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마치고
한국에서 사귄 여자친구와 얼마전 헤어졌고, 재미있겠도 소개팅에
대한 그 여자의 생각, 곧 나와의 생각차이가 내가 그 여자가
싫어진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여자친구는
대부분의 한국에서 통용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소개팅을 디폴트한(너무나 당연하고 별문제없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옵션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20대 초반부터,
소개팅을 줄곧해왔고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별 수 없다는 입장.
친구들도 다 그렇게 만난다는 입장. 그래서 당연한다는 생각. 그래서 족히 수십번은 했다고.
내가 말했다. 대학, 다양한 모임,
취미, 개발활동 등을 통해서 사람을 만날 기회는 많다. 다만, 소개팅을 하면 굉장히 사람을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는 건 맞다.
어느 정도 사람을 거르고 만날 수 있고, 서로 만남이 필요한 사람들간의 행위이기
때문에 목적의식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개팅은 엄연히 자신을 셀링하는 행위이고, 필요에 의한 만남으로 비지니스 행위에
해당하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시작을 하게 되면, 서로 조건을
상당히 봤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게 되고, 남자는 특히, 여자를
수동적으로 배치받았다는 것을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능욕적인 행위이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감정이지만, 이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그냥 감정소비의
일환으로 치부되어 잘 얘기하지 않던 얘기.
돌아보면, 20대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는 내 생각에
1~2번 정도라고 본다. 군대가기전에 1년정도
있는데, 아마 학기초에 거의 바로 사귀지 않는다면 금방 1학기가 마칠 때 즘 되고, 한학기만 더 있으면 이제 군대간다는 생각에 많은 친구들이 적당히 놀다가
군대를 가거나, 만나봐야 잠깐 풋사랑으로 만나다가 군대가서 차이기 일쑤다.
군대를 복학하고, 20대 중반을 향할 때 즈음에야, 그래도 기승전결을 내보는 사랑을 해보는 것이 처음이고, 오래 사귀면 그렇게 1명, 적당히 한 1~2년 사귀다가 헤어진 친구들은, 20대 중반을 넘어 자기 할 일이나, 큰 시험 등을
준비를 하다가 또 한명 즈음 만나면 한 2명 된다. 여자를
좀 가볍게 만나는 친구, 여자 만나는데 소질이 없는 친구, 큰 시험이나 집중에 필요한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진지하게 만나는 친구들도 있지만,
공부 좀 했고, 뭐 좀 준비한다는 친구들은 한 저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내가 설명한건, 여자
만나는 것이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항상 이렇게 사랑할 것 같지만 20대에 기껏해야 1명 2명 많아봐야 3명이고 이제 막 30이 된 나는 이제 여자 만나는게 어렵다. 사람 마음으로 녹아 들어가지가 않는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오래가고, 아무리 못해도 대학친구는 되야 인간적으로 친해지듯이, 여자도 마찬가지라고 느껴진다.
30이 되니, 상대방과 얘기하고 눈을 볼 때 그 사람의 삶, 어린시절를 공유함에서 오는 풋풋함 따뜻함, 순수함이 보이지 않는다.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 유학시절, 환경 클래스에서 필드 트립을 나가야되는데,
같이 카풀을 하고 조별활동을 하다가 만난 여자를 아주 오래만났다. 영화같이 만난
건 아니였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재잘대며 만나기 시작했고, 서로 인간으로서, 친구로서 서로 아끼고 존경했으며 온전히 사랑했다. 그 때의 그 감정이 그립다.
나름 미국
탑스쿨 출신, 꽤나 좋다는 직장,
그럭저럭 멀끔한 외관, 무엇보다도 내 능력 밖으로 받은 작은 건물을 받아 자본소득으로
비교적 풍족히 살 수 있는 유산계급에 속하는 편이다.
대충 나를
재본 사람들은, 이런 스펙의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 저런 정도의 여자를 소개시켜 주겠다. 너 정도면 누구는 만나겠다더라....등등...가쉽으로는 쉽게 얘기하고 듣는 것들이지만 막상 사람을 만나려고 하면 정말 역한 부분이다.
내 수준, 환경에서 욕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통하는 사람만나면 다 비슷한 수준에서 만나게 된다. 사실 그 자체도 마켓이니깐. 그걸 부정하고
베팅을 하려고 꽁을 먹으려고 하는 것도 소개팅의 한 속성이겠지.
어린시절
미국생활 좀 했다고 참 가슴 깊이 안받아 들여지는 가치들이 많다. 어린시절 그렇게 절절히 사랑했던 것처럼 또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요즘도, 회사사람,
주위사람들은 어설프게 이런저런 잣대로 피상적인 얘기들, 주말마다 소개팅한 얘기로
나를 질리게한다. 그렇게 소개팅을 겹쳐뛰다가 몇달 후에 결혼한다고 얘기할 때면 소름이 돋기도한다.
미국병 걸린건지 지나친 감성파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더 듣기가
힘들어진다.
최근에 헤어진
여자 친구가, 필요악적으로 했고,
최대한 안하고 자연스러운 마음상태와 시각으로 인간관계를 해야됬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라도 얘기를 들으면 평생 한국에서만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나보다.
9월에 미국 로스쿨 입학을
하기로 되어있는데, 부랴부랴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기대한다. 속 얘기를 할 수 있는 동네친구들이 누구 괜찮다며 술한잔과 함께 제안할 때면, 나는 적당한
웃음과 약간의 냉소를 담아, 소개팅 할 빠에는 뚜마담한테 연결받아 통장에 넘버까고
만나겠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렇게까지 시니컬해지고
싶지는 않다. 벨류에이션하고 맨날 돈타령하며 사는 내가 지키고 싶은 마지막 자존심의 영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