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3년 차. 저는 불행합니다.
유학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남들처럼 처음부터 박사 오퍼를 받는 것도 아니고, 국내 석사를 마친 후에도 미국에서 석사를 다시 했습니다. 그래도 배운 바가 있었기에, 결과가 있었기에 낭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사 유학이 다 어렵지만, 제 분야는 특히나 어렵다고 하는 분야이니, 제 마음대로 핑계를 갖다붙이며 위로를 삼아보기도 합니다.
박사과정에 들어오자마자 시작된 고독. 박사과정이 원래 고독하다지만, 저는 워낙 고독했습니다.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 영어와 미국생활. 그리고 연구주제가 겹치는 선배 학생와 동기의 집요한 괴롭힘. 저의 어설픈 실력은 독이 되었습니다. 아주 초짜도 아니기에, 실수에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으며, 그렇다고 그들의 괴롭힘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만큼 강단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제 아이디어에 고개를 끄덕이던 교수님들도 이제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사람이 저래서야....' 라는 시선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제 실수는 배움의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저를 인신공격하고 공개석상에서 망신주는 기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석사 때 배운 내용을 쥐어짜가며 혼자 앞으로 나갈 때, 실험실 사람들은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서, 지도를 받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연구주제를 바꾸는 게 어떻냐 하시겠지만, 저는 그 연구주제를 석사 때부터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주제 때문에 이 학교에 지원했고, 이 학교에서도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시는 분이 저를 따로 면접보고 뽑은 케이스입니다. 물론 저를 괴롭히는 선배의 지도교수이기도 하기에, 제가 잘하면 좋아하지만, 그 선배의 말을 전적으로 듣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런 교수님의 태도가 저도 교육자적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 힘이 드는 것은, 연구에서 조직적으로 저를 배제하는 교수님들때문입니다. 재료 신청 하는 단체메일을 저만 뒤늦게 받는다든가 또는 아예 받지 못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주제로 INVITED PAPER를 쓸 기회가 생겨도, 교수님은 저를 배제하고 다른 학생들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말씀하십니다. '걔도 이제 그거 연구해'. 물론 그럴 수 있지만, 매번 그런 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주제를 그 학생이 연구한다면, 한 번쯤 연구실 내 아이디어 도용에 대해서 의심을 하든가, 아니면 둘이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학생은 제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습니다. 물론 기초적인 수준이었지만, 그런 행동이 '반복'된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그 학생은 그때마다 'literature review'를 하다보니 겹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불행하고, 여길 나가도 다른 대안은 없지만, 오늘 실험실을 정리하고 나가려고 합니다. 교수님은 잡겠지만, 그건 저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랩실의 인원이 비는 것, 박사과정 중도탈락자 방지 차원일 뿐, 제가 남는다고 한들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압니다. 그리고 어쩌면....저는 학계를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