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ry den (안녕하세요) !
체코 프라하에 있는 지구촌특파원 8기 이서입니다.
여러분은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디를 고르시겠어요? 저는 네덜란드를 고를 것 같아요! 늘 마음속에 꿈꿔왔던 이상적인 도시가 있기 마련이죠. 집보다 편안함을 느끼는 곳도 있을 거고요.
지난주 로마에서 밀라노까지의 이탈리아 여행을 끝내고 이번주에는 네덜란드에 와닿게 되었어요. 자전거를 대여해 맑은 하늘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네덜란드 거리를 달리기도 했죠.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수도 암스테르담과 해안 도시 헤이그, 함께 보실까요?
1. 네덜란드
'낮은 땅'이라는 뜻의 네덜란드는 벨기에의 북쪽이자 독일의 서쪽에 맞닿아 있어요. 국왕과 공주 등이 존재하는 입헌군주제 국가이기도 하죠.
네덜란드의 공용어는 네덜란드어지만 주요 외국어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의 언어에도 능통해요. 마트나 은행 등에서도 영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체코와는 달리 네덜란드는 남녀노소 영어를 잘 하더라고요. 네덜란드가 언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이에요. 네덜란드는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 교육을 혹독하게 시켜서 어린 아이들도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어요.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는 영어능력으로 스웨덴과 1, 2위를 다툴 만큼이라고 하죠.
그래서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는 '네덜란드어를 못하는데 어쩌지?',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은 안 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가 여행했을 때는 중년의 기차역 직원분도 명확한 발음으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셨고,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십대 남자아이와의 영어 소통도 전혀 무리가 없었거든요.
2. 자전거 대여
네덜란드는 교통비가 어마어마하게 비싸기로 유명해요. 스키폴 공항에서 암스테르담 시내에 가는 버스 티켓을 살 때, 30분의 거리였는데도 불구하고 왕복 12유로나 했거든요. 보통 시내에서 버스나 트램을 탈 때에도 1회 4유로의 가격으로, 한화로 5,000원이 넘어요.
교통비는 관광객에게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아요. 현지인들도 교통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나봐요. 대신 네덜란드인들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덕분에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면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에서 안전하게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자전거 대여소도 많이 있는 편이고요.
저는 공유 자전거 플랫폼인 Donkey Republic을 이용했어요. 대여비는 30분에 2.2유로의 가격이에요. 앱스토어에서 Donkey Republic을 검색해 어플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한 뒤에 근처에 있는 자전거를 선택해 Lock을 풀고 이용하면 돼요. 어플 사용법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여러분도 네덜란드 여행을 하실 때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도로 위를 달려보면 어떨까요?
3. 북쪽의 베니스, 암스테르담(Amsterdam)
여러분, 강이나 바닷물을 가두어 두는 '댐'이 영어라는 거 혹시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에서는 물을 '대다'의 명사형인 '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댐(Dam)이 영어라는 말을 들으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갑자기 댐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지명이 댐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암스테르담은 12세기에 암스텔 강(Amstel River)의 하구에 둑을 쌓아 만들어진 도시예요. 그러니까 암스테르담은 '암스텔 강의 댐'이라는 뜻이었던 거죠.
암스테르담의 별명은 북쪽의 베니스예요. 작고 촘촘한 운하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를 알고 계시죠? 암스테르담 또한 네덜란드의 도시 계획으로 인공적으로 트인 물인 운하가 여기저기 위치해 있어요. 덕분에 암스테르담 거리를 걷다 보면 도심에 흐르는 아름다운 운하와 그 주변으로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죠.
1) 국립미술관(Rijksmuseum)
그럼 이제는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때 갈만 한 곳들을 보여 드릴게요. 첫번째는 국립미술관이에요. 국립미술관은 앞쪽으로 탁 트인 커다란 공원 앞에 위치해 있어요. 돗자리 위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연인과 농구 게임을 즐기는 주민들, 음악을 틀고 핫도그와 음료를 즐기는 무리도 볼 수 있죠.
국립미술관에 있는 유명한 작품은 반 고흐의 '자화상'이나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등이 있어요. 그 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0층에서 2층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찬찬히 둘러보려면 3시간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티켓은 현장 예매와 온라인 예매가 있어요. 저는 예약 없이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했는데 자리는 널널했어요. 참고로 국립미술관은 학생 할인이 없다고 해서 18유로에 구매했어요.
