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구촌특파원 14기 너울neoul입니다 :)
햇빛이 그리울 정도로 비가 자주 오고 흐리기만 했던 겨울을 지나 봄이 찾아 온 네덜란드에는 밤 열 시가 되어야 노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해가 길어지고, 길거리 곳곳에서 색색의 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되었어요.
네덜란드의 봄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게 다름 아닌 튤립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 다뤄볼 주재로는 세계 최대의 튤립 박람회이자 축제인 쾨켄호프에 다녀 온 후기를 준비했어요.
용인 에버랜드에서도 매년 튤립 축제를 한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에버랜드 튤립 가든이 바로 네덜란드의 쾨켄호프를 모티브로 해서 디자인한 경우라도 하더라구요.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갔던 게 마지막이라 구조나 조형물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최근 사진을 봤을 때는 꽤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일부 더치 친구들은 에버랜드를 차이나 타운처럼 더치 빌리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정도의 규모는 아니라고 정정해 주며 테마 파크임을 설명해 주기도 했지만 정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닮은 부분이 많은 것 같기도 해요.
방문 전에는 온라인으로 미리 티켓을 예매해야 해요. 예약한 사람들의 인원을 기준으로 사람이 붐비는 날짜와 그렇지 않은 날짜를 색깔로 표시해 주기도 하는데, 사실 축제 기간이 세 달밖에 되지 않아서 언제 가든 늘 인파로 북적인다고 생각하시는 게 편할 것 같아요.
쾨켄포프는 네덜란드 '리세'라는 지역의 도심에서 차로 20분 정도 더 외곽으로 나가야 도착할 수 있어요. 다행히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라이덴, 하를렘을 왕복하는 셔틀을 운행하고 있어서 교통 걱정 없이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어요.
셔틀은 티켓을 예매할 때 온라인 예매창에서 출발지를 선택하고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서 예약하면 돼요. 30분 단위로 예약을 받기는 하지만 실제 버스 배차는 10분에서 15분 정도로 짧은 편이라 예약 시간보다 조금 늦거나 이르게 도착해도 문제는 없었어요.
쾨켄호프는 32헥타르, 약 9만 평 규모의 거대한 튤립 정원이라 무작정 돌아다니기보다는 지도를 먼저 참고해 길을 파악하는 게 좋아요. 대부분의 길이 연결되어 있어서 지도를 보지 않고는 계속 같은 자리만 빙글빙글 돌게 되더라구요.
지도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화장실과 레스토랑 등 편의 시설도 표기되어 있어서 참고하기 좋았어요. 꼭 지도에 표기된 곳이 아니더라도 눈이 닿는 모든 곳에 튤립이 가득 펴 있어서 사실 지도를 매번 확인할 필요는 없지만, 전체적인 그림과 동선을 출발 전에 예상해 보시는 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2025년 쾨켄호프 축제는 3월 20일부터 5월 11일까지 진행되었어요. 꽃들의 개화 시기에 따라 매년 일정은 조금씩 변동이 있는 편이고, 2026년 예정 날짜는 3월 19일부터 5월 10일이라고 해요.
보통 3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 진행되고, 4월 중순 정도가 튤립을 비롯한 모든 꽃이 만개하는 시기라 가장 예쁘고 인기가 많은 시기예요.
특히 쾨켄호프 바깥으로 펼쳐진 튤립 밭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4월 초나 중순쯤의 시기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한데, 저는 친구와 일정을 맞추느라 4월 마지막 주에 갔더니 이미 밭 정리가 거의 끝난 상태라 튤립이 가득 심어져 있는 꽃밭을 보기는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하루종일 꽃에 둘러싸여 있는 경험은, 꽃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더욱이나 특별했던 경험이었어요. 고개를 돌려서 어디를 바라봐도 각양각색의 꽃이 한가득 심겨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 바로 사진 속 이 정원이었어요. 입장하자마자 왼쪽으로 있는 정원이었는데, 바깥에서는 담장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내부가 직접 들어와서 보니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속 화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더라구요. 덩굴을 엮어 터널을 만들어 놓은 것도,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조경을 만들어 놓은 것도, 자그마한 연못을 끼고 있는 것까지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았어요.
테두리쪽으로는 벤티도 넉넉하게 놓여 있어서 잠깐 앉아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어요. 벤치에 앉아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마침 햇빛이 쏟아져 준 덕분에 어느 때보다도 예쁜 순간을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어 뿌듯하기도 했어요.
쾨켄호프 내부를 구경하다 보면 꽃 중간 중간 큐알 코드와 이름이 적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건 바로 해당 꽃의 품종을 보유하고 있는 농장 주인의 연락처 혹은 사이트와 연동되는 코드예요. 쾨켄호프를 단순 축제가 아닌 박람회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각자 개량하고 보유하고 있는 튤립을 전시하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자세하게 팻말을 들여다 보면, 꽃의 생김새와 특징을 닮은 이름이 붙어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는데, 유머러스하면서도 인상적인 이름이 많아서 한동안은 친구와 팻말을 들여다 보며 웃긴 이름을 찾느라 허리를 숙이고 걸어 다니기도 했어요.
저는 그나마 사람이 몰리는 걸 피하기 위해 월요일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광객과 관람객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사람이 정말 많지만, 규모와 면적 자체가 넓어서 갑갑한 느낌은 없었어요. 다만 식당에 자리 잡기가 어렵고, 음료나 간식을 사는 줄이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긴 해야 했어요.
꽃을 좋아하는 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 꽃가루 알러지가 꽤 심한 편이에요. 날씨도 따뜻하니 괜찮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재채기를 수없이 하고 약을 먹어야 했답니다. 만약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으시다면 미리 약을 먹고 방문하시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아요.
공원 곳곳에는 간식을 판매하는 부스와 카트도 많이 비치되어 있어요.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아이스크림이나 초코 딸기, 스트룹 와플 등은 맛도 나쁘지 않아서 하나씩 먹어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특히 풍차 앞에 있는 부스에서는 즉석에서 구운 와플 사이에 따뜻한 잼을 바로 발라주는 fresf stroop wafel을 판매하는데, 포장되어 있는 공장 와플과는 또 다른 바삭함과 고소함이 매력이니 한 번쯤 드셔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 평생 볼 튤립을 하루에 다 봤다는 생각이 다 들 정도로 꽃에 파묻혀 지냈던 하루였어요.
튤립 축제이긴 해도 튤립뿐만 아니라 수선화, 백합, 장미 등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꽃이 함께 심어져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힐링이 되는 듯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