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2_폴란드를 여행한다면 크라쿠프로
이즈미르에서 함부르크까지 9만 원, 다시 크라쿠프까지 약 3만 원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떻게 터키에서 출발할 것인가였습니다. 터키 내부에서 이동할 때에는 정말로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터키에서 유럽으로 가는 교통편은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유럽 내에 저렴하게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일단 유럽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비행기, 버스, 기차 등 다양한 대안이 많기 때문입니다.
▲ 함부르크 공항에서
▲ 크라쿠프 공항에서
터키에서 유럽으로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즈미르에서 배를 타고 그리스를 거점으로 삼는 방법, 이스탄불에서 버스나 기차를 타고 불가리아나 그리스로 넘어가는 방법,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다가 이즈미르에서 독일로 가는 항공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도 절약하고 밤에 공항에서 휴식하며 영화도 보고 공부도 할 겸 함부르크를 거쳐 크라쿠프를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여행 일정과 비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즈미르 → 함부르크
(출발) 2019.06.05. 15:30 → (도착) 2019.06.05. 17:55
항공사 : 코랜돈항공(Corendon Airlines)
가격 : 59.79 EUR(약 81,175.69원, 2019년 8월 11일 기준)
비고 : 44.79 EUR= 항공료, 15 EUR = 수하물 추가
함부르크 → 크라쿠프
(출발) 2019.06.06. 08:20 → (도착) 2019.06.06. 09:55
항공사 : 라이언에어(Ryanair)
가격 : 15.38 EUR(약 20,881.12원, 2019년 8월 11일 기준)
비고 : ESN 국제학생 할인 15% 및 20kg 무료 수하물 제공
숙박: 2박 68.00 PLN(약 21,379.88원, 2019년 8월 11일 기준)
비고: 도미토리, 무료 조식 제공
항공비: 102,056.81원
총비용: 123,436.69원
저는 현지에서는 충분히 돈을 쓰는 편이지만 교통비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절약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일례로 베네치아에서 먹물파스타도 먹어보고 피렌체에서는 티본 스테이크와 곱창버거를 실컷 먹었지만, 이동할 때에는 국제학생 할인을 받아 버스표를 구입하여 비용을 절약했습니다. 크라쿠프로 이동하는 방식도 이와 같았습니다.
크라쿠프가 어디야?
▲ 크라쿠프 위치 (구글지도 참고)
그런데 크라쿠프를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사실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를 제외하고 다른 도시들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습니다. 크라쿠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여행을 준비하기 전에는, 그리고 책 몇 권을 읽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방문하고 나서는 저렴한 물가, 쾌적한 환경, 다양한 볼거리 등 굉장히 만족스럽게 둘러보았던 도시입니다.
▲ 크라쿠프에서 버스를 타고 방문할 수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크라쿠프는 과거 폴란드의 중심지로 바르샤바가 수도인 지금도 제2의 도시로 번영을 구가하는 도시입니다. 바르샤바가 2차 세계대전으로 겪으며 도시가 파괴되는 참상을 겪었지만 비교적 잘 보존된 크라쿠프는 구시가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인근에 있는 소금광산과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크라쿠프입니다. 이제는 유명해진 프라하, 부다페스트, 빈보다 덜 유명한 곳이기도 해서 한가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근세 중부 유럽의 강자였던 폴란드
흔히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침략한 나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폴란드는 근세까지 근세 유럽의 강국이었습니다. 이때 윙드 후사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정예 기병대 윙드 후사르는 1683년 제2차 빈 공방전에서 활약을 펼쳐 오스만 제국을 격퇴하는데 큰 공을 세웠던 부대입니다. 오스트리아를 방문할 때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반지의 제왕 3편 곤도르 공방전에서 오크를 향해 돌격했던 로한 기마대의 모티브가 바로 제2차 빈 공방전에 참전한 윙드 후사르입니다. 이 외에도 윙드 후사르는 러시아, 스웨덴 등 다양한 군대와 싸우며 승리를 거두며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은 중부 유럽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7세기 대홍수(Potop)라고 불리는 역사적 사건을 맞이하며 폴란드는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카자크는 반란을 시작으로, 이들을 돕기 위한 러시아의 참전, 스웨덴의 가세까지 이어지면서 그 기세를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그 후에는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가 폴란드 영토를 나누어 지배하는 상황까지 겪게 되고(폴란드 분할), 나폴레옹 시기 잠시 부흥하였지만 워털루 전투 이후 다시 폴란드는 분할됩니다.
그래도 도시의 풍경은 아름답다
▲ 크라쿠프 중앙광장
이런 시련 속에서도 크라쿠프는 도시의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갈릴레이보다 먼저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가 크라쿠프 대학교에서 공부했을 정도로 원래부터 크라쿠프는 교육과 학문의 중심지였으며, 크라쿠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지배시절 때에는 상당한 자치를 회복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크라쿠프는 비교적 유연한 자치 덕분에 다시 한 번 부흥의 전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 도시가 정비되고 행정체계가 구축되었는데, 그 과정이 도시박물관에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 바벨 성에서 찍은 크라쿠프 전경
▲ 성모승천 성당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 방문할 수 있는 구시가지의 중앙광장은 바로 크라쿠프의 경제적 번영을 보여주는 건물입니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의 성모승천 성당과 바벨 성과 같은 주요 명소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비극적인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기도 한 크라쿠프
▲ 게토 영웅광장(Ghetto Heroes Square)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절멸하기 위해 세운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크라쿠프 인근에 있는 만큼, 이에 관련된 관광지도 크라쿠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용소로 가기 전에 유대인들이 모였던 장소에 조성된 게토 영웅광장(Ghetto Heroes Square)이 바로 그곳입니다. 트램이나 버스를 타고 역에서 내리면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 크라쿠프 시내에서 트램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
이 외에도 숙소에서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를 도착한 후 하루 정도 넉넉하게 걸으면서 살펴볼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폴란드 아이스크림을 먹어 볼 수도 있습니다. 구시가지를 지나 쭉 걸어가면 중앙역으로 이동하기도 쉽습니다. 첫 여행지로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2편 정도 크라쿠프의 주요 명소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 와플과 케이크가 각각 약 1500원 내외
▲ 햄버거와 슈니첼이 약 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