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일]
한국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여정은 다들 짐작하시는 것처럼 길고 험난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조금 더 험난한 루트를 골랐는데...
김포-도쿄-런던-맨체스터를 지나는 여정이었습니다.
도쿄에서의 일은 이곳의 게시판에서 이야기하자니 조금 길어질 것 같고,
그렇다면 도쿄에서 맨체스터까지 향했던 여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도쿄에서 영국항공을 이용해 히드로로 향했습니다.
기내 방송이 모두 영어와 일본어밖에 나오지 않으니
이러다가 혹시 화장실도 못 찾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기내식도 꼬박꼬박 받아먹고 잠도 잘 자고 영화도 잘 봤습니다.
아, 화장실도 한 번 다녀왔습니다.
비행기에서 처음 받은 기내식입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죠?
사실 여기 쓰인 재료들이 좀 생소해서 그렇지 맛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이중에서 쌀밥이 가장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진짜입니다, 정말로. 쌀밥 최고, 쌀밥 만세.
두번째 기내식이 나왔네요.
이 쌀밥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기내식하면 떠오르는 그 약간 질컹질컹한 쌀밥 있죠?
마치 옆에 떠 있는 구름에서 물을 짜왔나 싶을 만큼 촉촉한 그 아이. 그런 느낌입니다.
좀 단촐해진 것 같다고요? 기분 탓일 걸요...?
드디어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누군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이라는데 사실 그렇지 않...
은 게 아니라 정말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 한 10분 넘게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럼 내가 내린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입니까...?
집은 조그마한 플랫에 잘만 살면서 공항은 답답한 것을 못 참나 봅니다.
우리는 입국 심사대로 바로 가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보라색을 따라 환승 게이트로 가게 됩니다.
남들 가는 곳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조금 초라할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의 소신대로 환승 게이트로 갑시다.
여기서 몇 시간 대기할 생각이라면 어서 빨리 짐 챙겨서 심사 하고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영국 국경을 넘어 환승 게이트에서 출국장으로 이동하면
정말 놀 것도, 먹을 것도, 볼 것도 많습니다.
그전에 우리는 유심을 삽니다.
영국 생활 하려면 유심은 필수죠!
로밍해서 생활하실 분이 없으실 거라 믿고 이 자판기에서 사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조금 비싸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부모님께 생존 소식을 전하기 위해 군말없이 샀습니다.
여러 옵션이 있으니 잘 보시고 가격과 조건에 맞는 것을 골라주세요!
제가 산 것은 쓰리라는 회사의 유심입니다.
무려 30파운드나 하는 앙큼한 녀석...
그래도 데이터가 12기가라 봐준다.
그걸 생각하면 영국의 통신 요금은 한국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양심은 있는 거죠, 회사가. 속도를 생각하면... (크흡)
암튼 여기 적힌 내 번호도 잘 외우고 유심 카드를 끼워줍니다.
핀이 동봉되어 있지 않으니 한국에서 핀을 가져오지 않으신 분은
캐리어 속 스테이플러 심을 꺼내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걸로 그 어려운 것을 해냈습니다.
출국장에 들어서서 간단한 심사를 거친 뒤 짐 수색을 합니다.
악명 높기로 유명한 영국의 짐 검사...
김포, 하네다에서 다 통과했던 제 캐리어도 한번 털렸습니다.
액체는 보통 투명 비닐백에 담아 통과시키는데 여기서는 그걸 꺼내보라고 하더군요...
크 여행을 대비해 들고 온 샘플이 많아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생각해보면 당당할 것인데 말이죠...
암튼 그것까지 마치면 이제 다양한 상점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해리 포터의 나라에 왔으면 해리 포터를 사야죠. 지갑을 엽니다.
누가 영국 아니랄까봐 익숙한 이름이 보입니다.
고든 씨... 램지 씨... 안녕들 하신가요?
가격이 무서워서 가보진 않았지만 얼마인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암튼 그리웠던 영국 브랜드와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대로 런던에 눌러앉고 싶어지네요.
이렇게 1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을 마치고 나면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합니다.
여성 분들은 되도록 공항 근처 숙소를 잡으시길 바랍니다.
저녁에 도착하면 이곳이든 어디든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기차역이 가까우니 저는 기차를 타고 제 숙소로 향합니다.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표지판만 따라가면 됩니다.
아, 그리고 캐리어는 맨체스터 공항에서 찾기로 김포에서부터 보냈기에
짐 옮기는 것도 여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표지판을 따라가면 한 건물에 들어서게 되는데
여기서 왼쪽의 엘리베이터를 타시면 바로 기차역으로 갈 수 있습니다.
기계든 창구든 기차표를 끊으셔서 피카딜리 역으로 갑니다.
저는 피카딜리 쪽 숙소거든요.
당일에 표를 끊는 것은 비싸지만 비행기 시각을 예측하기 힘드므로
당일에 끊으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워서 엄청 비싸지는 않습니다. 5,000원 정도.
기차에 타실 때 큰 짐을 어찌하냐고요?
아마 친절한 외국인이 한 손을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당신의 짐을 친절히 들어 옮겨줄 것입니다.
당신이 땡큐, 라고 하기도 전에 씩 웃고 이미 사라져버렸을 걸요?
그리고 기차에서는 짐을 짐칸에 몰아넣고 편하게 의자에 앉으면 됩니다.
쪽지가 꽂힌 자리는 예약석이니 그곳만 피해 앉고,
직원이 표 검사를 하면 당당하게 표를 보여주시면 됩니다.
드디어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역에 가까운 숙소도 많이 있으니 꼭 가까이에 잡으시길 바랍니다.
이 거리가 약간 유흥유흥한 느낌이라 밤에 여성 혼자서는 사실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모르니 조심하는 게 좋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 숙소로 가는 길의 인도가 너무 울퉁불퉁해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
제가 머문 방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제 자리는 아니고 모르는 사람 자리인데 더럽죠?
근데 실제로 보면 당신의 방과 큰 차이 없을 겁니다...
암튼 여자 전용 10인실 숙소였습니다.
잘 때는 매우 조용하니 큰 걱정은 마시기 바랍니다.
숙소 직원도 친절하고 짐도 맡겨주니 가격 대비 나쁘지는 않아요.
다만 샤워실과 화장실이...
제가 묵은 곳은 바로 이 '해터스 호스텔'입니다.
아마 유명해서 많이 나올텐데 일단 사진에 속지 마시고...
건물 외관은 그냥 여기 맨체스터, 아니 영국 건물들은 다 그렇게 예쁘게 생겼으니 속지 마세요...
제 생각에 이 호스텔 100년은 된 거 같아요...;;;
암튼 저렴한 가격 약 3만원에 하룻밤 묵기에는 가격 대비 괜찮았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제 드디어 6개월 간 몸을 누일 나의 제 2의 고향, 셰필드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