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구촌 특파원 8기 고슴도이치입니다.
제가 독일에 도착한 게 엊그제 같은데(3월 1일)
벌써 5월 중순이라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 요즘입니다ㅠ
아직 독일에서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독린이지만
오늘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독일의 특이점들을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하나하나 세세하게 따져보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것 10가지만 추려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고 궁금하신 점은 댓글 남겨주세요 :)
1. 환경을 놀랄 만큼 많이 생각하는 나라
독일은 환경을 놀랍도록 아끼는 국가이다.일상 속에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들어 있고, 제도에도, 대화 속에도 환경 관련한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에는 그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독일의 환경 관련 정책으론 'Pfand(판트)'라는 제도가 있다. 이는 병이나 캔을 마트에 돌려주거나 카페에 일회용 컵 혹은 빨대를 돌려주면 그 대가로 돈을 돌려받는 제도이다.
판트는 정말 모든 독일인들이 매일 애용하기 때문에 잘 알아두는 게 좋다. 하지만 나는 초반에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애를 먹었기 때문에(좋은 제도이고 아주 흔한 제도인 거 다 알겠는데...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음),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아래 사진만 보시면 판트에 대한 모든 게 숙지되실 겁니다 :)
마트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판트 기계:
왼쪽 큰 원 속으로 병이나 캔을 넣고, 다 넣은 뒤엔 오른쪽 초록 버튼을 누르면 영수증을 줌
영수증은 이렇게 생겼고, 넣은 병/캔의 개수와 크기에 따라 찍혀 나오는 금액이 달라짐
이걸 계산대 직원분께 보여드리면 영수증에 적힌 금액만큼 돌려받을 수 있음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면, 어느 카페에서든 무조건 이것과 같은 모양의 컵만 줌
(큰 사이즈는 초록 컵, 작은 사이즈는 갈색 컵)
이 모양의 컵을 받았다면 그건 판트의 대상이라는 뜻 - 어느 카페에 갖다주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음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구매한 병 초코우유
이런 것도 마찬가지로 판트가 가능
하지만 여기서 유의할 점:
병/캔이라고 해서 모든 게 판트가 가능한 건 아님.
병의 경우, 이 사진의 바코드 바로 위 흰 글씨로 'Pfandglas'라고 쓰여있는 것처럼,
'판트 병'이라는 표식이 있어야만 판트 가능
캔의 경우, 이 사진의 바코드 바로 위에 있는 그림이 있어야 판트 가능
또 다른 독일의 환경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제도는 바로 분리수거인데, 사실 분리수거는 우리나라도 이미 굉장히 세부적으로 분리해서 처리하기 때문에 처음엔 '얘네 이게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자부심 갖는 거지..?'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땐 정말 확실히 분리수거가 잘 되고 있는 게 맞다. 물론 내가 유럽 전 국가를 방문해보진 않았고, 올해 들어 방문한 유럽 국가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전부이기 때문에 단정지을 순 없지만, 주변에 유럽 다른 국가에서 독일로 온 교환학생들(Erasmus students)의 말을 들어보면 자기는 이렇게 꼼꼼하게 분리수거 하는 나라가 있는 줄 몰랐다며 독일은 분리수거에 있어 엄청 깐깐한 나라라고 '반 칭찬 반 불평'하는 걸 자주 들었다.
이 사진 상으론 지금 자리가 바뀌어 있긴 한데
Grünne Tonne(초록색 통): 음식물 쓰레기
Schwarze Tonne(검은색 통): 일반 쓰레기
노란색 비닐봉지: 비닐류, 플라스틱류
꼭대기 빨간 통: 병류(병은 병 색깔별로(ex. 갈색, 초록색, 투명 등) 분류해서 버림)
파란 종이가 붙어 있는 회색 통 2개: 종이류
2. 자전거가 보행자보다 우선인 듯한 나라
독일에는 자전거 도로가 어딜 가든 있다. 물론 도시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Tübingen 지역은 보행자보다도 오히려 자전거가 우선인 것 같다는 느낌을 매일같이 받는다. 예를 들어 자전거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보행자가 그들을 알아서 피해 줘야 한다 - 자전거는 속도를 줄이지 않기 때문.
처음엔 자전거 도로도 구분이 잘 안 돼서 자전거 도로로 다니다가 지나가는 자전거 주인에게 큰 소리도 들어봤지만 그 이후론 항상 길 다닐 때 자전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니는 중이다. 물론 적응되면 그냥 일상적으로 잘 피하게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자전거를 애용하는 건, 어쩌면 환경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의 방식 중 하나가 아닐까?
3. 식료품 물가가 굉장히 저렴한 나라 (유럽 공통: 외식 물가는 어딜 가든 비쌈)
말 그대로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식료품(Grocery)의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사실 마트 물가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장을 본 품목들의 영수증 사진이다.
