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6_물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베네치아 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베네치아라고 알고 있는 섬은 베네치아 본섬이라고 불리며, 베네치아 자체는 육지 쪽 인근의 지역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베네치아 본섬에서 관광을 즐기되 베네치아 외곽에서 숙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보통 본섬을 지칭할 때는 베네치아 구시가지라고 부릅니다.
▲ 공항에서 내린 후 탑승한 공항버스
공항에서 버스를 타면 바로 베네치아 도착할 수 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역을 확인하고 숙소와 얼마나 가까운지 살펴본 후 알맞은 역을 고르면 됩니다. 저는 Mestre역에서 내린 후 10분 정도 걸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숙소 내부
▲ 체크인 후 숙소 주변을 둘러보면서
▲ 트램을 타고 베네치아 본섬으로
생각보다 숙소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주방과 부엌이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나쁘지 않은 1인실에서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숙소를 예약한 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베네치아 섬으로 향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 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
보기에는 정말 멋있는 도시이지만 사실 고충도 많습니다. 베네치아는 바다 위에 말뚝을 목재로 판을 만들어 집을 지은 도시이다 보니 대중교통을 운행할 수가 없습니다. 이 외에도 조차에 따라 지반 자체가 약해져 오늘날까지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베네치아 섬에서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수상보트
그래서 기차와 버스는 베네치아 본섬에 있는 중앙역까지만 운행하고 섬 안에서는 바포레토라고 부르는 수상보트를 타야 합니다. 통합권을 타면 트램, 버스와 함께 보트를 이용할 수 있으니 공항에서 구입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동 지중해의 여왕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신성로마제국이나 교황령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동로마 제국의 봉신으로 그 역사의 장을 열었습니다. 그 후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수상 도시를 건설하였고 도제라는 그들의 지도자를 선출, 동로마 제국의 인가를 받은 위성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이 쇠퇴하면서 베네치아는 점차 자주적인 국가로 거듭났으며, 혼란스러운 유럽의 정세 속에서 베네치아는 중계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여 지중해 무역을 주도하게 됩니다.
▲ 베네치아 전경
▲ 1630년 전염병 때문에 건립된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Basilica Santa Maria della Salute)
▲죄수들이 마지 막으로 베네치아 풍경을 볼 수 있었던 탄식의 다리
베네치아는 아드리아 해로 진출하여 무역로를 확장하면서, 제4차 십자군 전쟁 때에는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라틴 제국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제노바를 비롯한 다른 도시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베네치아는 15세기에 이르러 동지중해의 무역을 완전히 주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과 대 튀르크 전쟁, 레판토 해전을 겪으며 베네치아는 쇠퇴하였고 대항해 시대로 열린 대서양 무역도 지중해를 기반으로 한 베네치아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결국 나폴레옹이 1797년에 베네치아를 침공하였고, 이 때 베네치아 공화국은 멸망하였습니다.
오스만 제국과 치열하게 다투었던 키프로스 섬, 라틴 제국 멸망 이후 공백 시기 제노바 공화국이 활동한 흑해무역의 거점인 트라브존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관련된 예전 글을 공유합니다. 추가적인 내용은 [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51 분단된 영토, 키프로스 섬과 [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43 트라브존 여행 1편, 가자. 흑해로!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복잡한 섬의 대중교통
첫날에는 생각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알고 있는 사실을 상기해보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을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찾아 다시 확인도 해보면서 휘적휘적 걷는 것입니다. 보트를 타는데 제한이 없으니 부담 없이 타면서 가고 싶은 곳을 막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 베네치아의 명물 리알토 다리
▲ 리알토 다리에서 찍은 사진
나중에 야경도 찍을 것이지만 베네치아의 대운하를 가로지르는 리알토 다리에서도 사진을 우선 남겼습니다. 우리가 흔히 베네치아를 떠올리면 좌우로 펼쳐진 건물 사이에 보트를 타고 횡단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데, 대개 이 풍경은 섬을 가로지르는 대운하에서 찍은 것입니다. 베네치아 사람들이 건설한 대운하는 도시를 효율적으로 나누면서도 구석구석까지 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나폴레옹이 감탄하였다고도 합니다.
▲ 리알토 다리를 오고가는 사람들
리알토 다리는 이 대운하 좌우를 잇는 가장 오래된 다리입니다. 현재는 베네치아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운하를 건너 이곳저곳 오고 갈 수 있습니다.
▲ 베네치아 곳곳을 돌아보며 찍은 사진
생각 없이 걷는 이유는 바로 이런 풍경을 감상하고 찍기 위해서입니다. 경험상 대로가 아니라 구석 골목에서 보는 풍경은 그 나름의 운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물의 도시 베네치아 골목을 돌아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둘러보았던 것입니다. 예상은 적중했고 덕분에 구석구석 편안하게 즐기면서 도시 곳곳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일정을 버리기는 아쉽고 무언가 하고 싶을 때 종종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또 만나다
그러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보트를 타고 내리고 싶으면 내리고, 다시 보트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돌아갈 방법이 막막해진 것입니다. 물론 걸어서 간다면 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지쳤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물어보았습니다. 몇몇은 잘 모르고, 몇 명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지 도와주고는 싶은데 대답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와 자신도 밖으로 나갈 것이라면서 자신과 함께 같은 보트를 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캐리어를 들고 있기에 관광객인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합니다. 학기를 마치고 방학 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였습니다.
▲ 이탈리아 친구와 함께 보트 안에서
보트 안에서 왜 베네치아에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는 그 친구에게 터키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던 일, 이곳저곳 글을 썼던 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베네치아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의미에 대해 대략 설명해주니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자신도 미술사가 전공이라고 말하며 편하게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교환하여 나중에 이탈리아에 다시 갈 때 보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베네치아에서 첫날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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