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구촌 특파원 8기 고슴도이치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독일 대학생들의 문화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하는데요~
교환학생으로 가면 흔히 품는 '파티'의 로망, 다양한 체육 및 여가활동들 그리고
마음을 다해 즐기긴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대학 수업의 평가 방법까지
다채로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한국이 그렇듯, 대학별로/도시별로 문화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리며
저는 제가 파견된 '튀빙엔 대학교', 그리고 이 대학이 소재한 '튀빙엔'이란 도시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만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것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
[ About 공부 ]
1. 시험기간
독일에는 크게 두 가지 수업 방식이 있다: Vorelesung과 Seminar.
Vorlesung은 교수님의 강의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한마디로 학생들이 말을 하는 경우는 질문이 있을 때 뿐,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반면 Seminar의 경우 학생들의 활발한 토의 및 토론,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된 수업이다. 물론 교수님이 수업의 핵심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강의가 진행되긴 하지만 교수님과 학생들이 매 수업 말을 하는 비율이 거의 50 대 50이다.
수업 방식을 반영하듯, Vorlesung을 들으면 학기 중간이나 학기말에 시험을 보고 그 점수에 따라 최종 등급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Seminar를 들으면 팀 프로젝트 발표나 과제(소논문 작성 등 큼직한 과제에서부터 논문 읽고 요약문 쓰기 등 자잘한 과제까지 다양하다)가 시험을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같은 Vorlesung이라고 해도 시험 기간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기의 가장 마지막 주에 시험을 보는 강의도 있고, 3주 전, 혹은 중반에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다. 시험에 출제하는 내용도 아주 다양하다. 출석을 장려하기 위해 Guest Lecturer가 오셔서 강연하신 내용을 문제로 내는 경우도 있고, 본 강의가 아닌 Tutorium(튜토리엄; 코딩 등 실습이 필요한 내용이 있을 시 조교님께서 교수님이 하신 수업 내용엔 나오지 않은 부분을 설명해주시고, 실습을 도와주시는 추가 수업 형태의 강의)에서 다룬 내용을 시험에 출제하기도 한다. Seminar도 그 시기와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학기 초에 이미 발표를 끝마치고 남은 학기엔 다른 학생들의 발표만 듣게 되는 경우도 있고, 학기 중반엔 발표를 하고 학기 말엔 소논문을 내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매주 작문 과제를 제출하고 주별 점수가 합산되어 최종 점수로 환산된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시험 시기와 과제 기간, 수업 방식이 있기 때문에 독일에는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공부에만 몰두하는 시험 기간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교환학생의 입장이기 때문에 정규 대학생들과 상황이 다른 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 독일인 친구들이나 이 학교의 정규 유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바쁜 시기가 굉장히 제각각임을 봤을 때 한국처럼 ‘시험기간’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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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법
혼자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그룹 스터디가 활성화되어 있다. 꼭 시험이나 수업 내용 복습을 위한 공부가 아니더라도 독학 중인 언어 공부를 위한 스터디도 활성화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내 독일인 한국학과 친구의 경우,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마다 학교 중앙 도서관 스터디룸을 예약하여 마음 맞는 친구들 5-6명과 한국어로 한국의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3. 장소
우선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공’ 문화…물론 독일 대도시에선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도시에 사는 한, 깔끔히 포기해야 한다. 독일에서 카페는 ‘수다 떨고 hang-out 하면서 커피 마시기 위한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친구들에게 들은 바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하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한다. 특히 내가 다니는 튀빙엔 대학교의 경우 단과대별로(건물별로) 도서관이 있고 그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에 적어도 자리가 없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기가 어렵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내 한국 대학은 시험기간만 되면 도서관 전 층에 자리가 없을 정도고 예약까지 차 있어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크게 와닿았다 ㅎㅎ).
