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국 상하이에서 어학연수 중인 지구촌특파원 14기 에이스입니다!
여러분은 중국에서 숫자 ‘520’이 ‘사랑해’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혹은 제가 ‘중국의 공휴일
소개’에 대한 칼럼을 썼을 때 소개해드린 ‘춘절에 복(福)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붙이는 이유’에
대해 기억하시나요?
520이 사랑해라는 뜻인것과 춘절에 복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붙이는 이유는
아예 다른 맥락에 있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해음현상’이라는 한자문화권에 존재하는 문화 때문이에요!
오늘은 이 해음현상에 대해 소개해보고,
해음현상으로 인한 중국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도 소개해드려보려고 합니다ㅎㅎ
<해음현상이란?>
‘해음현상(谐音现象, xiéyīn)’ 은 ‘소리가 서로 어울린다’는 의미에요.
중국어에서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이용해서 웃음을 유발하거나 좋은 의미를 담는 언어 유희가 아주 흔한데,
이런 현상을 바로 ‘해음현상’이라고 부른답니다.
중국어는 특히 동음이의어가 정말 많은 언어라서
이런 말장난이 발달하기 딱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그냥 말장난이라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좋은 기운을 불러오거나 나쁜 운을 피하려는 의미로도 많이 사용돼요.
그래서 해음은 단순한 언어 놀이를 넘어서 중국인의 사고방식, 전통
문화, 민속 신앙까지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숫자 속 해음현상>
중국인들이 숫자에 유독 민감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해음현상 때문이에요!
숫자의 발음이 특정 단어와 비슷하면, 그 숫자가
아주 좋은 의미를 갖기도 하고 반대로 꺼려지는 숫자가 되기도 하거든요.
중국인들이 숫자 ‘8’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은 유명해서 다들 많이 들어보셨을 거 같은데요,
그 이유도 바로 해음현상 때문이에요ㅎㅎ
이 숫자는 ‘발전하다’, ‘부자가 되다’를 뜻하는 ‘發(发, fā)’와 발음이 비슷해서, 재물운을 불러오는 길한 숫자로 여겨져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전화번호, 차 번호판, 심지어 아파트 호수까지 8이 들어가면 선호도가 확 올라가고 가격도 비싸지기도 해요.
사진출처: 샤오홍슈
차에 붙는 번호판을 살 때 8의 개수에 따라서 가격이 정말정말 비싸지기도 한답니다!
사진출처: 샤오홍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짜가 8월 8일 저녁 8시 8분이었는데,
그 이유도 8에
담긴 이런 좋은 의미들 때문이에요ㅎㅎ
반대로 숫자 4(四, sì)는 ‘죽다’를 뜻하는 ‘死(sǐ)’와 발음이 비슷해서 꺼려지는 숫자예요.
우리나라도 4가 한자로 ‘죽을 사’자도 비슷해서 꺼려하는 분들도 좀 계시잖아요?!
또 우리나라 건물들에도 좀 옛날에 지어진 것들은 4층을 4라고 표시하지 않고 ‘F층’으로 표시해둔 것도 많은데
중국도 비슷한 편이에요ㅎㅎ
사진출처: 샤오홍슈
중국의 일부 병원이나 호텔, 아파트에서는 4층을 아예 생략하거나 ‘3A’ 같은 식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이처럼 숫자에 좋은 의미나 나쁜 의미를 부여하는 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해음이라는 언어적 특징에서 비롯된 문화적 관습이에요.
위에 소개드린 해음현상들은 꽤나 예전부터 중국인들이 꺼리거나 좋아하는 숫자였는데,
비교적 최근부터 인기가 많아진 숫자들도 소개드릴게요!
사진출처: 샤오홍슈
위 사진은 중국 SNS에 '520데이 선물'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것들이에요!
520(wǔ èr líng)은 “我爱你(wǒ ài nǐ)” – ‘사랑해’**와 발음이 비슷해서 5월 20일은 중국에서 ‘발렌타인데이’처럼 기념된답니다. 거의 ‘고백데이’,‘연인의 날’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연인인 경우,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꽃이나 초콜릿 등을 선물해요!
또한 이 날을 결혼기념일로
만드려고 이 날에 혼인신고를 하는 커플들도 정말 많아요:)
사진출처: 샤오홍슈
5월 20일 뿐만 아니라 5월 21일 역시 연인의 날 느낌인데, 521의 발음이 ‘널 원해’라는 뜻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에요ㅎㅎ
5월 20일부터 21일까지는 서로에게 선물을 하는 연인들이 정말 많은, 중국에서는 로맨틱한
날이랍니다ㅎㅎ
또 ‘1314’는 “一生一世(yì shēng yí shì)” – 평생, 영원히라는 뜻으로, 520이랑 함께 써서 **“5201314” = ‘영원히 사랑해’라는 표현으로도 자주 써요.
이 정도면 숫자가 일종의 ‘사랑의 암호’처럼 쓰이는 셈이죠!
그 외에도 6(六, liù)은 ‘순조롭다’는 뜻의 **‘溜(liù)’**와 비슷해서 “666” = 아주 잘하고 있어! 같은 칭찬의 의미로 쓰이기도 해요.
사진출처: 샤오홍슈
전화받는 것과도 같은 저 손모양은 중국문화권에서 숫자 6을 뜻해요!
중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이런 숫자 표현들이 정말 자주 등장하는데,
알게될수록 암호 같기도하고 너무 재밌는 거 같아요!
<명절 문화 속 해음현상>
해음현상은 명절이나 전통 문화 속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어요.
특히 저번 칼럼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듯,춘절(春节, 설날)에는 그 영향력이 아주 크답니다.
사진출처: 샤오홍슈
‘福倒了(fú dào le)’ – 복이 거꾸로 왔다는 말이 ‘福到了(fú dào le)’ – 복이 도착했다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이렇게 글자를 일부러 거꾸로 붙임으로써 ‘복이 찾아왔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는 거죠.
이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해음을 활용한 행운 기원법인 셈이죠!
사진출처: 샤오홍슈
귤에는 '대길'이라는 문구를 붙여놓은 사진아에요ㅎㅎ
음식에서도 해음현상을 찾아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귤(橘, jú)’은 ‘길하다’는 뜻의 ‘吉(jí)’과 발음이 비슷해서,
설날에 귤을 선물하거나 차례상에 올리는 풍습이 있어요.
또 ‘물고기(鱼, yú)*’는 ‘남다’는 뜻의 ‘余(yú)’’와 소리가 같아서, “年年有余(nián nián yǒu yú)” – 해마다 여유가 있기를이란 말처럼 풍요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설날에 자주 등장해요!
실제로 설날 음식 중
‘생선요리’를 빠뜨리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ㅎㅎ
사진출처: 샤오홍슈
이 외에도 중국 전역에서 지역별로 다양한 ‘해음현상’과 관련된 전통들이 있어요. 북방 지역에서는 ‘찐빵(馒头, mántou)’을 ‘만복(满福)’과 연관 지어 새해에 많이 먹기도 하고,
남방지역에서는 ‘연근(莲藕, lián'ǒu)’이 ‘연속(连)’과 비슷해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로 등장하기도 한대요!
사실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된 말장난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표현들이 전통이 되고 풍습이 되고 문화가 된 것 같아요.
해음이라는 건 단순히 발음이 비슷하다는 걸 넘어서,
중국인들의
삶 속에 녹아든 지혜와 바람, 그리고 언어의 재미가 공존하는 현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글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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