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4년과정 3년만에 마치고 석박통합과정 입학했다니 쉴틈없이 정말 열심히 뒤도 안보고 달렸겠네요. 일단 수고 많았어요. 장하시네요. 그리고 왜 그렇게 달렸는지 그 마음도 이해가 가구요.
근데 박사과정 공부는 그렇게 쉴틈없이 달린다고 졸업할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식을 머릿속에 빠르고 정확하게 넣고 빼는것도 코스웍에서는 중요하지만 코스웍 끝나면 "창의력"있는 아이디어가 갈수록 중요하거든요. 학부때처럼 공부하다가는 말년에 리서치때문에 말아먹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학부때처럼 공부한다고 창의력 솟아나는것도 아니고요. 빠르게 시키는 공부만 잘 끝내고 연구할 시기에 연구사고력 없이 당황하는 사람들 여럿 봤습니다.
차라리 지금 시기에 쉬었다 가는 것이 박사과정 3-4년차에 당황하는 것보다 훨씬 이롭다는걸 아셨으면 좋겠네요. 특히 어린 친구들 (20대 중반) 이 스트레이트로 학교만 다니다 박사과정 입학해서 "시키는 공부만" 할줄 알지 리서치에 대한 아이디어도 특별한게 없고 리소스도 없어서 어영부영 하는것도 봤고요. 힘들어서 1-2년차에 그만두고/쫓겨서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친구들도 다들 학부때 똑똑하다 소리 듣던 친구들입니다. 근데 리서치에 적응할 여유도 시간도 많이 부족했던것 같았어요. 아, 이건 전공마다 상이할겁니다. 저는 사회과학분야라 그런경우를 더 많이 본겁니다.
박사과정 내에서는 "빠르게" 가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잘" 가는게 중요하죠. 그리고 "잘" 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인내할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할겁니다. 그리고 그 인내심은 마음에 여유가 있을때 생기는 존재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빨리" 가는것에만 집중할 경우 쉽게 부러지고 맙니다.
제가 학생이라면.. 디퍼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입학을 1년 정도 디퍼하고 쉬면서 교수님과 리서치가 뭔지 경험을 먼저 할거에요. 물론, 교수님과 본인의 고민에 대해서 잘 이야기 해보고 교수님들이 충분히 납득이 가셔야 할겁니다. 교수님이 동의해 주신다면 한 2-3개월 정도 푸욱 쉬고 나서 입학전까지 7-8개월 교수님 RA 하면서 리서치를 맛보면 본인이 1년 뒤 시작할때 리서치 감도 있고 쉬어서 여유도 있을거에요. (근데 당장 입학을 하지 않는다면 F1 비자를 못받을거고 여러가지 제한 상황들이 생길수 있고 기타 문제들이 있겠죠.)
디퍼가 안되고 바로 시작을 해야만 한다면 여름학기 과목은 어차피 박사과정 입학이나 졸업에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니 적당히 B만 띄울 정도로 하면서 주말마다 열심히 쉴겁니다. 지금 듣는 학부 여름과목이 박사과정 코스웍에 중요한게 아니라면 적당히 하고 치우는게 박사과정 몇년을 위한 투자일겁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상의할 수 있는 교수님이 계신다면 가서 상의하는게중요합니다. 공부가 하고싶고, 잘 하고 싶은데, 지금 상태로는 너무 지치고 힘들다. 언제 쉴 수 있겠나, 이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쉬어야 하겠나 하는 것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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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글 올리면 따끔한 충고라도 얻지않을까 해서 올려요20대중반이고 곧 학부졸업해요.
여름학기 들으면서 열심히해서 4년과정 3년에 마칠 예정이고 석박사 통합과정 합격했어요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이겠지만
더이상 공부할 의욕이 나질않네요
흥미도없고
실습때 12시간씩 쉴틈없이바빠도 보람을 느꼈지만
이젠 이게 정말 행복한 삶일까 궁금한거있죠..
얼마전엔 한국에있는 가족들 여행가서 저랑 영상통화했는데
그렇게 보고싶고 부럽더라구요...ㅎ
지금은 마지막 학기과목들을 여름에 다 몰아듣고있어요
더도말고 덜도말구.. 딱 몇주만쉬고싶어도
지금은 아쉽게도 쉴수있는 상황이 아니네요.
에혀.. 더이상 할일 미루다간 교수님들에게도 안좋은 인상 남길거같아서 오늘도 미뤄왔던 공부 조금씩 억지로 하고있어요..
다들 이럴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