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 안에서 캘리포니아 잉여로 거듭나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한국에서 집순이는 미국에서도 집순인가봐요OTL
오늘은 시크남과 싸웠던 날 이야기를 먼저할 거에요.
미국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찾아 들어오신 방문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런 얘기도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싶어요.
대략 1주일 전,
저희는 다운타운에 가보기로 합니다.
Davis가 학교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나누어진다고 제가 말했었나요?
다운타운은 학교보다 조금 더 동쪽에 있는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학교 앞 정도의 느낌입니다.
홍대 앞처럼 아주 번화하진 않구요,
거기도 다들 1~2층 건물에 그냥 은행있고 식당있고 그래요.
이제 집 주변도 익숙해졌고 할 일도 별로 없고 해서 '걸어가보자~ '해서 출발을 했어요.
전 멀면 얼마나 멀겠어'ㅡ ' 했지요.
그날 저희가 걸은 경로를 지도로 살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A가 제가 살고 있는 The Trees Apartment구요
B가 downtown이에요.
서쪽으로 가면 캘리포니아 공항이 나오구요, 동쪽으로 가면 세크라멘토라고 캘리포니아의 주도가 나오지요.
어쨌거나 이 직선을 걸어가면 대략 1시간이 걸립니다ㄷㄷㄷ
참! 가운데 113번 도로가 보이죠?
저희 집에서 저 도로까진 전부 옥수수밭 아니면 그냥 황무지입니다ㅎㅅ ㅎ;;
이걸 확인해보고 가지 못한 자의 비운이 어땠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처음엔 느낌이 좋았어요!
이쁜 샌들도 신고 기분 좋게 출발!!
집 밖을 나오니 양 옆에 나무가 심어진 일자도로가 그림처럼 뻗어있고 날씨도 좋고~
시크남이랑 서로서로 사진 찍어주며 화기애애하게 출발했죠.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집 옆엔 다 옥수수밭이나 그냥 밭이에요.
Davis는 U.C Davis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도시이고(그래서 주민 대부분이 학생임)
Davis는 농업쪽으로 시작한 학교에요.
지금도 그런 분야가 강해요.
한마디로 미국 '시골' 입니다~
도시적인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학연수/교환학생 이리로 오면 지루하실듯해요.
저처럼 집순이나 한적한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환영입니다!
어쨌든, 옥수수밭을 다 지나니 이런 신호등이 나오더라고요.
미국 신호등이 다 이렇게 생긴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 빨간 손바닥이 있을 땐 건너지 말라는 거에요.
전 한국에서 처럼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기다렸죠.
근데, 안바껴요;ㅁ;
백날을 거기 서 있어봐라.... 신호등이 바뀌나 OTL
길을 건너고 싶으면 이 버튼을 눌러야 되요.
신호등 옆에 있는 이 버튼을 눌러주면 잠시 후 신호등이 바뀐답니다.
아, 그리고 여긴 자전거가 많다보니 자전거 신호등도 따로 있어요.
이건 WALK 하는 사람 용이고 BIKE 타신 분들은 그거 눌러야 되요.
이렇게 신호등 보면서 좋아라하고 사진찍고 앞으로 나아갔죠.
그러나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너무 이쁜 집이 있어서 한 장 찍어보았는데,
정말 예쁘지 않나요?
중세 유럽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중세 유럽에 살아보진 못했지만;ㅁ;)
그리고 더 가다보니 이런 신기한 건물이 있더라고요.
차로 지나다닐때도 색깔이 확 튀어서 보긴했는데 가까이서 확인해보니
"Islamic Center of Davis"
이슬람 센터였어요.
뭐하는 곳일까요?
예배당인지 Infomation센터인진 모르겠어요.
지도로 보니 이게 반보다 조금 더 온거더라고요.
문제는 이 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저는 배가 고플 경우 상당히 심각한 증상을 보입니다.
마치 컴퓨터의 절전모드처럼 서서히 말 수가 적어지고 카메라 드는 횟수가 줄어들며
표정이 어두워져요!
시크남도 제가 배가 고픈걸 알고 '얼른 밥 먹자'고 했지만....
