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듄45
엘림듄은 석양을 보기에 좋고, 듄45는 일출을 보기에 좋은 언덕이래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꽃보다 청춘 4인방이 나미비아를 다녀오면서 정말 유명해졌죠.
그때 4인방이 갔던 사막 언덕들이 다 이 근방에 있어요. 엘림듄, 듄45, 소서스 블레이, 데드 블레이..
저와 친구들도 처음 도착한 날에 근처 캠핑장을 찾아 들어갔어요.
저희 계획은 오후에 들어가 짐 풀고 곧바로 엘림듄을 가서 석양을 보구,
돌아와서 잔 다음에 다음날 새벽 일찍 듄45 보러 떠나려고 했습니다.
근데 입구에서 문지기 아저씨가 저희를 창문에서 딱 보더니,
하이, 미스터 리?
와 저희 진짜 놀랬어요 ㅋㅋㅋㅋㅋㅋ 그때 운전하고 있던 친구가 또 이씨였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 미스터 리 인거 어떻게 알았냐고 웃으니까 왠지 그럴 것 같았대요. 요즘 한국인 많이 온다면서 ㅋㅋ
정말 유명해졌나봐요.
태양이 뜨기 전 어슴푸레 할 때부터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일렬로 사막의 능선을 걷는데 3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저희처럼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 연인, 아직 잠이 안 깬 어린 아이들을 손잡아 끌고 들쳐 메고 온 가족들..
높은 곳까지 오르는 것만 해도 이래저리 30분-1시간이 걸려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산을 올라가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뒤에는 사람들이 쪼르르 따라오기 때문에 또 아주 천천히 갈수도 없어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크게 뒤쳐지지 말고 꾸준히 올라가는 것이 관건입니다.
적당한 꼭대기 높이에 왔다싶으면 자리잡고 앉아서 일출을 기다립니다.
처음엔 추워서 수건으로 목도리도 두르고 꼭꼭 싸매서 올라왔죠.
추운 공기에 몸은 더워지고. 입김이 하얗게 나던 아침이 태양이 산 위로 떠오르면 점점 모래를 따듯하게 데워요.
그러면 사람들도 이제 신이 나서 (사실 아래까지 또 이렇게 천천히 걸어내려갈 수는 없잖아요 ....)
모래위를 데굴데굴 구르고, 뛰어내려가고, 발장난 손장난 치면서 아침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요. 평화로운 사막의 아침이예요.
사막의 또 다른 아름다움은 분명 그림자입니다.
저는 대자연에서는 항상 맨발로 다녔어요 ㅋㅋㅋㅋ
모래산의 능선은 정말 날카로워요. 발길이 안닿은 산의 단면을 보면 정말 예리합니다.(발이 베이는게 아니지만요.)
위의 사진처럼 모래산의 칼날을 사람들이 밟아가며 발 자국을 내놓았는데,
눈을 감고 이 스텝들을 발 끝으로 살며시 더듬더듬 찾아가며 걸어봤어요.
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 사막 산의 꼭대기에 서면, 이 모래 다음엔 바로 하늘이거든요. 하늘과 나 사이에 아무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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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드 블레이.
데드 = dead, 블레이 = vlei. = 호수.
죽은 호수라는 말입니다. 이 곳은 천 년 전에는 호수였다고 해요.
그 당시 호수 바닥 뻘에 뿌리박고 살던 나무들이, 지금 호수가 마르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풍경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사막이니까 습기가 거의 없어 나무나 물건이 썩을일이 잘 없고,
또 분지 지역이라 바람이 많이 안 부나봐요.
여러가지 이유로 고목이 천 년을 한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여건입니다.
멀리서 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이곳을 또 맨발로 걸어보고, 사람들과 떨어져 조용한 구석에 앉아 모래가 쓸리는 소리, 바닥의 흙이 부서지는 소리,아이들이 웃는 소리.... 사막의 소리를 들어보고 색색의 글자로 이 공간을 표현해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