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ry den (안녕하세요) !
체코 프라하에 있는 지구촌특파원 8기 이서입니다.
여러분, 체코 하면 어떤 인물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문학을 좋아해서 처음 체코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 여러 체코 소설 작가들이 떠올랐었어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보후밀 흐라발 같은 유명 작가들이요.
체코 프라하에는 프란츠 카프카가 자주 들렀던 카페가 있다고 해요. 이 카페는 카프카뿐만 아니라 당시 카렐대학교 교수였던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로봇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희곡 R.U.R.를 쓴 극작가 카렐 차페크 같은 여러 유명인의 단골 카페이기도 했죠.
오늘은 체코 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소개해드리고, 카프카와 아인슈타인, 카렐 차페크의 단골 카페였던 카페 루브르(Cafe Louvre)를 보여 드릴게요!
1.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프란츠 카프카를 다들 알고 계신가요? 그레고리 잠자라는 남자가 하루아침에 커다란 벌레로 변해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되어가는 과정이 담긴 <변신>이라는 중편소설로 유명하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카프카의 인생과 문학관에서 소재를 따서 쓴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로 프란츠 카프카 상을 받았고, 프라하의 남녀가 등장하는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도 카프카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기도 해요. 그만큼 유명한데다 다른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준 소설가이기도 한 거죠.
카프카는 1883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이었던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였던 헤르만 카프카는 부유한 상인이었는데 어릴 적부터 병약하고 감성적이었던 카프카를 이해하지 못하고 늘 못마땅하게 여겼죠. 카프카의 두 형제가 일찍 죽고 남은 아들인 그에게 건 기대가 크기 때문이었는지 걸핏하면 카프카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일삼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카프카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조금 어렵고 무섭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에 대한 그런 감정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종종 드러나기도 해요. 그의 대표작 <변신>에서도 그레고리 잠자의 궁극적인 죽음의 원인이 바로 아버지가 던진 사과 때문에 난 상처 때문이거든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주인공인 카프카가 가출을 하는 궁극적 원인이 아버지라는 존재 때문이기도 하죠. 카프카의 인생을 고려해서 카프카의 작품과 그에게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들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거라고 확신해요.
프라하의 카렐 대학교에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학을 전공한 그는 노동 보험 공단에서 일하면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갔어요. 장편 소설로는 <소송>, <성>, <아메리카> 등의 작품을 썼고, <변신>을 비롯한 다수의 중편소설 및 단편소설을 집필하기도 했죠.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하에 묻힌 만큼 프라하에서는 그의 흔적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어요. 프라하에 보존된 생가, 카프카 박물관, 카렐 대학교 등등에서요.
2. 카프카와 아인슈타인의 단골 카페, 카페 루브르(Cafe Louvre)
카페 루브르(Cafe Louvre)는 1902년에 문을 열고, 100년이 넘게 영업중인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예요. 카페 루브르는 노란색의 지하철 B호선 Narodni trida 역 근처에 위치해 있어요. 큰 도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아요. TESCO 건물이 있는 사거리에 있어요.
카페 문이 열고 얼마 되지 않아 프란츠 브르통(Franz Breton)의 가르침을 공언하는 독일 철학계가 이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죠. 또한 화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베르타 판토바 부인의 살롱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같은 유명 인사가 정기적으로 참석했고요. 독일 작가인 오토 픽(Otto Pick)과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츠 베르펠(Franz Werfel) 또한 이곳에 자주 방문했습니다. 한마디로 과거 유명 인사들이 자주 모여 만남을 갖던 대형 카페였던 거죠.
카페 내부는 100년이 넘은 카페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깔끔한 모습이에요. 그러면서도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잃지 않고 있죠. 분홍색과 크림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벽면과 나무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아름다운 전등까지. 그리고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인물들의 사진이 액자 속 흑백 사진으로 벽마다 걸려 있어요. 이 카페에 앉아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여유롭고 차분해져서 좋아해요.
커다란 카페지만 그만큼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도 많이 피곤해 보이지 않고 친절해요. 주문할 때는 직원들이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메모지에 연필로 메뉴를 적어 가요. 다른 카페나 식당에서는 작은 기기로 메뉴를 선택하는데 여기는 이런 아날로그 감성도 카페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카페에 두 번 정도 방문했었어요. 이곳은 정통 비엔나 스타일의 음식이나 음료로 유명하대요. 처음에는 오스트리아 빈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에도 빈에서 유명한 디저트인 자허토르테를 팔고 있길래 자허토르테와 비엔나 커피를 주문해서 먹었어요. 자허토르테는 저번 빈 여행 칼럼에서 소개해드렸듯이, 살구잼이 첨가된 초콜릿 케이크로 휘핑 크림과 곁들여서 먹어요. 이곳에서도 달지 않아 맛있었어요. 다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빈까지 가지 않고 빈 스타일 음료나 디저트를 즐기고 싶으면 이곳에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두 번째 방문 때에는 배가 고파서 식사를 시켰어요. 카페 루브르에는 다양한 커피와 디저트뿐만 아니라 식사 메뉴도 제공하거든요. 저는 오스트리아식 감자 샐러드를 곁들인 칠면조 슈니첼을 먹었어요. 체코에서는 보통 돼지고기로 만든 얇은 돈까스같은 슈니첼을 많이 먹는데, 칠면조로 만든 슈니첼은 크기가 작고 맛이 특이했어요. 감자 샐러드는 약간 새콤한 맛이었는데 바삭하고 담백한 칠면조 슈니첼과 잘 어울렸어요. 맛있었지만 저는 입이 짧아서 그런지 다 먹지 못하고 조금 남겼어요.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라떼를 주문했어요. 이곳에서 유명한 커피 메뉴는 카페 루브르의 로고가 올라간 루브르 라떼인데 저는 굳이 그 메뉴를 시키지는 않고 일반 라떼를 시켰어요. 혹시 루브르 라떼가 궁금하신 분들은 그냥 라떼를 주문하시면 안 되고 '루브르 라떼'를 달라고 하셔야 해요! 둘이 다른 메뉴거든요.
커피를 시키면 이렇게 설탕 두 봉지와 티스푼, 물 한 컵이 같이 나와요. 원래 유럽에서는 물을 무료로 주지 않고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여기는 조그맣게 물을 줘서 입가심하기 좋았어요.
그리고 오후 4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 방문하시면 이렇게 애프터눈티 세트를 주문하실 수도 있어요. 주로 두 명이 방문하는 경우에 많이 주문하더라고요.
저는 평일과 주말 낮에 방문했었는데 여행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손님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더 여유롭게 카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프라하를 여행하다가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이곳에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드릴게요! 분위기가 정말 좋은 카페거든요.
카프카와 아인슈타인의 단골 카페, 카페 루브르를 소개해드린 오늘 칼럼, 재미있게 보셨나요?
그럼 다음 칼럼으로 또 찾아뵐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