼 느껴졌습니다. 직업상 평소에 영어로 된 텍스트를 많이 읽긴 했지만,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준의 독해에 그쳤고, 추론이나 논증과 같은 비판적 사고에는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장 많이 틀렸던 문제 유형도 logic 문제였어요.
kmf 모의 문제 중에서 logic 문제만 집중적으로 풀며 오답 풀이를 했고, 어떤 논리적 오류가 오답을 선택하게 만들었는지 분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답률이 조금씩 개선되긴 했어요.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빈칸 채우기 문제 비율이 높은데 방대한 GRE 어휘를 외우기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었어요. 조금만 더 여유 있게 준비했다면 5점 정도는 더 높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1일차엔 진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졌는데, 시험 직전엔 외웠던 단어도 점점 더 많이 보이고, 확실히 정답률이 느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원래 Quizlet에 올라와 있는 거만어 세트리스트를 활용해서 1일차부터 차근차근 외우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걸 깨닫고 인터넷에 떠도는 GRE 빈출 어휘 엑셀 파일을 다운받아 최다 빈출 단어 중심으로 외웠어요. 엑셀에 유의어랑 반의어, 예문을 정리하면서 외우니까 잘 외워지는 느낌이더라고요.
[A/W]
라이팅은 먼저 ETS에서 제공하는 sample essays and commentaries 파일을 참고해서 GRE에서 요구하는 모범적인 에세이 구조가 무엇인지 감을 잡았어요. 문단 구성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감이 생긴 후엔, 소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문단별로 자주 쓰이는 표현들을 정리하고 암기했어요.
그다음엔 topic pool에 있는 토픽 중 랜덤으로 하나를 골라 full essay를 써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서론-본론-결론이 있는 academic writing을 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하나의 완결된 글을 끝까지 써보는 연습이 필요했어요.
처음엔 시간 안 재고 full essay 쓰기 → 그다음엔 제한 시간 내 쓰기 연습을 하면서 점점 소요 시간을 줄여가려고 했어요. 해보니까 시간 안에 3.5~4점대 분량을 쓰려면, 5분 안에 브레인스토밍을 끝내고 나머지 시간엔 끊임없이 풀스피드로 써내려가야 하더라고요.
근데 아무리 해도 5분 안에 브레인스토밍이 안 되는 겁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이건 영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주제에 대해 나만의 논리를 세우고 설득력 있는 근거나 예시를 드는 연습이 부족했던 거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턴 5분 안에 라이팅 토픽에 대해 logic tree를 짜는 연습을 했고, 결과적으로 이 연습이 짧은 시간 안에 라이팅 퀄리티를 높이는 데 가장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챗지피티 활용법]
많은 분들이 이미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계시겠지만, 저는 아래 방식이 가장 유용했어요.
Verbal – GPT한테 엑셀 어휘 리스트를 주고 퀴즈 내달라고 해서, 잘 외웠는지 스스로 점검했어요. 리딩 문제 해설도 요청해봤는데, 오답을 정답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문제 해설용으로는 활용하지 않았어요.
A.W – GPT한테 첨삭을 부탁했더니, 처음엔 완전히 다른 글을 써주더라고요. 그래서 “grammatical error, word choice, logical weakness” 이 세 가지만 피드백해달라고 요청하니까 훨씬 참고할 만한 답변을 주었어요.
[맺음말]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었겠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나름 효율적으로 준비했고, 투입 대비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하던 두 곳의 학교에서 어드미션을 받은걸 고려하면요! (어드미션 결과는 어드미션 포스팅 게시판에 따로 올려두었습니다)
저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GRE를 준비해야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