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12_로브리예나츠 요새와 두브로브니크 야경
두브로브니크 성벽 옆에 있는 로브리예나츠 요새
성벽을 둘러보고 로브리예나츠 요새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왕좌의 게임에서 등장한 장소이기 때문에 꽤 친숙한 장소입니다. 아예 왕좌의 게임을 주제로 투어를 진행하기도 하니 관심이 있다면 신청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로브리예나츠 요새
요새 자체를 오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경사진 계단을 꽤 많이 올라가야 합니다. 예상외로 넓은 내부를 둘러보고 요새 위쪽에 도착했습니다. 탁 트인 넓은 공간에서 방어시설, 특히 대포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대포가 공성전에 본격적으로 활용된 시기는 생각보다 늦었다
이 요새와 성벽을 보다 정확하고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공성전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1453년 오스만 제국이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 성벽을 직접 포격하기 전까지, 주로 공격 측은 성문을 파괴하거나 성벽을 넘어 공격하는 방식으로 공성전이 진행했습니다. (대포를 활용하여 직접 성벽을 파괴한다는 기술적인 진보와 전략적 사고가 이뤄진 시기를 보통 이 전투로 봅니다.) 그 외에 공격 측에서는 땅굴을 파거나 포위를 유지하며 성을 고립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 로브리예나츠 요새에서 바라본 아드리아 해
▲ 로브리예나츠 요새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 성벽
두브로브니크가 방어에 유리한 구조물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튼튼하게 지어진 성벽 외에도 세워진 요새를 통해 수비 측은 공격 측의 완전한 포위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공격 측이 전력을 집중하게 어렵게 만듭니다. 실제로 두브로브니크가 겪었던 주요 위협은 1453년 전인 9세기와 12세기 경의 침입으로, 대포를 활용하여 성벽을 파괴한다는 개념의 공성전이 등장하기 이전이었습니다. 즉, 포위와 궤멸을 중심으로 공성전을 구사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고, 성벽과 요새를 운영하여 방어전략을 구축한 두브로브니크는 효과적으로 외적의 침입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별도로 구축된 요새 때문에 공격측은 성벽에 전력을 집중할 수 없었고, 요새는 성벽을 보조하는 외곽에 위치한 배후 거점으로서 방어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새는 관측기능도 수행할 수 있어 여러모로 도시를 방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로브리예나츠 요새 내부 사진
▲ 로브리예나츠 요새에 배치된 대포, 확 트인 시야.
요새를 둘러보면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탁 트인 요새에서 성벽은 물론 아드리아 해를 바라볼 수도 있어 여러모로 방어 측에게 유리합니다. 넓은 공간에 구현된 대포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두브로브니크의 탑 중 하나인 민체타 탑
성벽 역시 단순하게 구성된 것이 아닙니다. 반지의 제왕의 곤도르 공방전처럼 성벽과 성벽 내부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 성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계속 병력을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성벽 중간중간 배치된 탑과 요새는 방어거점의 역할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두브로브니크 성벽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많은 탑과 거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큰 탑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북서쪽의 민체타 탑입니다.
두브로브니크의 숨겨진 명소는 바로 성벽 뒤쪽 요새에서 바라보는 도시 전경
사실 두브로브니크 뒤편에는 요새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도시 뒤에는 작은 산(이름은 스르지로 약 412m)이 있는데, 바로 동로마 제국의 요새입니다. 이는 두브로브니크가 해상무역 뿐만 아니라 육상 무역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역이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두브로브니크는 로마 제국 멸망 후, 동로마 제국의 보호를 받다가 베네치아공화국의 침입을 물리치며 자치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가 제4차 십자군 원정 때 베네치아 공화국의 주도로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라틴 제국을 세우면서 다시 베네치아의 위협 속에 놓였고, 그러면서도 발칸 반도와 동로마 제국을 잇는 육상 무역은 물론 해상무역까지 주도했던 지역이었습니다.
▲ 두브로브니크의 뒤에 있는 산에 올라가면서
▲ 뒷산에서 찍은 도시 전경
▲ 왼쪽의 하얗게 밝은 부분이 두브로브니크 성벽, 오른쪽에 있는 작은 건물이 로브리예나츠 요새
▲ 밤에 찍은 도시 전경
바로 그 요새에서 도시 전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후에 올라가서 밤까지 머무르며 찍은 사진을 올려봅니다. 밤에 사진을 찍어도 옛 시가지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두브로브니크에서 성벽 투어 다음으로 놓치면 안되는 것은 바로 이 요새에 올라와서 사진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제대로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면
▲ 매우 경사진 길(뒷산으로 올라가면서)
아쉽게도 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는 현재 운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걷거나 버스를 타야 합니다.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경사가 생각 이상으로 높습니다. 그래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산에서 내려올 때,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10시까지 운행합니다. 이를 참고하여 일정을 조율하면 내려올 때는 비교적 편리하게 내려올 수 있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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