2) 하이네켄 박물관(Heineken Experience)
네덜란드 맥주 하면 생각나는 게 있으신가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하이네켄이 바로 네덜란드의 맥주예요. 하이네켄은 암스테르담에서 하이네켄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투어 형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온라인 예약을 꼭 하고 오시는 게 좋아요. 티켓을 예매할 때 방문 시간을 선택하실 수 있고, 투어 중에 시음 기회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 늦은 타임으로 예매하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여기서는 하이네켄의 역사와 제조 방법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투어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진행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루한 설명으로만 이루어진 투어가 아니라 플스나 포토부스처럼 여러 체험 기회가 많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더라고요.
투어를 시작할 때 토큰이 두 개 달린 녹색 팔찌를 주는데 이 토큰으로는 투어가 끝나고 하이네켄의 생맥주와 바꿀 수 있어요. 참고로 기념품점으로 나가면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출구로 나가야만 해요. 저는 맥주 한 잔만 마시고 기념품점을 구경할 겸 들어갔다가 꼼짝없이 나와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아직도 토큰 하나는 제 팔찌 위에 잘 붙어 있답니다.
4. 헤이그(The Hague)
네덜란드어로는 덴 하흐(Den Haag)라고도 하고, 덴하그라고도 많이 알고 있는 헤이그는 네덜란드의 정부 소재지예요. 수도는 암스테르담이지만 대부분의 정부 부처 기관들은 헤이그에 위치해 있어요. 그래서 행정의 중심지 역할은 사실상 헤이그가 수행하고 있는 편이죠.
헤이그는 8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는 그 중 긴 해변으로 유명한 스헤베닝언에 숙소를 잡고 돌아다녔어요. 바다 가까이에 있는 숙소에 가고 싶었거든요. 여기서 Donkey Republic으로 자전거를 대여해 30분을 내달려 마우리츠하위스나 비넨호프가 있는 헤이그 시내 쪽으로 갈 수 있어요.
1)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외부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내부도 참 예쁘게 꾸며져 있는 미술관, 마우리츠하위스예요.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도 하는 그 유명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있는 미술관이죠. 이 작품 또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인데, 실제 모델 없이 작가가 상상만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해요. 모델을 보고 그린 것도 아닌데 빛 표현이 너무나도 실제처럼 정교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죠. 사진으로 보는 대신 실제로 본 그림은 그 질감과 아름다움에 한동안 넋을 놓고 보게 되더라고요.
그 외에도 많은 작가들의 그림들이 있고, 과거의 명화에서 영감을 얻어 6명의 사진작가와 함께한 특별전 Flash & Back도 진행되고 있으니 두 시간 정도 들여서 찬찬히 구경해 보세요.
마우리츠하위스는 학생 할인을 받아 12.5유로로 입장했어요. ISIC카드 뿐만 아니라 한국 학생증으로도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2) 스헤베닝언 해변(Scheveningen Beach)
스헤베닝언의 해변은 아주 길어요. 바다 근처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이곳에서 바베큐를 즐길 수도 있죠. 밤이 되면 음악을 틀고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춤을 출 수 있는 작은 클럽 같은 곳도 많고요.
번지점프와 대관람차를 즐길 수 있는 부두, De Pier도 있어요. 번지점프는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아마 겁쟁이인 저는 평생 도전해볼 일이 없겠지만... 해보시는 분들은 아주 즐거워 보이시더라고요. 가격은 100유로로, 한화 13만 원 정도라는데 한국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가격도 비슷한가요?
De Pier 내에는 식사 메뉴나 간식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어요. 물놀이를 하다 배고파지면 이곳에서 바다 경치를 보며 칵테일 한 잔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립과 핫도그를 먹었는데 립 소스가 정말정말 맛있었어요. 네덜란드에 왔으니 네덜란드 맥주 하이네켄을 즐기는 것도 좋았고요.
스헤베닝언 해변은 낮도 저녁도 무척이나 예뻐요. 건물들도 개성 있게 아름다웠고, 이런저런 귀엽고 재미있는 조각품도 많았어요. 바다를 좋아하신다면 다음 여름에는 네덜란드의 헤이그로 떠나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정말 후회 없는 여행일 거라고 장담해요!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여행한 네덜란드의 도시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다들 재미있으셨나요?
그럼 다음 칼럼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