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구촌 특파원 5기 ONDA입니다.
첫 칼럼에 너무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부담감이 높아지네요.
댓글들을 읽어보니, 중국 풍경과 제 석사생활 이야기를 주로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오늘은 중국 대학교 석사 유학생들이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럼 슬기로운 석사생활 시작해 볼께요.
1. 학교 행정
报到를 완수하면 이 연구생증에 도장을 찍어줍니다. 모든 도장이 찍혀야 졸업이예요!
작년 여름 报到하러 紫金港캠퍼스 간날. 비가 추적추적 내려 유난히 힘들었어요.
중국의 모든 학생들은 학기초에 报到라는 걸 해야합니다. 말그대로 학교에 도착했다는 것을 보고하는 것인데요, 이때
학비도 내고, 랩실 자리 배정도 받고 여러가지 일들이 이루어 집니다.
중국인 학생들은 본인 소재 학원(단과대학)에서 진행하면 되는데, 외국인 유학생들은 지도교수님 서명, 소재 학원 서명을 거친 서류를 유학생관리처(국제교육학원)에 제출해야지만 报到절차가 마무리
됩니다.
다음에 한번 소개하겠지만, 절강대는 5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고(한국 대학으로 생각한다면 이원화
캠퍼스), 그 중 국제교육학원은 紫金港캠퍼스 이며, 제가
소속된 인문학원(인문대학)은 西溪캠퍼스이고, 둘 사이 거리가 택시로 30분 정도 걸리기에, 매번 报到때마다 여행을
떠나듯이 짐을 챙겨 紫金港캠퍼스로 향합니다.
먼 거리와 느린 일처리로 인해 할때마다 세네시간씩 줄서는게 당연한일이지만, 이 报到를 마쳐야 제가 이번학기 등록을 한 셈이라서 매 학기 시작마다 빼먹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죠.
2. 강의
중국 대학교 강의도 첫 시간은 O.T로 이루어 집니다. 이때빠지면 학점에 타격이 커요!
수강신청을 중국에서는 选课라고 하는데
절강대의 경우 系统(종합정보시스템)에서 연구과정에 따른 커리큘럼에 맞춰 이후 듣고 싶은 모든 과목을 저장한 후, 그 강의가 열릴때마다 수강신청을
진행해요. 수정도 가능해서 저는 입학 초에 무려 50학점을
넣었고, 교양과목 한과목을 제외하고 모든 과정을 이수한 지금 30학점을
채운 상태입니다.
실기 강의에 청강을 갔는데, 저는 이론을 연구하길 잘 했다는 생각만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중국 대학교의 강의는 예술사 과목에 한해서는 60% 교수님
일방형 강의, 20% 토론식 강의, 20% 발표식
강의로 이루어집니다. 보통은 중간, 기말고사가
없고, 기말 논문으로 대체하는데 중문 3000자에서 5000자 정도를 요구합니다.
랩실에서 보이는 풍경. 은행나무를 보니 가을이었네요.
발표나 논문의 주제는 예술사 전공의 특성상, 보통 한 화가를 연구한다든지, 작품을 연구 한다는지 하는 주제 였는데, 저는 교수님들이 한ㅡ중 비교 쪽으로 연구하기를 계속 요구하셔서, 대부분 “00작품으로 보는 한-중 회화예술의 영향” 이런 식으로 주제를 잡았고, 지금 졸업논문도 비슷한 류로 진행하고 있어요.
이집트 피라미트 강의 과제 중간 완성본. 최종완성본은 유출 금지 서약을 써서 올릴 수가 없어 아쉽네요.