치아바타 빵 큰 거 1개
방울토마토 500g
납작복숭아 500g
사과 2kg
두루마리 휴지 8개 세트
토마토 500g
견과류 200g
삶은 달걀 1판(10개)
오렌지 1kg
= 한화 약 18,000원
저 날은 과일을 유난히 많이 산 날이었는데도 저 정도였다. 한국에선 사과 2kg에 방울토마토 500g만 사도 18,000원 나올텐데...
물론 독일 외식 물가는 일반적인 유럽 물가와 비슷하다. 저렴한 편이 아니다. 따라서 독일인들은 대부분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외식(레스토랑처럼 서빙을 받는 곳에서 먹는 것)을 하는 날은 특별한 날이라는 뜻.
4. 책을 언제 어디서나 꺼내 읽는 나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한국과 달리, 독일에는 책을 보거나 멍하니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것도 도시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 경험상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처음엔 너무나 신기했다.
이때 책을 읽는다는 건 무슨 어려운 철학책만을 읽는다는 게 아니다. 가벼운 소설(판타지, 추리 등)을 읽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았다. 이처럼 휴대폰을 하지 않고 종이책을 읽는다는 거 자체가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독일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다. 길거리 벤치에서도, 광장 계단에서도, 공원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을 늘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아래와 같은 작은 책방/서점들도 도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5. 기차 연착이 밥먹듯이 되는 나라
독일 기차의 연착 스토리는 아주 유명하다. 누가 독일을 시간을 딱딱 지키고 칼같은 국가라고 했던가...
물론 철로 시스템 하나로 한 국가를 깎아내리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팩트를 전달하는 것 뿐...독일에서 어딘가 여행을 갈 때 기차를 이용한다?! 그럼 내가 그 여행을 오갈 때 이용할 기차들 중 최소 한 대는 연착될 것이다. 90%의 확률로.
연착 이유도 참 가지가지...이날은 그래도 연착 시간이 굉장히 짧았던 편으로, 운이 좋았다.
30분~1시간까지도 연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늘이라도 예뻐서 연착을 견뎠던 어느 날
6. 에너지 드링크와 초콜릿의 종류가 어마무시하게 많은 나라 (유럽 공통: 음료를 사랑함)
독일 마트에 들어가면 한국과 다른 품목에서 굉장히 다양한 종류를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에너지 드링크와 초콜릿.
특히 음료 코너가 마트의 최소 1/4은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데, 술도 술이지만 에너지 드링크의 종류도 정말 대단하다. 초콜릿은 Ritter Sport(리터 스포트)와 Milka(밀카)의 원산지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다양한 맛을 판매한다.
사실 음료 사랑은 유럽 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인 것 같다.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할 때, 한국은 음식을 먼저 말하고 마지막에 웨이터가 "더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라고 물을 때 비로소 음료를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렇게 물어도 보통 "아니요, 괜찮습니다"하는 경우가 대다수.
하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특히 스페인에서 많이 느꼈다). 테이블에 앉은 뒤 5분도 안 돼서 웨이터가 오고, 마실 것 주문을 따로 받아간다. 그리고 마실 것을 서빙해 나올 때 메인 음식을 주문받아 간다. 물론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은 눈치라면 음료만 주고 일단은 자리를 뜬다.
그만큼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 '마실 것을 사랑하고 특히 식당에선 당연시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는 것 같다. 아래는 내가 마셔본 에너지 드링크들, 그리고 마트에서 본 수많은 종류의 리터 스포트/밀카 초콜릿.
7. 뮤즐리와 프레첼, 맥주를 거의 주식인마냥 자주 즐기는 나라
말 그대로다. 독일에서 뮤즐리, 프레첼, 맥주를 빼면 섭하다. 사람들이 아주 즐겨 찾는 음식이다.
물론 다른 독일의 전통 음식들도 많지만, 특히 이 3가지는 내가 그동안 독일에서 거주하면서 느끼기에 가장 부담 없이, 너나 할 것 없이 쉽게/자주 찾는 음식이기에 꼭 한번쯤 언급하고 싶었다.
뮤즐리는 보통 아침식사로 우유와 먹는 사람들이 많고, 프레첼은 버터프레첼/일반프레첼 이렇게 두 종류를 항상 같이, 모든 베이커리에서 판다. 맥주는...정말 물만큼 저렴하다. 독일은 식당에서 물을 무료로 주지 않기 때문에 주문하려고 메뉴판을 펼치면 맥주와 가격이 비슷해서 '그냥 맥주 시켜야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였다. 마트에서는 저렴한 경우 맥주 0.33L 병 6개에 한화 약 5,000원 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엔 더 유익한 글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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