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4강전 날에 비자 인터뷰하고 나왔으니 어느덧 만 7년차에 접어듭니다. 20대에 나와서 어느덧 30대가 되었고, 또 박사를 마치고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했구요. 여러가지 사정도 있었지만,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위과정 동안,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하루에도 몇 번씩 들썩이던 엉덩이를 다잡느라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했습니다, 다 핑계지만요. 그동안 한 번도 뵙지 못한 어머니의 뒷머리에는 지금쯤 슬프도록 지저분하게 흰머리칼이 부풀어 올라 있겠지요. 그래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늘 피곤이 어깨를 짓누르던 어머니를 당분간만이라도 편하게 해드릴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학교 다닐때는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는데, 지금은 막상 출근길에 창밖으로 지나치는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네요. 2학기라 하셨으니 한 번 쯤은 엉덩이를 다잡아 보시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가끔은 그냥 시간이 흘러가게끔 무기력하게 내버려두는 것도 필요하다 싶습니다. 사람사는게 뭐 그리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거든요.
이제 박사 2학기 차인데요, 귀국하기로 맘 먹고 모레 교수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박사를 올 때 그냥 아무생각없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온 것이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 와보니 제가 공부를 정말 좋아하지 않거나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한, 6년 이상을 참고 견디는 것은 저 스스로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학기 시작 전부터 고민고민 하다가 이 길을 향해 온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관성(그냥 사회 생활없이 학사 석사를 마치면서 생긴)에 의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아서 계시는 분들 화이팅 하시고요 박사 유학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제 글을 읽게 되신다면 한번이나마 자신이 저처첨 관성에 의해 오게 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것도 바람직하리라 생각됩니다.
아... 뭐 시원하면서도 그래도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루지 못한 것에 부끄러운 맘이 들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