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ry den (안녕하세요) !
체코 프라하에 있는 지구촌특파원 8기 이서입니다.
한국은 요즘 축제를 즐기는 데 한창인 것 같아요. 여기 체코는 본격적인 시험기간이 시작되었고 다음 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종강을 맞이해요. 저는 비록 4과목밖에 수강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기말과제 준비로 바쁘게 살고 있어요.
오늘은 프라하 성에 견주기 위해 지은 궁전, 발트슈타인 궁전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황제의 궁전인 프라하 성과 감히 경쟁할 생각을 한 이 야망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 궁전을 지은 발트슈타인 장군이 누구인지, 그리고 발트슈타인 궁전이 프라하 성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지 함께 보도록 해요!
1. 발트슈타인 궁전은 어디에 있을까요?
발트슈타인 궁전은 체코 프라하의 말라 스트라나에 있는 궁전이에요. 프라하 성과도 위치가 무척 가깝죠. 다만 프라하 성은 긴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고도에는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발트슈타인 궁전의 정원 내부에서도 높게 솟아오른 프라하 성을 찾아볼 수가 있죠. 사진 속에 숨겨진 프라하 성, 다들 찾으셨나요?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발트슈타인 궁전과 프라하 성, 어느 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나요?
2. 발트슈타인 장군은 누구일까요?
그렇다면 황제와 견주기 위해 프라하 성보다 더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자 한 발트슈타인 장군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함께 살펴볼까요? 알브레이히트 폰 발트슈타인(Albrecht Wenzel Eusebius von Wallenstein)은 보헤미아 왕국의 제국 군대를 지도하는 장군이자 정치가였습니다. 1583년 9월 24일, 발트슈타인은 가난한 개신교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추후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보헤미안 지주였던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한 뒤 그녀가 결혼 5년만에 이른 나이로 사망해 원래 그녀의 소유였던 상당한 재산을 얻게 되었어요. 이후 베니스 공화국과의 그라디스카 전쟁을 시작으로 프로테스탄트 보헤미아 반란에서 가톨릭을 위해 싸우며 군인으로서의 경력을 키워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의 야망과 능력을 시기했던 탓일까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보헤미아, 헝가리, 크로아티아의 왕이었던 페르디난트 2세가 자신을 경계하기 시작하자 1630년 발트슈타인 장군은 전역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개신교 군대와의 싸움에서 가톨릭 군대가 계속 패배하자 페르디난트 2세는 능력 있던 발트슈타인 장군을 떠올리게 됩니다. 복귀한 발트슈타인은 알테 베스테 전투에서 당시 스웨덴을 유럽 강국으로 키워 온 스웨덴의 왕 구스타프 아돌푸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돼요.
그러나 발트슈타인은 계속되는 전쟁에 회의감을 느끼고 전쟁이 수십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해 1633년에 일련의 휴전 협정을 맺었어요. 그러나 그를 시기했던 이들이 발트슈타인을 배신 혐의로 기소했고, 이전부터 발트슈타인을 경계해왔던 페르디난트 2세 황제는 발트슈타인 암살을 명령하게 되죠. 위험을 감지한 발트슈타인은 부대를 이끌고 베른하르트 왕자를 만나기 위해 지금의 카를로비바리 지역에 있는 마을인 에게르로 향하게 돼요. 그러나 에게르에 도착한 후 자신의 부대에 있던 고위 장교들에게 암살당해 1634년 5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어요.
3. 발트슈타인 궁전, 함께 봐요!
발트슈타인 궁전은 1623년에서 1630년 사이에 신성 로마 제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였던 발트슈타인이 프라하 거주지를 목적으로 지었어요. 여러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건설 작업에 참여했죠. 그러나 이 아름다운 궁전을 지어 두고서 발트슈타인은 1634년 사망 직전까지 일 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만 궁에 머무를 수 있었어요. 발트슈타인이 실제로 궁전에 머문 기간은 모두 합쳐 80일에 불과했다고 하니 너무 아쉬운 일이죠.
발트슈타인은 반역자로 선언되어 암살되었기 때문에 황제는 그의 재산을 몰수할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유였죠. 그러나 발트슈타인의 먼 친척이었던 막스밀리안이 이 궁전을 구입한 이후 300년 동안 그의 가문 사람들이 이 궁전에 실제로 거주했어요. 1945년부터는 국가의 소유가 되었답니다.
발트슈타인 궁전의 정원에는 입장료가 없어요. 두 개의 문을 통해 자유롭게 들어가 구경하면 돼요. 발트슈타인 궁전은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인 AAU 바로 근처라 Visual Literacy 시간에 Field Trip으로 다녀왔어요. 꼭 미로 같은 정원길 너머로 보이는 주황빛 지붕이 참 예쁘죠?
여기서 왼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아름다운 분수가 보여요. 그 너머로 노란 꽃이 잔뜩 피어있는 정원과 그 사이에 난 길을 걸으며 여러 조각상들을 볼 수 있어요.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각상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거예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요? 가운데에 난 문으로 들어가면 천장과 벽면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를 볼 수 있어요. 천장에는 전쟁의 신이 마차를 타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교수님이 설명해 주시기를 전쟁의 신처럼 묘사된 사람은 다름아닌 발렌슈타인 장군이라고 해요. 이곳의 프레스코화는 발렌슈타인 장군의 능력과 업적을 기념하는 작품인 셈이죠.
왼쪽으로 돌아나오면 이렇게 동굴에 달려 있는 종유석같은 무언가와 철창이 나와요. 저 철창 안에는 뭐가 있을까요?
바로 부엉이에요. 게다가 한 마리도 아니고 꽤 많은 부엉이들이 횃대에 앉아 있더라고요. 부엉이를 이렇게 많이 본 건 처음이라 놀랍고 신기했어요.
발트슈타인 궁전은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정원 곳곳에 있는 분수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오리 부부를 만날 수도 있죠. 날이 더워지면 조그마한 분수대에 퐁당 뛰어내려 잠수도 하고 수영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번에는 정원 오른쪽으로 가 볼까요? 이곳에는 아까 봤던 분수들과는 달리 규모가 큰 연못을 볼 수 있어요. 이곳에도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어요. 팔뚝만한 비단잉어들이 각각의 색을 뽐내며 햇빛을 받아 찬란한 물결 아래서 유영하고 있는데다가 조그마한 오리들이 잠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죠.
그리고 연못 주변을 돌다 보면 공작도 볼 수 있어요. 여러분, 하얀색 공작을 본 적 있으세요? 저는 AAU 정원에서 공작을 하도 자주 보다보니 공작을 봐도 별로 감흥이 없는데 하얀 공작은 처음 봐서 새롭고 신기했어요. 꼬리가 짧은 암컷 공작과 긴 꼬리를 가진 수컷 공작, 이렇게 두 마리를 함께 봤어요. 색깔이 새하얗다보니 색색깔의 공작보다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느낌이었어요.
오늘 저와 함께 구경한 발트슈타인 궁전, 재미있게 보셨나요?
그럼 다음 칼럼으로 또 찾아뵐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