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국왕인 찰스 3세가 영국 최대 한인타운인 뉴몰든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뉴몰든(New Malden)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역 중 하나로, 킹스턴 어폰 템스(Kingston upon Thames)구(Borough)에 속합니다.
뉴몰든은 테니스로도 유명한 윔블던과 같은 주변 지역들과 잘 연결된 교통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나 한국인들에게는 영국 내 최대 한국인 커뮤니티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영국 내 한인들 사이에서는 "뉴몰동"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복스홀(Vauxhall)에서 뉴몰든은 South Western Railway(기차)를 통해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기차는 지하철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으로 탈 수 있었습니다.
뉴몰든에 도착했습니다.
런던 코벤트 가든 쪽 차이나 타운 같은 경우, 여기는 무조건 차이나 타운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뉴몰든 같은 경우에는 그냥 한인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수준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곳곳에 보이는 한국어 간판들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행인들의 한국말 때문에 한인들이 많은 곳에 왔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습니다.
날씨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맘때쯤 영국은 항상 날씨가 우중충하고 비가 조금씩 와서 딱 일상적이기는 했지만, 오늘 같이 야외 활동을 많이 해야 할 날에 날씨가 이러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영국에 오시게 되면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 하나 정도는 가지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가 정직하게(?) 일직선으로 내리는 비보다는 바람에 날리는 분무기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우산이 사실 별 도움이 안 될 때도 많고, 오히려 우산 부숴먹기 딱 좋습니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그냥 후드 하나 뒤집어 쓰고 돌아다니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뉴몰든에 도착하고 나서는 근처 스타벅스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한국에서부터 스타벅스를 좋아했어서, 여기 와서도 다양한 카페가 있지만 초행길에는 항상 스타벅스를 들르는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 오늘 같이 동행할 누나를 기다리면서 이메일을 확인했습니다.
오늘까지 해야 하는 과제가 있더군요. ^^ 잽싸게 해치웠습니다.
뉴몰든에서 짜장면 맛집으로 유명한 "징기스칸"을 방문했습니다.
징기스칸은 12시에 딱 오픈하므로, 그 때 맞춰서 찾아갔습니다.
중국집에서 오랜만에 한국의 정취를 느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장면 한 그릇이 £9 짬뽕 한 그릇이 £11 정도 했습니다.
영국 물가를 고려했을 때는 괜찮은 가격이었습니다.
영국 생활, 특히 런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음식 가격을 한국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기 시작하면 먹을 수 있는게 없습니다. ^^
식당에서 오후 1시 즈음에 나왔습니다.
제가 인터넷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후 1시 즈음부터 통제가 시작될 거라고 들었던 것 같았는데,
오후 1시가 다 되어 가도 별 다른 분위기가 없어서 잘 못 찾아온 것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식당 안에도 거의 다 한인들이었어서, 이 시간, 이 날에 뉴몰든에 있으면 한 번 즈음 국왕을 실제로 보기 위해 분주할 법 했는데 말입니다.
식당을 나와서 뉴몰든의 High Street 쪽으로 걸어가니, 그제서야 인파가 많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인파에 당황해서, "아 좋은 자리는 놓친 것인가,," 하면서 절망하고 있었는데,
찰스 국왕이 저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아서,
교회 건너 편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면, 좋은 각도에서 볼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교회 건너편에는 그나마 괜찮은 자리들이 남아있었습니다.
또한, 옆으로 참전용사 혹은 한인회 관계자 분들처럼 보이시는 분들이 여럿 계셔서
국왕이 이 곳으로 한 번은 오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선생님 인솔 하에 저희 옆에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찰스 국왕께서 이 쪽으로 무조건 오겠다고 확신했습니다.
꽤나 오래 기다렸습니다.
행사장에는 위 사진처럼 포피 꽃(Poppy) 장식을 판매하는 포피 셀러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영국에서는 11월이 되면 많은 영국인들이 가슴에 포피 장식을 달고 다닙니다.
이는 제 1차 세계대전 희생 장병들을 기리는 상징입니다.
다음에 이와 관련되어 더 자세한 포스팅을 올릴 계획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찰스 국왕께서 멋진 차를 타고 등장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단조롭게 등장하셨는데, 당시에는 정말 흥분됐습니다.
비 맞으면서 한 시간을 기다려서 그랬으려나요?
찰스 국왕께서는 내리시자마자 교회로 들어가셨습니다.
찰스 국왕께서 교회에서 이런 저런 행사 및 소개를 받으시는 동안 밖에서 다시 비를 맞으면서 기다렸습니다.
육체적으로 피곤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막상 왕을 실제로 본다고 생각하니 당시에는 그렇게 힘들다고 못 느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으려나요.
교회에서 나오신 찰스 국왕은 행인들에게 한 번 인사를 하시고는 교회 옆에 있는 빙수 집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저 빙수 집은 앞으로 로얄 빙수집이 되지 않을지,,,
원래도 유명하고 장사도 잘 되었다고 했는데, 더 잘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찰스 국왕께서 빙수집에 들어가 계신 동안, 킹스턴구 Mayor인 Dianne White가 시민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왔습니다.
영국 정치인들이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을 보고 열린 정치문화가 존재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찰스 국왕께서 빙수집에서 나오셨습니다.
시간을 재보니 약 1시간 반 정도 비를 맞으면서 밖에 서 있었는데, 정말 하나도 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 옆에 할머니 두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은 74년, 다른 한 분은 81년부터 뉴몰든에 사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왕실에서 뉴몰든을 방문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감격하셨습니다.
영국 국민들이 왕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제 예상대로 한인회 관계자분들로 추정되는 분들께 찰스 국왕께서 다가가셨습니다.
멀리 있었어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영국 내 한인 커뮤니티, 나아가 한영 관계에 있어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날 자리를 정말 잘 잡았는지, 기자들의 카메라에 제 모습도 잡혔답니다. ^^
눈썰미 좋은 독자들은 한 번 위 사진에서 저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