가장 기억에 남은 강의는, 작년 가을 학기에 들었던, 미국 하버드대 교양 강의였습니다. 절강대의 예술과 고고학관련 전공학생들이 미국 하버드대학교 강의를 화상으로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설되었고, 저도 참여했습니다. 강의 주제는 “VR과 3D프로그램으로 보는 이집트 피라미드 연구”로 미국의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연구 결과를 제 눈으로 볼 수 있다는게 매우 흥미로웠어요.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한국 학생들에게도 익숙한 zoom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첫 시간과 마지막 시간의 자기소개와 강의 감상을 이야기 할 때 빼놓고는 저희쪽은 화면을 활성화 시키지 않고 참석한지라, 다른 친구들도 하버드 대학교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고 강의 시간에 제 방에 찾아와서 의도치 않게 단체 수업이 되기도 하고, 영어가 부족한 저에게 통역도 해주면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다만, 과제가 Xdesign 프로그램으로 피라미드의 일부를 3d로
재현하라는, 문과길만 걸어온, 다룰줄 아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오피스가 전부인 저에게 너무나도 힘들 었던지라, 강의는 재밌었으나, 과제는 가장 힘들었던 수업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3. 세미나 참여
1년 내내 학교에서는
외부 교수 및 연구자들을 초정해서 많은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캠퍼스에 대자보로 붙은 것을 보고
갈때도 있고, 전공 단톡에 홍보를 볼때도, 학교
홈페이지 공지로 알게되서 참석할 때도 있습니다.
작년 9월에는 학교 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영미권 유명 대학 박물관 교수와 학예사 분들을 초빙해서 이틀동안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세미나의 질도 높았지만, 발표는 영어로 하신 분들이 토론에 갑자기 유창한 중국어를 사용하셔서 두번 놀라고, 모국어(영어)로만 연구해도 장애물이 없는 분들도 중국어를 높은 수준으로 구사한다는 것에, 저 역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느꼈어요.
때로는 세미나에 통역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사실 중국에 온
초반에는 제 중국어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통역을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해보니 통역을 하면서 오히려
중국어도 늘고, 한국어도 늘고, 영어도 늘어서 이제는 학업에
지장이 안가는 선에서 많이 참여하려고 해요. 더불어 해외 여러교수님들과 대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학문의 깊이를 늘리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 통역의 경우 급여가 있을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학업비자로 급여를
받는 일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혹시 중국을 유학하고 계시면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분들은
잘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부분 학교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에 통역으로 참여하면서 장학금으로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4. 휴식과 여행
자전거 타고 서호에 가는 길
오늘도 물멍
대학원생이라고 1년 365일 공부만 하진 않아요. 저희도 쉴때가, 놀때가 있습니다. 항주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는 서호가 마음의 안식처일 것 같아요. 힘들때면 자전거를 타고 서호로 가서 넓은 호수를 보면서 산책하거나 가만히 앉아 물멍(불멍 대신)을 때리기도 하죠. 그러다보면 잡생각도 없어지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요. 졸업하고 자국으로 돌아간 학생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장소가 서호이기도 합니다.
보통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요리를 해서 모일때도 있고, 한 친구가 전적으로 담당해서 대접해줄 때도 있어요.
가끔은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서, 이방인으로써 유학생으로써 느끼는 힘든점을 나누고 서로 응원받기도 해요. 항주는 비가 올때가 많아서, 너무 답답해서 바람쏘이러 나가고 싶은데 비가 온다면 무조건 방콕하고 요리해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죠.
상해박물관
북경 청화대학교 박물관
북경고궁박물원
예술사라는 전공 특성상 박물관에 자주 방문하게 됩니다. 항주
내의 박물관뿐만아니라 근처 상해, 남경 혹은 멀리 북경도 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있다거나 하면
달려가야하죠. 다행히 항주에서 高铁(중국의 KTX)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상해의 상해박물관과 1시간 반 거리의 남경박물관이 제가 연구하는
회화작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들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애초에 강남지역을 절강성을 선택한 이유도 이것이였죠.
1년반 동안의(지난 학기는 코로나로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석사기간 동안
상해는 약 4번 남경은 2번 북경은 2번 방문하고, 심지어 방학때는 대만도 방문했습니다. 박물관 답사를 핑계로 그 지역을 여행하면서, 심지어는
교수님께 양해드리고, 강의를 빠지기까지 하니, 제
석사생활에서 가장 큰 일탈은 여행이 아닐까 합니다.
석사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니 글이 경직되고 재미없는 것 같아 걱정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마지막에 많은 지역을 여행했다고 했는데, 조만간
여행일지도 정리해서 여러분께 찾아뵙겠습니다. 강의나 학교 행정에 대해서 어떤 특정 부분이 궁금하지다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