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취업 관련" 이야기가 해커스 특파원 게시판에서 생각보다 많은 인기가 있어서
실제로 뉴욕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취직한 선배 인터뷰입니다.
조금 무거운 내용에 사진도 많이 없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퍼이스트 그녀들의 어깨엔 내 핸드백이 걸려 있다
김민정은 누구?
김 민정, 올해로 뉴욕에 삼 년째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떠오르는 핸드백/액세서리 브랜드 ‘바키아(Botkier)’에서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정규 채용되어 일하고 있다. 바키아는 블루밍데일스 등 중상층의 뉴욕 및 미국 전역 백화점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잠깐 일을 하다,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한 뒤 해외 생활에 대한 자유로움을 더 느끼고 싶단 생각과 더 배우고 싶다는 열정에 뉴욕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액세서리 디자인을 전공했다. 요즘의 하루 일과는 핸드백의 핸들부터 지퍼까지, 꼼꼼히 가격대에 맞게 디자인을 해내고 인턴들을 뽑기 위해 면접관이 되기도 한다.
현재 미국 경기가 좋지 않고 패션 업계도 큰 타격을 받아 취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정규 취직까지 하게 된 키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굳 이 하나를 꼽자면 포트폴리오 인 것 같습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그러나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될 만한 실력이 담긴 포트폴리오가 중요합니다. 약 3번의 인터뷰 과정을 거쳤는데, 처음 간단한 포트폴리오 인터뷰에서부터 회사 스타일에 맞는 프로젝트를 일주일 내에 완성시켜 가져오는 전형, 그리고 심도 있는 영어 면접을 거쳐 합격을 했습니다. 다른 한국분들도 있었고, 일본, 인도 등 다양한 외국인과 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잡 오프닝이었습니다. 취직 후에는 말 그대로 임금 조정과 비자 신청부터 회사일이 돌아가는 판을 배웠고 이제는 익숙해 졌죠.
유학생 신분이 비자 등 구직을 하는 데 미국인들보다 장애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확 실히 비자가 없다는 사실은 구직 활동에 있어서 힘이 드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OPT 신청 기간 동안 3달 내에 일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되고, 1년 인턴 후에도 잡을 구하지 못하면 한국으로 귀국해야 할 경우도 생깁니다. 물론 아티스트 비자 등을 신청하여 회사에 고용되지 않고도 이곳에서 3년간 살 수 있지만, 비자 신청 비용 및 아티스트 비자가 나온다는 확답도 없고요. 저는 OPT를 신청해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가 아닌 경쟁 회사에서 약 3개월 정도 인턴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바키아에서 잡 오프닝이 생겨 인터뷰를 보고,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비자나 신분적인 문제로 미국인들보다 인터뷰도 많이 보아야 하고 발로 더 많이 뛰어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2명의 미국인보다 1명의 타국인이 회사에 더 이득을 가져다줄 실력이 있다면 회사 측에서는 저를 선택하겠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어려운 ‘해외 취업’, 몸소 겪어보니 어떠세요?
저 는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잘나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고, 한국에서의 경력이 크게 도움이 된 것도 아니에요. 일단 남들이 “어렵다, 어렵다” 해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들어 넘겼어요. 지레 겁먹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액세서리 디자인이라는 조금 생소한 분야를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단 조금은 수월한 편이었어요. 인턴을 하고 있을 때 바키아에 우연찮게 잡 오프닝이 열린 것은 운이라고 할 수 있죠. 절대적인 ‘운’이 작용하긴 하지만 튼튼한 포트폴리오와 영어 실력, ‘깡’이 있고, 밑에서라도 시작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성공하실 수 있어요.
오늘 들고 오신 가방들도 직접 디자인한 제품인가요?
네, 그렇습니다.(웃음) 물론 리테일까지 가지는 못했고 샘플 단계에서 멈춘 디자인이지만, 마음에 들어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본인이 원하는 장식, 원단, 스티치를 마음껏 쓰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돈 때문에 심플해지고, 디자인도 바뀌게 돼요. 이 또한 잘 받아들이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디자인을 해내는 것 역시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이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앞 으로 바키아에서 2년 정도 더 일할 생각이고, H1비자를 갱신해야 할 때가 왔을 때 이 회사에 머물지는 조금 미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한 회사에서 머물며, 그 회사의 특징적인 디자인만 계속해서 한다는 것 꽤나 힘든 일입니다.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하다가도, 남성스러운 에지가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을 때가 오기 때문이죠. 그러나 회사에서는 제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회사 전체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는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즉 수많은 디자인 ‘자아’를 주체하기가 힘든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3년뒤 제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 도전하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