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지내셨나요?
하루 만에 안부인사 드립니당.
저는 지금 시카고에서 감기를 걸려와서 고생하고 있어요ㅠㅠ
윈디 시티라는 말이 정말 무색하지 않게… 춥더라고요.
하지만 오늘 아침에 너무너무 좋은 일이 있어서 마음이 다녹았네요.
아침에 제가 화장실에서 죽을 것 같이 기침을 하고 있었는데
같은 층에 사는 이름 모를 아이가.
너 괜찮니? 하며 걱정해 주드라구요.
그래서 시카고에서 감기 걸려왔어. 근데 괜찮아 질거야.
라고 하고 헤어졌는데.
조금 있다가 그 아이가 제 방문을 두드리더니
나 따뜻한 누들있는데 좀 줄까?
하며 라면을... 주는 거예요ㅠㅠ
(아무래도 아시안이니까 이런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나봐요.)
라면 하나에 감동합니당
앞으로 친하게 지내야 겠어요 엉엉
오늘은 얼마 전에 있었던
작은 파티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해요.
맨날 이거 생각하세요. 이거 해야 되요. 얘기만 하는 것 같아서.
아 이렇게 재미난 일도 있구나. 하고 보시라고!
파티의 이름은 Paint Party 였답니다.
파티라고 하니 뭔가 엄청 차려 입고
다들 술 잔 하나씩 들고 하는 그런 거 생각하셨나요?
No. 여기는 어디? 시골.
다들 순박한 여인네들, 남정네들이예요. 호호
농담이고요.
사실 저는 기숙사 6층에 사는데, 우리 층에서 다 같이
두꺼운 종이를 재활용해서 페인트로 꾸미는 날을 가졌습니다.
소박한 행사인데 참 이름이 거창하지요.
이런 행사가 있으면
절대 빠지면 안됩니다.
한 번이라도 더 나가서
얼굴이라도 비추고 말이라도 해야…
친구를 더 만들지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나갔습니당.
나가니까 이미 다들 비니루?를(정말 저렴한 단어선택.. 저 파란색을 뭐라 설명할 길이 없네요)
깔고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그리고 있더라고요.
얘네들은 참 편하게 입고 편하게 앉아서 뭔가 잘 합니당.
학교 수업도 운동 반바지에 넉넉한 티셔츠
그렇게 잘 입고 다녀요.
기숙사에서도 마찬가지.
다들 페인트 칠한다고 더 편하게 입고 왔네요.
상자에 뭘 그리는 친구도 있고.
상자를 잘라서 그 위에다 그리는 친구도 있습니당.
해맑게 웃고 있는 친구가 제 룸메입니당.
이 날은 손에 페인트를 다 뭍이고 아이처럼 신나했어요.
아직 신입생이라 19살...제 동생보다 어려요.
저 나이 별로 안 많은데 여기 오니까 다 열여덟 열아홉 스물...이래서
저는 늙어보여요 흑
다들 집중하고 있어용.
왼쪽에 보이는 친구가 RA.
Resident Assistant 혹은 Resident Advisor이라고 해서
층마다 각 층을 관리하고
이런저런 행사를 주관하는 친구들입니당
항상 도와줄 거 있냐고 물어봐주는 친구예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며 물었더니
옆에서 그림 그리던 아이가 해맑게 웃네욬ㅋㅋ
얘도 분명히 저 보다 어리겠죠... 흑
앞에 앉아있는 언니(아니고 동생)
빨간 색 티 입은 거 보이시나요?
그 안에 프린트 된 건 잘 안보이지만
저런 빨간티는 백이면 백 Razorback 티셔츠 입니다.
여기 학교 학생들은
학교 티셔츠, Razorback 티셔츠, 과티셔츠, 단과대 티셔츠
아주 애용하고 사랑해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죠.
남들은 다 그림그리는데 저는 사진만 찍은 것 같죠.
사실 저는 그림에는...영... 소질이없어요.
제가 그리면 마치 유치원생이 그린양...
그림이 너무 유치해 져서 저는 글씨를 쓰기로 했답니당
처음에는 Alicia''*를 쓰려고 했으나
이모티콘에서 망쳐버려서 성급히 하트를 그려 넣었져...
남들 두개 세 개 큰 거 그릴 때 전 저 작은 거 가지고
꼬물딱 거리고 있었졐ㅋㅋㅋㅋ
얘들 그리는 거 신기해 하고 사진 찍고 얘기하고 그랬습니당.
친구도 사귀고요
이렇게 서로 앉아서 그림 그리다 보니
말도 많이 하고
어떤 친구는 갑자기 외칩니다.
"내 방에 엄마가 구워 준 쿠키 있는데 같이 먹을래?"
다 같이 나눠먹고 재밌게 놀고
서로 그림 칭찬해주며 친해지는 밤이었답니당.
참 소박하죠.
시골스타일이예요.
제가 쓴 것.
나름 반짝이도 입히고..
그랬는데 색깔이 너무 칙칙해서
"이건 여대생과 맞지 않아"라며
상큼하게 바꿔봤어요.
상큼한가요? 호호
제가 만족해하며 사진 찍고 있는데... 옆에서 다른 친구들은
예술을 했더라고요(기죽어서 이거 원)
보이시나요.
Go Hogs 밑에 Razorback...
저거 직접 그린 거예요.. 옆에서 보고 있는데 얼마나 신기한지
사진 보고 똑같이 그리더라고요!
저는 옆에서 글씨...를 쓰며...
나는 그림을 못그리는게 아니다.
안 그리는 거다. 라는 자기최면을 걸었져.
마지막으로 흔들린 사진이지만
그 날 분위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이게 바로 엘레베이터 타는 고 앞에서 일어난 일이거든요!
그래서 엘레베이터 멈출 때마다 다른 층 친구들이
다들 놀라서 너네 뭐하냐고
너무너무 신기해 했답니다.
모든 층과 모든 기숙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완소 기숙사와 완소 층과 완소 룸메에 감사하는 타이밍이었습니당.
그럼 저는 맡겨 둔 빨래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다음에 뵈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