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51 키프로스 자유여행
키프로섬은 동부 지중해에 있는 작은 섬나라입니다. 그동안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여러 곳
소개했는데, 개인적으로 키프로스가 가장 흥미로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키프로스 지도
현재 키프로스는 터키만 인정하고 있는 미승인국가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과 남쪽의 키프로스 공화국으로 분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 간의 이동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어 국내를 이동하는 것처럼 간단한 수속만 거치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쇠락과 함께 얽힌 영국과 그리스의 이해관계
분단된 섬을 이해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열강들이
서로 견제하기 위해, 특히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완충지대로 오스만 제국이 적절히 활용하였고, 오스만 제국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쨌든 최대한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오스만 제국은 수시로 영토를 열강들에게 할양해야 했고, 많은 민족들이 독립국가를
세우거나 자치권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리스, 크림 칸국, 이집트 등이 그런 방식으로 독립을 쟁취하면서 제국은
점차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키프로스도 역시 오스만 제국이 열강에게 할양한 땅입니다. 1878년 러시아 튀르크 전쟁 종결
이후 오스만 제국의 입장에서 회담에 임한(물론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영국은 그 대가로 키프로스 섬을 지배하게 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완전하게 이 섬을 합병하여 1960년까지 지배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섬에는 터키계, 그리스계가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계 민족주의자들은 적극적으로 그리스와의 병합을 지지합니다. 결국 터키는 터키 독립전쟁 시기 이 섬을 포기하겠다고 영국과 합의한 사이이기 때문에 터키계 주민들은 고립되어만
갔습니다 게다가 미국 역시 냉전 시기 소련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여 터키의 군사개입을 반대한 때도 있었습니다.
▲분단된 키프로스 섬
하지만 1974년 그리스에서 권력을 잡은 군부가 강력하게 그리스와 키프로스의 합병을 지지하자 터키는 이에 대응하여 키프로스전쟁을 개시, 북쪽 지역을 점령하여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을 세웁니다.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은 현재까지도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미승인 국가로 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유엔군과 영국군이 주둔하고 있어 긴장감이 흐르는 곳으로 터키 정치, 외교사, 오스만 제국 외교사를 배우면 항상 중요하게 언급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만난 친구, 즉흥적으로
만든 여행계획
이 곳을 정말 가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습니다. 터키에서 가깝기는 한데 막상 섬에 도착하면 대중교통을
구하기도 어렵고 분단된 나라의 특성상 공항이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흔히 하던 방식으로 섬 여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던 칸(왼쪽)
작년 가을학기 초에 학교에서 홍보 동영상을 찍어보자는 제의가 있었습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간단하게 학교에 대한 소감, 터키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라 여겨 조교와 함께 가볍게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며칠 후 한 터키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바로 키프로스에 저를 초대한 칸입니다.
칸은 키프로스 섬에 있는 북키프로스 공화국 동부지중해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있고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즈미르가 고향인 칸은 한국인을 찾기 위해 이즈미르 각 대학교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던 중 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 이즈미르 아드난 멘데레스 공항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심지어 카카오톡으로!) 키프로스
섬에 한 번 가고 싶다고 말하니 바로 오라는 말과 함께 일사처리로 여행계획을 짰습니다. 이즈미르 공항에서
북키프로스 공화국까지 직항이 있어 쉽게 비행기표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며 일정을 확인해보니
조지아, 그리스, 키프로스 이스탄불, 앙카라 순서대로 여행했기 때문에 굉장히 바쁜 일정이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쉽지 않은 여정
▲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
도착
이즈미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수속은 빠르게 마쳤으나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친구가
미리 버스 노선을 알려주었고, 지명도 적어주었기 때문에 구글번역기로 질문해 가며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친구를 만났습니다. 지금은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해졌지만
처음 만날 이때만 해도 얼마나 어색하던지…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버스 정류장
▲공항에서 탑승한 버스
▲기숙사 건물
▲하루에 9달러를 내고 4박 5일 동안 머무른 숙소
동부 지중해대학교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친구가 배려해주어서 정말 좋은 곳에서 편히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당 하루에 9달러를 내고 2인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4일 동안 머물렀기 때문에 총 40달러(약 44000원)을 지불했습니다. 시설도 쾌적했고 방도 넓었습니다. 콘센트도 침대 바로 옆에 있었고 샤워실과 화장실도 별도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15리라(약 2500원)을 내면 빨래도 해줍니다.
겨울이지만 따뜻한 날씨, 그리고
정말 큰 캠퍼스
▲
동부지중해대학교 캠퍼스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일단은 푹 쉬고 다음날 아침부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다른 것보다 캠퍼스가 정말 컸고 겨울 날씨였는데도 한국의 초여름처럼 날씨가 매우 따듯했습니다. 그렇다고 과하게 덥지도 않고 습도도 없는 말 그대로 쾌적한 날씨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캠퍼스 구석구석에는 이렇게 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아침식사
▲가장 좋아했던 점심 메뉴
▲샌드위치
▲케밥
오전과 오후에는 학교 내에 있는 여러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일반적인 터키식 아침 식사를
종류별로 담아서 먹기도 했고, 샌드위치나 케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닭고기를 튀긴 후 안에 치즈를 넣어 먹었던 치킨가스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분단 수도 니코시아로
▲니코시아로 이동하는 버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이동하면 분단수도 니코시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은 미승인 국가이기 때문에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을 통해 입국하는 것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그리스 입국도 곤란할
수도 있으니 주로 남쪽에 있는 키프로스를 그리스를 통해 입국한 후,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을 살펴보고
다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
분단된 수도 니코시아에서
하지만 저는 터키에서 이동하는 경우였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고, 실제로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북키프로스 터키공화국 출입 기록이 남아있다면 그리스 입국시 별도로 다른 종이에 입출국 도장을 찍어줍니다. 따라서 단기 관광이라면 현재는 별다른 문제 없이 오고 갈 수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자주 갔던 학교 앞 햄버거 가게
▲다양하게 시켜본 햄버거
가장 자주 방문한 식당은 학교 근처 수제 햄버거 가게입니다. 소고기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세트
기준으로 30~35리라(약 6000원~7000원)에
먹을 수 있습니다. 단품은 20~25리라(4000원~500원)정도 합니다. 치킨너겟과 감자튀김, 어니언링이 포함된
사이드메뉴도 시켜서 먹기도 했습니다.
여기 주인과 친구가 엄청 친하기도 했고, 저녁에 대학교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니 막상 먹을 것이
마땅하지 않아 밤에 출출할 때마다 이곳에 오고는 했습니다. 편안하게 일정을 보내며 4박 5일을 보냈습니다. 이어
북키프로스 해안가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최고의 만찬을 먹었던 경험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다시 이즈미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