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점수를 입시에 활용하고 준비하는 법 (1)
들어가며
영어 특기자 전형의 유래는 대략 2000년대 초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실시된지 햇수로 20년
가까이 된 상당히 유서가 깊은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토익, 토플, 텝스 등 어학 시험 점수를 따로 요구하지 않고 수능 영어(당시 명칭은 외국어) 등급만 보는 등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능 영어의 변별력이 낮았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토익, 토플
등 공인 어학성적의 제출을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영어 특기자 전형의 황금기는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선발 인원도 매우 많았고 거의 모든 대학에서 영어 특기자 전형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재외국민 조건을 충족하는 학생들도 영어 특기자 전형에 응시할 정도였습니다. 대치, 선릉에 위치한 영어 특기자 학원들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국내파 학생들 및 유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특기자 전형 수시 입시가 시작되기 전인 여름 방학에는 토플에 등록하기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며 현재로서는 선발 인원도, 운영 대학도 감소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의 영광과 비교하면 영어 특기자 전형의 위세가 정말이지 한풀 꺾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시나 논술, 혹은 학종 전형의 전망이 영어 특기자 전형보다
더욱 좋을까요? 영어 특기자 입시의 선발인원이 무척 줄었기 때문에 다른 전형으로 대비하는 편이 더 유리할까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우선 영어 특기자 전형의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 때문입니다. 인서울 주요 대학 및 지방 국립 거점 대학의 논술 등 수시 전형의 경우 최초경쟁률이 70~80:1 가까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응시하기도 전에
경쟁률을 보고 기운이 빠진다는 학생도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영어 특기자 전형의 경쟁률은 높아봤자
10:1 내외입니다. 여타 전형과는 달리 영어 특기자 전형은
공인 영어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격요건이 좀 더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대비한다면 영어 특기자 전형을 통해 입시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토플 점수를 입시에 활용하고 준비하는 법> 시리즈는 2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며, 이번 칼럼에서는 토플 점수 등 정량 요소, 그리고 다음 칼럼에서는
자소서와 extracurricular activities 등 정성 요소, 또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좋은지에 관하여 작성하고자 합니다.
본론
1) 영어 특기자 전형 소개
해커스 게시판에 계신 여러분들께서는 영어
특기자 전형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영어로 진학하기’게시판도
있을 정도니까요. 한때 ‘영어로 진학하기’게시판은 영어 특기자 학생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으며, 글과 댓글도
매우 활발하게 게재되었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영어 특기자 전형에 대해
생소해 하실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영어 특기자 전형은 대개 “1) 공인 영어 점수+내신+2) 논술/면접+(수능 최저등급)”의
단계로 신입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입니다. 1단계에서 공인 영어 점수(토익, 토플, 텝스 등)로 3~4배수를 뽑고, 이후 논술이나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수능 최저 등급 기준을 맞출 것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과목에서 최소 2등급)
2)
영어 특기자(토플로 대학가기) 전형,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영어 특기자 전형의 입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영어 특기자 전형이 본인에게 잘 맞는지 알아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 모의고사가 4~5등급인데 영어 특기자로 입시를 치르려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릴 적 외국에 살다 왔거나 외국어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등 영어에
아주 능통한 경쟁자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영어 모의고사 기준으로 1~2등급 정도면 해외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라도 영어 특기자 입시를 생각해 볼만 합니다.
영어 특기자 입시를 시작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공인 어학 점수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놓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많이들 시작하시는 것 같습니다.
3)
지망 대학 정하고 합격 정보(일명 ‘입결’) 찾아보기
정시 등급과 비교하여 현실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인기가 많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경쟁자들의 스펙(내신, 토플 점수, 비교과 등)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1~2급간
가량 높은 학교로 설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하는 입시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지망 대학을 정하면 합격 정보, 일명 ‘입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각 대학마다 방점을 두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어떤 곳은 토플 점수에 좀 더 가점을 줄 수도 있고, 반면 다른 곳은
토플 점수가 낮아도 내신이 높으면 더욱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지망 대학에서 어떠한 스펙을 가장 중시하는지
알아보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공부해야 영어 특기자 입시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입시 정보를 얻고 현실적인 목표 수립을
하려면, 사실 영어 특기자 전형 입시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물론 ‘영어로 진학하기’ 게시판에서도
좋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지만, 익명성이 강한 인터넷의 특징상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컨대 제가 영어 특기자 입시를 치르던 때에 누가 봐도 엄청난 고스펙(AP 5~6개, 아이비 리그 합격권인 SAT 점수, 토플 119~120, 내신
거의 만점, 화려한 봉사활동 이력 등)을 가지고 인서울 중하위권
대학에 지원하겠다고 글을 쓰던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이들의 주된 목적은 경쟁자들을 겁주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에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검증 불가능한 스펙을 게시판에 올리는 사람들이 아예 없다고 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4)
어학 점수 준비
4-1) 토플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근래 영어 특기자 전형의 선발인원이 대폭
감소하고, 전형 자체가 많이 대중화됨에 따라 지원자들의 스펙이 상향 표준화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서울 하위권 대학은 토익 900점대 중반으로 합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토익이나 토플 고득점이(이를테면 토익 980
이상)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영어 특기자 입시에서 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고, 실제로 토플 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일이 많이 감소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예컨대 국민대 입시요강에 따르면 토플 112점과 토익 990점에 동일하게 1000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상위권 대학의 국제학부 입학을 지망한다면
토플 점수를 준비해야 할 것 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와 같이 토익 990과 토플 고득점을 동일하게 처리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지망 대학에 따라 토플보다는 토익을 준비하는 편이 비용, 시간 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영어 특기자 입시=토플’의
도식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지망 대학에 맞춰 전략적으로 어학 점수를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 것입니다.
4-2) 토플이 필요한 경우
상위권 대학의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면 토익보다는 토플을 준비하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토익 점수를 아예 접수해주지 않는 학교도 있기 때문입니다. 117점 이상을 받으면 어학 점수에서 감점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117~119점을 받으면 토플보다는 다른 요소를 향상시키는 데에 주력하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 여름/겨울 방학 때 점수를 취득하여 후년의 입시에 활용하면 좋습니다.
토플을 공부하는 일반인 수험자들은 해커스/파고다 등 일반 대형학원의 현장강의를 수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예전 칼럼에서 해커스 등 검증된 대형학원의 강의를 듣는 것이 독학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영어특기자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에는 다릅니다. 영어 특기자들은 영어 특기자 학원에서 토플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저는 재수할 때 독학하며 117점을 만들었습니다만,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일반 대형학원을 1개월,
영어 특기자 학원을 2개월 다녔습니다. 두 곳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반 수험자 분들도 열심히 공부하시지만, 영어
특기자들은 특히 입시가 달려있기 때문에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전자의 스터디 분위기는
다소 loose했던 반면 후자는 열기로 가득 차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수업 방식도 달랐습니다. 일반 대형 학원에서는 템플릿 암기 위주로 가르치지만, 영어특기자 학원에서는 ‘논리적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방식’을 알려주었습니다. 스피킹, 라이팅에서도 강사 및 토플 고득점자인 TA들이 1:1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은 그 당장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장기적으로 토플 고득점 및 면접, 논술
전형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해외유학 경험이 있다면 토플을 처음부터 독학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외 경험이 전무한 국내파가 고등학교 3년간 내신, 수능을 병행하며 토플 고득점을 받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독학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 전에 영어특기자 학원에서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