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22_즉흥적으로 방문한 피사의 사탑
처음에는 피사의 사탑을 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렌체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숙소에서 머물던 한 분이 피사를 간다고 하자 마음이 변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하면 넉넉하게 두 시간 이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정보와 함께,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 것 같아 다음날에는 피사로 향했습니다.
▲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피사로
피렌체처럼 강력한 도시국가였던 피사
▲ 로마 제국 이후 융성하게 발전하여 르네상스를 주도한 토스카나 지방
피사의 사탑이 유명한 피사 역시 로마 제국 멸망 후 성장한 도시였습니다.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피사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도시로 북서부 일대에 있습니다. 토스카나 지방에 속한 피린체, 시에나, 피사는 순례자를 위한 숙박업과 무역에 종사하며 도시국가로 성장하였습니다. 특히 피사는 해안과 접해있기 때문에 지중해로 진출하기 수월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중해 교역에 종사하여 강력한 도시국가로 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피렌체가 성장할 동안 피사는 제노바와의 겨쟁에서 패배하였고, 결국 오늘날 피사의 사탑 외에는 딱히 떠올릴 것이 없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절약하는 습관이 여행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피사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에서 피사 역까지 버스를 타면 대략 1.5유로가 나옵니다. 왕복하는 비용은 3유로이겠지요. 도보로는 대략 1.5km가 나오는 거리였습니다. 굳이 걸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걷는 것이 어떨까 제안했습니다. 걷다 보니 물을 팔고 있었고 동행하는 분이 목마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음료수나 물은 최소 1.5유로에서 2유로에 팔고 있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물을 드렸습니다. 전날 1.5유로에 6개를 마트에서 구입해서 굳이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역에서 내려 피사의 사탑까지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사소한 것이지만 이렇게 미리 준비하고 조금 더 걷다 보면 어느덧 10유로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돈으로 저녁을 근사하게 먹는 것이지요. 여행할 때에는 완급을 조절하고 검소할 때 검소하면서도 쓸 때는 확실하게 쓸 수 있는 습관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체면보다는 실속을 따지는 성격이라서 이런 점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비교하는 편이어서 혼자 여행을 하는 편입니다. 다행히 동행하시는 분도 옆에서 마치 백종원 같다고 잘 받아주셔서 편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 이탈리아 왕국의 초대 국왕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중간에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동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의 마지막 왕이자 주세페 가디발디와 함께 이탈리아를 통일하여 신생 이탈리아 왕국의 초대 왕입니다. 이탈리아 건국 3걸 중 하나인 주세페 가디발디의 동상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피사의 사탑과 성당
▲ 피사의 사탑
가는 길에 사진도 찍고 휘적휘적 걷다 보니 피사의 사탑에 도착했습니다. 워낙 많은 설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이 정말 많고 모두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피사의 사탑을 올라가려면 일정 시간만 가능하고 입장료도 추가로 내야 합니다. 저희는 시간상 기다릴 여유가 되지 않아 굳이 올라가지는 않았습니다.
▲ 피사의 두오모 광장(Piazza del Duomo)
피사의 두오모 광장은 (Piazza del Duomo)은 1987년에 세계유산에 등록되었으며, 가장 유명한 피사의 사탑은 물론 대성당, 세례당, 납골당이 모두 이 광장에 있습니다. 중세 기독교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면서도 광장 안의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 산 조반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
▲ 산 조반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 내부
이 세례당은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세례 요한에게 헌정된 이 성당 내부에 들어가면 이층에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의외로 내부는 소박합니다. 다만 음향 장치로 가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 피사의 대성당(Cattedrale di Pisa)
대성당은 규모가 광장에서 제일 큰 건물입니다. 이 성당은 1063년에 제작되었습니다. 당시 베네치아에서는 성 마르코 성당이 재건축되고 있었고, 이때만 해도 피렌체는 베네치아와 경쟁할 정도로 강력한 도시였기 때문에 이 성당은 과시적이고 정치적인 성격을 함의하고 있습니다. 당시 피렌체의 부유함을 엿볼 수 있는 이 대성당은 1595년 화재를 거쳐 개보수를 거쳤습니다.
▲ 피사의 대성당 내부
▲ 피사의 대성당 예배당
내부는 십자가 형태로 길게 복도가 뻗어있으며, 정면에는 예배당이 옆면에는 성화들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성당이나 교회, 모스크를 방문할 때에는 아무래도 실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습니다.
▲ 캄포산토 모누멘탈레(Camposanto Monumentale di Pisa)
광장에서 가장 늦게 세워진 이 건물은 아치 형태로 길게 회랑이 뻗어있습니다. 복도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으나 2차대의 공습으로 다수가 소실되어 현재는 일부 벽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확히 이 건물의 용도는 묘소로 매장지 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원래는 교회였으나 묘지로 변경되었고, 총 43개의 아치로 구성되었습니다.
▲ 캄포산토 모누멘탈레(Camposanto Monumentale di Pisa) 내부
전쟁 중 파괴된 벽화는 현재 복원되고 있습니다. 쭉 걷다 보면 여러 조각품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의외로 피사의 사탑 외에는 잘 몰랐지만 기차 안에서 이것저것 찾다 보니 볼거리가 참 많았습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제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습니다. 조금 더 알차게 준비하고 계획했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오후 기차를 타고 돌아온 뒤 피티 궁전까지 둘러보았던 바쁜 하루.
11에 피사에 도착했고, 두 시 반 정도에 피사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후에 다시 피렌체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들려 세탁기를 돌리고 마지막으로 피티 궁전으로 출발했습니다. 피티 궁전을 둘러본 후, 슈퍼마켓에 들려 마실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티본 스테이크를 먹고 피렌체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마지막 일정은 다음 글에서 이어 다루겠습니다.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0_왜 지구촌특파원에 다시 지원했니?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_마지막 인사는 이즈미르에서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2_폴란드를 여행한다면 크라쿠프로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3_폴란드식 족발 요리, 골롱카(Goląka)를 먹고 시작한 여행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4_크라쿠프 중앙역에서 구시가지까지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5_크라쿠프 여행 마무리: 바벨성과 그 외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6_크로아티아를 꼭 가야만 하나요?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7_자다르 올드타운에 들어가면서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8_로마를 간직한 크로아티아 자다르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9_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0_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올드타운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1_크로아티아 여행의 꽃, 두브로브니크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2_로브리예나츠 요새와 두브로브니크 야경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3_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옛 시가지 내부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4_번외: 마지막으로 두브로브니크 사진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5_지금부터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8_베네치아의 명소 산 마르코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