도로 한가운데 밥 먹을데가 어딨겠어요.
그래도 아직까진 지나가는 버스 사진도 찍고 양호했어요.
저 빨간 버스가 UNITRANS라고 학교의 셔틀버스 같은 거에요(저희 집 앞에도 D, K 라인이 서요!)
요금은 1달러지만 학생증을 보여주면 무료래요.
Davis로 어학연수 왔을 때 좋은 점이 여긴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생이나 상관없이
그 학교 학생과 동등한 자격을 준다는 거에요.
물론 학점 같은 걸 주진 않지만 혜택이랄까 이런 것들에서 차별이 없대요.
그 말은 어학연수생인 저도 이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다는 거죠!
배도 고프고 길도 모르겠고 하던 차에
눈 앞에 Davis 시청이 있길래 들어갔어요.
지도나 한 장 얻을까해서...
하지만 없대요;ㅁ;
제가 '어떻게 시청에 시 지도가 없을 수가 있어!?' 이랬더니
시크남이 '배가 고파서 성격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어!'라고 했지요...;
Davis의 상징이기도 한 자전거 모양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시청 앞에 있길래 한 장 찍어봤어요.
보통 빈폴 같은데 나오는 자전거 모양인데 이건 쌍자전거길래^^
드디어 파크를 지나 다운타운으로 입성!
But 이미 전 배고파서 절전모드는 커녕 꺼지기 직전이었지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계좌 만들러 왔던 린다와 린다엄마를 잠깐 만나고
타코벨에 가서 음식물을 섭취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주문한 치킨 타코에 들어있던 향신료가(팍치같은거?) 순간 너무 역해서
치킨만 골라먹었고 그런 저를 보고 시크남이 화가 났지요.
제가 먹겠다고 해서 주문한 음식인데 왜 남기냐고....
산본에 살때도 분명 이런 일이 있었어요.
순대국밥을 먹으러 갔다가 기분이 나빠서 안먹었더니 상을 거의 뒤집을 뻔 했던 시크남ㄷㄷㄷ
거기다 그렇게 부실한 음식을 섭취하고 힘이 안나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가
'오늘 우리가 계획한 게 틀어져서 기분이 안좋다'고 또 폭발 -ㅅ-;;;
시크남이 평소엔 하나도 안시크하다가 화나면 무섭기 때문에,
한 성질 하던 저도 그냥 울게되서 눈물 뚝뚝 흘리며
혼자 집에 간다고 그랬다가 또 3차 폭발ㅋㅋㅋㅋ
알고보면 별 거 아닌데 타지에 와서 둘 다 잘 모르는 상태로 예민해져 있다보니
싸우게 되네요.
결국 '지금 넌 남보다 더 먼 사람같아!' 라며 드라마 대사같은 발언을 하고
저 혼자서 집에 돌아왔어요.
(그래서 사진이 없음;)
돌아오는 길은 왜 이렇게 멀던지.... 신호등 건널 때 마다 버튼 누르면서ㅋㅋ
옥수수밭 지나오다보니 화 다 풀리고
놓고 온 시크남이 걱정되고
노을은 참 아련하게 지고'ㅡ '
결국 집에 오자마자 시크남에게 전화했답니다.
어디냐고 했더니 세크라멘토라고 -ㅅ-
열 받아서 집 반대 방향으로 계속 갔는데(어찌 돌아오려고.....)
자기도 힘든지 목소리가 축 쳐져서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괜찮다고 얼른 집에 오라고 했죠.
그리고 2시간 후.
시크남은 히터를 들고 집에 들어왔어요.
히터 판매자분이 서울대 대학원생인가 그랬는데 시크남이 하도 안오니까
세크라멘토까지 데리러 갔대요!
히터값이 5달러였는데 기름값이 더 나왔을 것 같아요^^;
그렇게 들어온 시크남과 전 화해를 했답니다.
가끔은 이렇게 싸우는 날도 있죠. 하지만 금방 또 화해해요.
앞으로 1년 동안 크게 안싸우고 잘 지내다가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이번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