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33_서양외교사의 시작, 스페인 제국
▲ 숙소에서 찍은 마드리드
드디어 스페인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스페인이 좋다고 하는데 저는 다른 의미로 스페인을 와보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외교사 과목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배웠던 것이 바로 스페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근대서양사의 시작은 바로 스페인으로부터
로마 제국 멸망 후 이베리아 반도는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게 됩니다. 수백 년 동안 이슬람 세력을 밀어내기 위한 레콩키스타(한국어로는 재정복운동으로 해석)이 전개되었습니다. 1492년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라 1세가 그라나다를 정복한 것으로 레콩기스타는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은 유럽의 첫 번째 패자가 되었습니다.
대항해 시대가 펼쳐진 펠리페 2세 때부터 스페인 제국은 유럽은 물론 신대륙을 지배하였습니다. 하지만 종교 개혁 이후 발발한 30년 전쟁을 거치면서 스페인은 계속 국력을 소진하였습니다. 게다가 스페인 제국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는데, 넓은 영토 때문에 많은 국경과 동시에 적을 감내해야 했던 상황이 바로 그것입니다. 더불어 신교도에게 비관용적인 제국의 체제는 갈수록 적을 만들었고, 유용한 인적 자원이 다수 유출되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은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수많은 적과 전쟁을 벌였기 때문에 신대륙에서 발굴된 은은 스페인 제국에 그저 거칠 뿐, 대다수의 재화는 전비와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소비되었습니다. 가장 부유한 저지대 지역(오늘날 베네룩스 지역)의 반란과 독립도 골치 아픈 문제였습니다. 뒤이어 발생한 30년 전쟁,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7년 전쟁을 거치며 스페인은 갈수록 쇠락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륙봉쇄령을 거절했던 포르투갈을 응징하기 위해 나폴레옹이 개시한 이베리아 반도 전쟁이 스페인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나폴레옹의 목적은 스페인과 연합하여 대륙봉쇄령을 거부한 포르투갈을 공격하는 것이었고, 무능한 왕실 아래에 있던 스페인 민중은 처음에는 오히려 프랑스 군대를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촉망받던 페르난도 왕세자 대신 프랑스의 원수 조아킴 미라가 스페인의 왕이 되면서 전국민적인 스페인의 저항이 시작됩니다.
▲ 고야의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에 나폴레옹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여 승리를 거두었지만, 포르트갈과 스페인 민중은 끝까지 저항했습니다. 프랑스군도 약탈을 반복하며 이베리아 반도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러시아 원정과 함께 이베리아 반도 전쟁은 나폴레옹에게도 재앙이었고, 스페인 왕조에게도 몰락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후 스페인은 대부분의 식민지를 상실하였습니다.
이 시기를 다룬 작품이 바로 고야의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입니다. 프라도 박물관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다른 사진으로 대체하지만, 이 사진은 이베리아 반도 전쟁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단순한 묘사를 넘어 예술이 역사적, 정치적 사건을 담당하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1898년 발발한 미서전쟁으로 스페인은 쿠바와 필리핀을 비롯한 남은 식민지도 상실하면서 모로코와 적도 기니 정도만을 식민지로 보유하게 됩니다.
스페인 현대사를 관통한 스페인 내전
몰락하는 스페인의 정치 상황은 그다지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무능한 왕정 때문이었습니다. 스페인은 오랜 시기 공화정과 왕정을 반복하며 정치는 갈피를 잡지 못했으며, 대공황 이후 스페인 제2공화국이 1931년에 성립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왕당파가 남아있던 이 시기, 좌파와 중도를 통합한 인민 전선이 1936년 선거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결국 인민 전선에 반발한 군부와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켜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였습니다.
▲ 정작 2차대전 때에는 중립을 유지한 스페인
이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념의 대리전이면서 2차 대전의 전초전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공화파, 사회주의 지지자들은 국제 여단을 결성하여 인민전선을 지원했고, 파시즘 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는 적극적으로 반란군을 도왔습니다. 군대와 경찰은 반란군에 다수 가담하였고, 모로코에 주둔하던 정예 아프리카 군단 역시 프랑코의 지휘를 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프랑코가 1939년 마드리드를 점령하면서 스페인 내전은 군부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 마드리드 왕궁, 왕족의 실거주지는 마드리드 근교 사르수엘라 궁전
간략하게 정리했지만 사실 스페인 내전은 지금도 복잡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주도 세력을 공화파와 반란군으로 양분하기 어려우며 공화파 사이의 노선에 따른 알력, 반란군 내부의 자본가, 카톨릭, 왕당파 등 여러 의견들이 난립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내전 종결 후 이어진 프랑코의 장기독재도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의제입니다. 어쨌든 2차대전 때 중립을 유지한 프랑코 사후, 스페인은 입헌군주제를 골자로 하는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공화파에 다양한 국적의 지식인들이 참여한 만큼, 스페인 내전을 주제로 하거나 스페인 내전을 바탕으로 작성된 작품도 많습니다. ‘카탈로니아 찬가’, ‘동물 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과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저자인 헤밍웨이가 대표적입니다. 피카소도 이 시대를 다룬 작품인 ‘게르니카’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마드리드와 함께 그 인근 도시를 둘러보는 여행
간략하게 스페인에 대해 정리한 후, 마드리드부터 방문하고 이어 바르셀로나도 방문한 여행기를 작성해볼까 합니다. 오늘날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는 원래 작은 도시였습니다. 마드리드 근처에 있는 톨레도가 수도였습니다. 여러 군소 왕국들을 통합하여 실질적으로 스페인을 제국을 지배하게 된 카를 5세와 펠리페 2세의 입장에서는 제국의 새로운 거점이 필요했고, 교통의 요지인 마드리드가 새롭게 수도로 재편되었습니다.
▲ 세고비아
▲ 톨레도
실제로 마드리드는 교통이 좋아 인근 도시를 당일로 다녀오기 좋습니다. 저는 세고비아와 톨레도를 다녀왔고, 마드리드에서는 마드리드 왕궁과 프라도 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아쉬운 점은 프라도 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신 프라도 미술관 근처에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마드리드 왕궁을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4박 5일 동안 마드리드와 그 인근을 여행했습니다.
빈 → 마드리드
(출발) 2019.06.30. 05:50 → (도착) 2019.06.30. 08:50
항공사 : 위즈항공 (Wizz Air)
가격 : 89,456원
숙박비 : 4박 73,406원
비고 : 마드리드에서 톨레도와 세고비아로 이동할 때 냈던 버스값은 포함되지 않음.
총비용: 162,862원
마드리드 → 바르셀로나
(출발) 2019.07.24. 14:30 → (도착) 2019.15.45. 09:55
항공사 : 부엘링항공 (Vueling Airlines)
가격 : 60,339원
숙박비 : 5박 136,233원
비고 : 마드리드에서 톨레도와 세고비아로 이동할 때 냈던 버스값은 포함되지 않음.
총비용: 196,572원
항공비: 149,795원
숙박비: 209,639원
총비용: 359,434원
전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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