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국과 다른 영국 커피숍의 분위기. 영국 사람들의 삶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영국 커피숍. _ 20140413 _ [영국 유학 생활기 day 215]
2014년 4월 13일
영국 도착 이백 열다섯째 날!
매일 스코틀랜드의 땅을 촉촉하게 적시는 비, 오늘은 굵은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비 오는 날, 시티 센터에 있는 커피숍에 갔습니다. 커피숍은 제게 아무런 이유 없이 편안함을 주는 공간입니다.
자기만의 시간을 위한 공간,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써 영국 사람들도 카페를 많이 찾는 듯합니다. 매일 아침이면 집 근처 노천 카페에서 환경 미화원 아저씨를 볼 수 있습니다. 잠시 손에 든 청소 도구를 바닥에 내려놓으시고,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책을 읽으시는 아저씨. 옷 여기저기 흙탕물이 묻은 지저분한 차림에 카페의 한 쪽 구석에 앉아 계시지만, 예상과 달리 아저씨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몰립니다. 즐겁게 웃으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악수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져 조금은 놀라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아저씨를 볼 때마다 제 마음이 왠지 모르게 따뜻해 지곤 합니다. 아저씨에게는 이런 시간이 하루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이른 아침 독서를 하시며 무슨 생각에 잠겨 계시는 것일까요?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동안 커피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는 커피 산업이 성장한 크기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커피는 영국 사람들에게 차(tea)와 함께 또 하나의 삶의 일부로써 긴 역사를 그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커피숍에서는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시거나, 사색에 잠기시거나, 또는 글을 쓰시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시는 분들. 두 손 꼭 잡으시고 얘기를 나누시는 노부부. 제 옆 테이블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께서는 의자를 바짝 붙여 할머니 옆에 앉으시더니, 몸을 기울이셔 그저 할머니만 바라보시더군요.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그저 웃음 짖는 것 만으로 그들의 깊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랑이 저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울컥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주는 곳, 삶이 매일 행복하지는 않지만 짧은 일탈 아닌 일탈을 통해 아주 잠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영국의 커피숍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비싸지 않은 커피 한 잔으로 그들은 삶의 충만함과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커피숍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다?' 이 말은 무슨 뜻 일까요?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삶에 대한 감사를 느낀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 적이 몇 번이나 될까요? 요즘처럼 바쁘게 정신 없이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화두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커피숍을 찾는 영국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잠깐의 여유를 통해 그 시간 만큼은 미래의 불안과 걱정을 잊고, 한 발 한 발 최선을 다해 삶의 숲을 헤쳐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이곳 사람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커피숍은 어떨까요? 눈이 가는 곳곳마다 크고 작은 커피숍들이 즐비해 있고, 그 많은 커피숍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항상 붐비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도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커피숍 한 쪽에서는 영어 그룹 스터디, 취업 스터디가,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비즈니스 미팅이 한창입니다. '사회 생활을 위한 관계'와 '무엇인가를 공유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 커피숍이라는 공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산적인 무엇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 보입니다.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하는 공간'으로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실제로 그 시간이 우리의 삶(진정한 미래를)을 위한 시간일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커피숍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활발한 정보 공유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는 일조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여유와 휴식의 문화'는 잊어버린 듯합니다.
넓지만 작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국의 커피숍은 우리만의 공간과 시간을 주는 곳이며,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공유하기 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며 여유를 갖는 공간입니다. 이 곳의 커피숍은 영국인 개개인들의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간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숍을 찾고 있지만, 때론 시끄러운 우리나라 커피숍과 달리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내면의 소리들이 커피숍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 글에 삽입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위의 모든 내용은 본인이 직접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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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 LIFE DAY 215
위대영 영국 유학 생활기
Christian Dae Young Wi's Life Dairy of Studying in United Kingdom
글라스고, 스코틀랜드, 영국
Glasgow, Scotland,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