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를 떠나 짐바브웨로 갑니다. 빅토리아 폭포를 가기 위해서요.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타고 넘은 남아공-짐바브웨 국경.
꼼짝 못하고 10시간을 앉아있다가 새벽에 넘은 국경에서는 왜 이리 시간이 또 걸리던지...
한 밤중에 버스에서 다 내려 출국 신고, 비자 사고, 입국 신고하고, 짐 검사 하면서 세네시간 밖에서 몸 꽁꽁 얼렸답니다.
이런게 육로이동 여행의 특징이겠죠?
밤부터 달린 차가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 불라와요 시내에 우리를 내려줬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낮을 꼬박 기다린 뒤 밤 기차를 타고 빅토리아 폭포로 가야 합니다.
하루는 밤 버스, 하루는 밤 기차. 숙소비도 아끼고 이동도 하니까 괜찮은 방법이긴 한데 어제 몸을 구긴 채로 하루를 보냈더니.... 오늘은 기차가 침대칸 이니까 좀 낫겠지? 하면서 기대를 가져봤습니다.
아점을 천~천히 먹고 불라와요 역으로 갔는데 역 안에 티켓 부스도 문을 아직 안열어서
그 앞 벤치에 일단 우리의 짐을 다 풀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랑 역 근처 시내로 다시 나가서 간식거리 사와 아이스크림이랑 과자 까먹으면서 시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취한 아저씨가 들어왔습니다.
머리는 지저분한 레게머리에 술을 한 잔 하셨는지 막걸리 쉰 냄새를 풍겼는데
한 쪽 어깨에 뮤직박스를 메고 흥이 한껏 오른 채로 역 안으로 들어오셨어요.
그러더니 노래를 틀고 춤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흥이 좋을 수가 없어요 오리지널 스웩!
손가락으로 찌르고 찌르고 찌르는 춤을 한 바탕 추시면서 중간중간 우유팩 모양의 맥주를 마시면서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짐바브웨 전통 맥주였습니다) 노래 한 곡이 끝날 때 까지 신나게 흔들어대셨어요.
역 직원들이랑 저희한테도 막 같이 추자고 손 잡고 방방 뛰고 ㅋㅋㅋㅋ
직원들도 기분이 좋은지 아저씨를 쫓아내지 않고 같이 박수치고 놀았습니다.
지루한 우리에게 아주 감사한 분이었어요. 한 곡이 끝나자 또 홀연히 떠나시는 세상 쿨 한 사람 ㅋㅋㅋㅋ
짐바브웨 사람들 재밌구나!!!! 느낀 에피소드였습니다.
불라와요 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기차들.
아래는 그 시간표이다. 매일 있는게 아니기때문에 요일별 출발시간을 체크해야 합니다.
하라레, (짐바브웨 수도)
빅 폴스 (빅토리아 폴스)
치레지, 혹은 치레드지?
기본적으로 요렇게 3 곳을 운행하는 것 같아요.
해리포터 기차!!
다 찌그러져 가는 기차ㅎㅎ
낡기도 낡았지만 너무 앤틱했어요.
잘 달리다가 덜컹할 때면 이거 갑자기 탈선해서 제 3 세계로 가는거 아니냐고 저희끼리 농담을 ㅋㅋ
밤새 천천~히~ 천천~히 빅폴로 올라갑니다. ㅎㅎ 시속 50 km 될려나? 차 보다도 느린 것 같아요.
여느 아프리카처럼 기차를 탄 밤에도 달이 지고 자정이 가까워오니까 하늘에 별이 새하얗게 뜹니다.
창문이 꽉 안 닫혀서 밤에 너무 추웠지만...
밤이 추운 계절만 아니라면, 한번쯤 이 밤기차를 타면서 머리 맡에 별빛을 깔아 놓고 잠 드는 것도 멋진 경험일거예요.
7월에 아프리카를 가신다면 꼭 겨울용 침낭을 가져가셔야 합니다 여러분..
이 기차를 타실 때도 꼭 모든 옷을 다 껴입으시길 바래요.
새벽 내내 덜덜 떨어서 그런지 아침이 밝았을 때 다들 비몽사몽했습니다.
우리 핸드폰 맵스미가 위치를 제각각으로 잡아서 누구 하나 우리가 어디쯤 왔는지 믿을 수가 없었어요.
아직 빅폴 아니겠지, 아니겠지.
표에 써있는 도착시간은 이미 지났긴 했는데... 어차피 빅토리아 폭포가 종착역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있었는데
어떤 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어요.
깜짝 놀라 나가서 물어보니 여기가 빅폴이라고!!! 이 기차는 차고지(?)로 가기때문에 지금 다 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짐도 안 쌌는데 ㅋㅋㅋㅋㅋㅋ 기차 다시 시동 거는 중ㅋㅋㅋ
깜짝 놀라서 다시 저희 칸에 들어가서 우선 물건들을 저 창문으로 죄다 내던지고 몸은 나중에 빠져나왔습니다 ㅋㅋ
나와보니까 일찌감치 내렸던 사람들은 다 흩어지고 우리는 또 아침 햇살에 멍하니 앉아서 짐 정리하다가 ㅋㅋㅋㅋ
빅토리아 폭포를 찾아 떠났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메고 이제 본격적으로 걷는 여행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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