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인들한테 편지 쓰는 걸 좋아해요.
좀 오글거리고 간질간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편지 받는 사람들 중에 싫어하는 사람들은 못 본 거 같아요.
문자 메시지나 SNS, 이메일이 이렇게 발달한 21세기에 무슨 편지냐 할 수 있기는 한데,
편지는 뭔가 그 아날로그한 매력이 있고, 상대방의 메시지가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는 물체화가 된 것이기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러브레터를 이메일로 받아서, 그걸 중요편지함 기능을 이용해 표시해 놓은거랑, 애인에게 여태 받은 러브레터들을 신발 상자에 보관해놓는 것 둘 중 뭐가 더 낭만이 있을까요.
또한, 편지는 디지털 활자와 인쇄술이 발달한 요즘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굳이 펜과 종이를 이용해 노력과 시간을 더 투자했다는 것에서 받는 사람은 의미를 더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상하게 편지로 쓰면 말로는 절대 끄집어내지 못 할 오글거리는 말이 가능하더라구요? 철저하게 경상도 집안에서 자란 저는 부모님께 말로는 사랑하다는 말을 잘 못해요. 그래도 펜을 잡으면 갑자기 조선 최고 효자 빙의해서 사랑과 존경의 말을 쓸 수 있게 된답니다.
주변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많이 하고 싶지만,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경우가 아직도 존재하기에 편지라는 의사소통 수단은 아직 유효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편지는 활자 매체 중에서도 글이 중심적인 수단이라, 작문에 대한 부담감이 아무래도 커요.
이런 경우에 눈이 즐거운 삽화가 있어 작문의 부담감이 조금 덜한 엽서를 자주 사용합니다.
1. 영국의 엽서
영국의 경우 이런 엽서를 정말 일상적으로 많이 볼 수 있더라구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수요가 있으니 이렇게 자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국 엽서의 역사는 18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등장한 엽서는 아주 저렴하고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거듭납니다.
이렇게 등장한 엽서는 세계 1차 대전을 거치면서 대중들에게 더더욱 널리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엽서는 영국 문화에서 뗄리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등장한 첫 엽서는 지금과는 달리 사진이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글을 적을 수 있는 부분이 엄격하게 지정되어 있었고, 그 영역을 벗어나서 글을 작성할 수는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1871년에만 영국에서 약 7,500만 장의 엽서가 발송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지금처럼 예쁘고 개성 있는 삽화가 들어간 엽서가 영국 우체국에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1894년부터였습니다.
이러한 엽서들은 사기업들에서 만들기 시작했고, 당시에는 주소를 적는 면은 주소만 적을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말인즉슨, 한 면에 주소를 적고, 다른 한 면은 그림이 없는 공간에 글을 적어야 했던 것입니다. 190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주소와 글을 같은 면에 적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디지털 의사소통 수단의 발달로 영국에서조차 엽서의 사용 빈도는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영국 내에서 엽서의 발송 건수는 2천만회에서 5백만 회로 감소했고, 영국 인구 중 약 2%만이 엽서를 사용한다고 알려졌습니다.
SNS의 발달과 셀카 문화의 발달로 엽서가 가지고 있는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에 기인한 변화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엽서를 좋아하는 매니아층들이 존재하고, 이런 이들은 희귀한 엽서들을 수집하는 등 여전히 엽서에 대한 애정을 표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엽서의 기능적인 측면은 기술의 발달로 대체될 수 있겠지만, 엽서가 가지고 있는 그 낭만의 역할은 대체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2. 영국에서 엽서 구매하기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국에서는 엽서를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가판대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엽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제가 직접 구매해 본 경험을 토대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반 마트 - 테스코, 세인즈베리 등
테스코와 세인즈베리와 같은 마트들은 영국에서 생활하시면 모르기 힘든 유명 체인 마트들입니다.
이러한 대형 마트들이 우리나라 이마트24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처럼 더 작은 규모의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점들에서 자주 간단하게 장을 보거나 한답니다.
이런 상점들에서도 엽서는 쉽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Scribbler
Scribbler는 영국의 엽서 및 기타 카드 전문 상점으로 수 백가지 디자인의 재미 있는 디자인의 엽서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점포도 많고, 업체 특성상 지하철 역 근처에 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이 애매하게 붕 떴을 때 자주 들르는데, 재미 있는 디자인의 엽서들이 많습니다.
영국식 조크가 담긴 카드들도 많고, 무지막지하게 귀여운 삽화들도 많아서, 엽서를 구매하기 위해서라도 누군가에게 엽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들이 많습니다.
가격은 대체로 엽서 별로 £2~£3 정도 하기에 그렇게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량 구매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좋은 선택지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특별한 디자인도 많고, 상대방이 좋아할만한 농담이나 일러스트가 있는 엽서를 발견한다면 지불 금액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디자인이 있기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할 확률도 높습니다.
Postmark
Postmark 역시 Scribbler와 마찬가지로 엽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입니다.
체감상 Scribbler 보다는 지점이 적은 것 같은데, 우연히 Waterloo역 점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카드를 발견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가격은 Scribbler와 비슷하게 엽서 당 £2~£3 정도하므로 많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불 의사가 꺾일 정도의 금액은 아닙니다.
Waterstones
Waterstones는 영국의 서점 체인입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보다 그냥 책에 둘러 쌓여 있는 것이 기분이 좋아 서점 및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예전에 대량으로 편지를 써야 할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좋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다 보내버려서 남은 것은 없는데, 이 곳에서는 팝업 카드 및 고퀄리티의 엽서들을 10개 정도 묶음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10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퀄리티도 정말 좋았어요. 사진이 안 남아 있는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너무 급하게 사서 급하게 적고 급하게 다 배포했거든요 ㅋㅋ
대량 구매 예정이면 여기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