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31_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궁전
▲ 클림트의 ‘키스’
다음으로 벨베데레 궁전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거주지였으며 현재에는 정원과 기획전이 운영되는 하궁, 상설전시관이 있는 벨베데레 상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상궁에서는 클림트의 ‘키스’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볼거리가 많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도 머물렀던 벨베데레 궁전
벨베데레 궁전은 오이겐 폰 사보이 공(Eugen von Savoyen)이 여름 별궁으로 사용하던 궁전입니다. 영어로는 프린스 유진(Prince Eugene)으로 읽습니다. 사보이 공국의 출신이었던 그는 대튀크르 전쟁,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을 거치며 성장한 훌륭한 장군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전성기에 크게 기여했던 인물입니다.
▲ 벨베데레 궁전 상궁
▲ 벨베데레 궁전 하궁
벨베레데 궁전은 바로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거주지이기도 했습니다.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1914년 사라예보 사건으로 암살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로, 이 사건 때문에 1차 대전이 발발하였습니다. 1차대전 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하면서 벨베데레 궁전은 오늘날까지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궁전보다 더 아름다운 정원
사실 벨베데레 궁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정원이었습니다. 상궁과 하궁까지 길게 뻗어있는 정원을 정말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정원을 거쳐 하궁을 방문한 후, 다시 상궁으로 돌아와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다만 본 게시글에서는 하궁보다는 상궁에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 벨베데레 궁전 정원
벨베데레 궁전 하궁은 붉은색 기둥으로 이루어진 건물입니다. 지붕색깔을 통해 상궁과 하궁을 구분하면 편리합니다. 상궁의 경우 오후에 방문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해 꼭 직원에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 Marble Hall
대리석 홀(Marble Hall)은 1955년에 오스트리아 국가조약( State Treaty for the Re-Establishment of an Independent and Democratic Austria)이 비준된 곳입니다. 2차 대전 후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과 오스트리아는 체결한 이 조약에 따라 오스트리아는 오늘날까지 영세중립국의 위치를 확보하면서 독립국으로 존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 조약은 1938년 나치 독일의 오스트리아 병합(Anschluss)에 따라 나치 독일의 동맹국, 즉 추축국으로 분류되었던 오스트리아가 독일과의 통일을 도모하지 않을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세 중립국, 살기 좋은 나라 오스트리아의 이미지는 바로 이 조약 이후에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 시대의 작품을 망라한 보고(寶庫)
오스트리아 황가에 대한 그림과 사진은 물론 나폴레옹 시기에 새롭게 대두된 신고전주의 작품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굉장히 간략하게 미술사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편의상 거칠게 도식화한 것이니 이것을 맹신하지 마시고 그저 키워드를 몇 개 알아간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고전주의의 대표주자인 자크 루이 다비드 (Jacques Louis David)의 작품도 있기 때문입니다.
▲ Napoleon Crossing the Alps(1801)
이 작품은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을 묘사했습니다. 그는 로베스피에르와 함께 자코뱅으로 활동했음에도 나폴레옹의 작품을 그렸던 이중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정치적 모순과는 별개로 나폴레옹의 작품을 그리면서 신고전주의의 효시를 이루었습니다. 신고전주의란 18~19세기에 걸쳐 유럽에 나타난 주요 예술 양식으로, 고대, 정확히는 그리스와 로마를 지향할 뿐만 아니라 중근동, 즉 터키와 이집트 지역에 주요하게 다루었습니다. 그림에서는 엄격하고 입체적이고 잘 정비된 형태를 완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 마리아 테레지아
▲ St. Stephen's Cathedral in Vienna(1832)
마리아 테레지아를 그린 작품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들인 조세프와 함께 병사를 모집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빈 체제(1814-1815) 이후 중산층이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족과 개인을 다룬 초상화는 물론 일상의 모든 것을 묘사한 그림도 주요 기법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나아가 가난과 풍경까지 작품의 주제로 폭넓게 다루어졌습니다. 혁명 이전의 질서를 지향한 빈 체제였지만 이미 사회는 변했던 것입니다.
▲ The Game of Chess(1839)
체스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바로 여왕입니다. 객실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은 물론 흥미롭게도 여왕은 오른쪽 뒤편 동상에 묘사되고 있습니다. 조각상에 묘사된 여자 중 한 명은 바로 헤라클레스입니다. 헤라 때문에 가족들을 사자로 착각한 헤라클레스는 가족을 죽이게 되고 이 대가로 12가지 과업을 완수해야만 했습니다. 이때 다시 광기를 일으켜 그 죗값으로 옴펠라 여왕의 노예로 3년 동안 살면서 여자 옷을 입고 집안일을 돕게 됩니다. 그림 속 조각은 바로 그 시기 헤라클레스를 묘사했습니다.
▲ Afternoon on Carpi(1829)
자연을 다룬 작품도 있습니다. Carpi는 이탈리아의 도시로 작가는 이곳을 방문하여 스케치를 그린 후 최종적으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 Market in Cario(1878)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고전주의는 터키와 이집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집트의 카이로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드레스덴 출신의 레오폴트 칼 뮐러는 빈에서 예술을 공부한 후, 이탈리아와 이집트를 오고 가며 일상 속 장면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1873년부터 1886년까지 그렸던 그의 이집트 시장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심사에 따라 충분히 다양한 관점으로 둘러볼 수 있는 궁전
▲ 벨베데레 궁전 하궁 내부 전시관
저는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알아볼 만한 것들을 주로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충분히 다른 동선으로 벨베데레 궁전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제가 굳이 언급하지 않은 벨베데레 궁전 하궁이 어떤 분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공간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관심사를 가지고 집약적인 방식으로 여행을 할 때, 밀도 있게 배우면서 여행할 수 있다는 기본 방침만 있을 뿐입니다. 다음 편을 마지막으로 빈 여행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섯 편에 걸쳐 빈을 다루었지만 놓친 부분이 너무 많아 그것이 아쉽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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