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56 영어강의 적응후기, 외교사(Diplomatic History)
이즈미르경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외교사(Diplomatic History)는 필수 과목입니다. 앞서 언급한 오잔 교수님의 수업으로 시험 문제와 수업 방식은 똑같습니다. 중간고사
2번 각 20점, 출석
및 참여 15점, 발표 20점, 기말고사 25점이며 기말고사 때에는 모든 범위를 공부해야 합니다. 객관식 문제, 약술형 문제, T/F, 지도문제,
에세이 문제가 출제됩니다. 다른 점은 추가로 수업계획서에 있는 영화에 대한 내용과 시대적
배경을 쓰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수업교재는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출처: 아마존)
물론 부분적으로 백과사전과 기사를 참고하기는 했습니다만, 외교사 수업은 적극적으로 별도의 자료를
찾지 않았습니다. 수업교재가 지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교재로
쓰이고 있는 강대국의 흥망은 예일대 교수인 폴 케네디가 저술한 책으로 1500년대부터 냉전시기까지 국제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론서입니다.
사실 매주 책을 다 읽으려 했는데, 교수님께서 굳이 그렇게 할 단계는 아니며 본인의 수업자료를
참고하며 공부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교환학생이니 부담감없이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면서 영어로
공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번 경험해보는 기회로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부담을 덜고
수업유인물을 바탕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150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서양사의 주요 사건을 배우는 수업
▲수업자료
Diplomatic History I에서는 가장 먼저 레콩키스타 이후 스페인 제국의 번성을 배웁니다. 이어서 유럽의 강자로 부상한 프랑스와 합스부르크 왕가의 대결, 30년
전쟁, 7년 전쟁,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등 주요 사건을
거쳐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시대를 다루게 됩니다. 또한 러시아원정과 워털루 전투 이후 빈 체제, 새롭게 성장한 러시아와 영국의 그레이트 게임, 그 뒤를 이은 독일제국과
비스마르크가 주도하는 비스마르크 체제도 배웁니다. 마지막으로 와 제 1차세계대전까지
다루면 한 학기의 수업을 모두 마치게 됩니다.
Diplomatic History II은 제 1차세계대전 이후 파리강화조약과 베르사유조약, 전간기(제 1차계대전과
제 2차세계대전 사이 시기)의 국제관계, 대공황과 파시즘의 대두, 제 2차세계대전과
냉전체제의 등장, 냉전시기 거대 양국의 갈등, 데탕트(Détente, 프랑스어로 '긴장 완화'라는 뜻으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이후 냉전 양극 체제가 다극 체제로 전환되면서 미소 간의 긴장이 완화되던 현상)와
소련의 붕괴까지 다룹니다.
교환학생 중 가장 유익했던 수업
서양사는 상대적으로 친숙하기 때문에 보통 터키 학생들은 쉽게 공부하려 했지만, 저는 정말 이
수업을 꼼꼼하게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을 배울 수 있었던 수업
새로운 영어 표현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anschluss는
결합, 합병이라는 뜻인데 대문자를 붙여 Anschluss라고
쓰게 되면 1938년 나치 독일의 오스트리아 합병을 의미합니다. 또한
여러 조약이나 합의를 pact, treaty, agreement로 각각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가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와서 강화도합의나 강화도협약이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어색하게
들릴까 생각하며 공부한 것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전공이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에 여행을 갈 때 요리,
과학, 교통, 건축, 미술, 서양사, 교회사
등 특정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여행을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이 과목은 여행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1년 동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서
방문해보고 싶은 지역 몇 개를 찾아본 후, 가격과 일정을 고려하며 구석구석 터키와 주변 국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쓴 여행기는 외교사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발표가 매우 중요한 외교사 수업
보통 2인 1조로 나뉘어 10분 내외로 발표를 진행하게 됩니다. 교수님이 제시한 목록 안에서
주제와 순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3~14주차에 걸쳐 발표가 진행되며 결석하는 경우도 엄격하게 감점할
것이라고 강조하십니다. 그야말로 참여와 노력 자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과제입니다.
▲각자 주제를 정한 후 발표하는 친구들
지난 학기에 저는 파트너 없이 혼자 정리했고, 이번 학기에는 폴란드 친구와 함께했습니다. 지난학기에는 청일전쟁을, 이번 학기에는 대서양헌장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대서양헌장은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1년 윈스턴 처칠과 루스벨트가 대서양에서
발표한 14개조의 평화조항으로 된 구상입니다. 나치 독일과
일본의 비인간적인 학살을 성토하며 보편적인 당위성과 명분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강조하며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이것은 항상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동안 영국이 더 이상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대서양 헌장이 발표된 1941년
8월 14일 이후에도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은 결국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선전포고없이 감행한 진주만 공습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서양외교사의 흐름을 보여준 PPT
발표 마지막에 간단하게 이때까지 배운 강대국의 흥망을 설명해 보았습니다. 물론 영국은 지금도
선진국이고 강대국이지만 이 대서양 헌장 이후, 대영제국에서
미국의 동맹이자 1세계의 일원으로 그 지위가 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