중앙 도서관 (1)
중앙 도서관 (2)
중앙 도서관 (3)
Philosophy Faculty 건물 도서관
Philosophy Faculty 건물의 도서관 앞 자유 공간
[ About 여가 ]
1. 체육활동
나는 정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처음 이 학교 체육 수업 리스트를 봤을 때의 충격이.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 종류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는 현재 Musical Dance 수업을 듣고 있다. 한 학기 내내 매주 1시간씩 듣는 수업인데 수강료가 한화로 4만원 정도였으며 일주일에 2시간 이상 하는 다른 종목 수업들도 비싸야 6만원 정도였다. 다만 이 수업들은 학점 인정이 되진 않는다. 학교의 지원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만을 보고 배우는 거다.
내가 하는 Musical Dance 수업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모여 1시간씩 기본 스텝 연습과 choreography를 진행하는데, 처음에는 La La Land의 일부를, 두 번째론 The Greatest Showman의 일부를 배웠고 앞으로는 뮤지컬의 장면을 재현하는 걸 시도해본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하지만 의외로(?) 교환학생들 중엔 생각보다 이런 체육 수업을 듣는 사람이 없다. 나 또한 이 수업에서 유일한 ‘외국인’일 정도로 대부분 독일인 친구들 혹은 정규 학생들이 많이 듣는 것 같다. 그래서 수업도 당연히 독일어로 한다…첫 시간엔 대뜸 독일어로 자기소개를 시켜서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ㅎㅎ 하지만 나는 그래도 동작만 따라하면 되는 수업이라 다행히 어찌저찌 감으로 따라가고 있긴 하다.
A-Z까지 나오는, 수많은 종류의 학교 스포츠 수업 리스트
커플 댄스 수업이 진행 중인 Ballroom
대부분의 체육 수업이 진행되는 Universitäts-Sporthalle의 표지판
Universitäts-Sporthalle
2. 파티
나는 한국에서도 클럽을 안 가본 사람이다. 그런 내가 인생에서 처음 마주한 클럽…아니 클럽 같은 독일의 파티는 나에게 ‘땀 흘리며 노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한국 클럽도 그런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내가 독일에서 처음으로 간 우리 학과 개강 파티는 내가 미국 하이틴 드라마에서 본 파티와도 달랐다. 모두가 냅다 음악에 맞춰 술을 든 채 몸을 흔들었다. 공간이 사람으로 가득 차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였다. 빛은 또 아주 강렬했다 – 빨강, 파랑, 초록의 조합은 공간의 분위기를 더욱 후끈하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이게 개강 파티의 의미였다니…알 수 없는 배신감도 들었지만 생각보다 내가 파티를 너무 즐겼기 때문에 ㅎㅎ 기회가 된다면 독일을 뜨기 전 다시 한 번 파티에 참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다른 대학들도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튀빙엔 대학교의 경우 이런 파티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Clubhaus’라는 학생 공간이 있다. 학과별로 파티를 열기도 하고, 학교 학생 단체 주관으로 파티를 열기도 한다. 누군가의 생일파티를 개인 주택에서 파티 형식으로 여는 경우도 가끔 있는 걸로 안다(이럴 경우 춤추는 클럽의 느낌보다는 실제 하이틴 드라마에 나오는 개인 파티 느낌이 강하다).
개강 파티 (1)
개강 파티 (2)
개강 파티 (3)
매주 목요일 파티가 열리는 Clubhaus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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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펍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펍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활발하겠거니’ 싶을 거고, 그게 실제로도 맞다. 내가 사는 곳은 소도시이자 대학 도시라 도시 내 웬만한 건물들이 학교 건물이긴 하지만 여전히 펍은 많고, 늘 거의 모든 곳이 붐빈다. 하지만 의외로 맥주를 즐기지 않는 친구들이 요즘 세대(?) 친구들 중에선 많은 것 같다. 내 독일인 친구들 중에도 술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친구들이 많고, 오히려 지금 함께 파견 와있는 한국인 친구들이 맥주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ㅎㅎ
친구와 처음 독일에서 간 펍.
이곳은 낮엔 카페, 밤엔 펍으로 운영되는데, 이렇게 밤/낮 영업 테마가 바뀌는 곳이 아주 흔하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
독일 대학생 문화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부분은 댓글로 편하게 질문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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