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신 분 힘내세요. 저는 약간 먹고 노는 박사생... 이라 사실 도움이 안될수도 있는데 느낌적인 느낌에 저는 학위를 늦게 시작해서
제가 더 늙었을 것 같아 몇자 적고 갑니다.
저는 그냥 제 중요한 부분만 챙겨주면 어느 정도 양보하고 잊어버리는 게 속편한 것 같아요. 1저자 주면 그냥 교수님 교신저자 드리고 나머지 분들 2,3저자 그냥 올려달라고 그래도 그냥 그런가보다할 것 같아요. 1저자가 어차피 제일 의미있는 거 잖아요. 사실 짜증나는 거 아는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좀 합리화해서 얘네들도 나중에 도움이 되겠지 하면서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포닥이나 다른 학교 교수나 직업 구하거나 테뉴어 받으려고 논문 실적을 그런 비굴함을 권위와 직위로 포장해서 부탁하는 건데... 글쓴이가 능력있어서 좋은 논문 계속 턱턱 쓰고 이름 올려주면 그 분들 있는 회사나 학교로 데려가려고 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좋게 생각하셨으면 해요.
너무 모든 사람한테 쉽게 부탁해도 좋을 거라는 인상을 주실 수도 있어요. 만만한 게 아니라 너무 착해보여서 내 힘든 사정을 말하면 들어주겠지 하는 인상이요. 친절하고 착한 거랑 남들이 이용해먹을 수 있다는 느낌이랑은 다른 것 같아요. 3년차면 이제 코스웍도 다 끝나고 퀄도 끝났을텐데 너무 설설 길 필요없는 시점일 듯 해요.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그건 아니다라거나 못하겠다라고 말해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좀 능구렁이 같아 보일수도 있는데 세미나같이 어쩔 수 없이 말해야할 때 빼고는 연구하는 걸 남들에게 덜 말하세요. 탑티어 논문까지 낼 정도면 워낙 실력이 좋아서 남들이 뭘하는지 관심을 가져서 보다가 저자에 올려달라고 하고 결과 나오면 괜히 한두마디 하는 것 같은데요... 그냥 지도교수님이랑 둘이 쓰시고 논문 나오고 몇달 뒤에야 남들이 알게 되면 그제서야 말하는 식으로 알리세요. 저는 하도 리젝이 많아서 말하면 이제는 실없어 보이는 이미지라 말을 안하는데 차라리 이러니까 남들이 신경도 안 쓰고 의미없는 비판이나 핀잔도 안주고 글쓴이가 느끼는 견제도 안 받아요. 어찌보면 남들에게 배신감을 줄 수도 있는데... 그래봤자 배신감이 평생가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한 십분 정도 기분 나쁘고 뒷담 좀 하고 말 감정인데 글쓴이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고 학계를 떠나야 된다는 생각까지 느낄 상황인데 그걸 감수하고 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연구실 동료는 동료지 내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구실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서로 다 경쟁상대잖아요. 걔네 마음을 다 헤아려주기도 힘들지만 나랑 똑같이 공부한 사람이 옆에서 논문 내는데 나는 못 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의기소침해지고 조급해지고 부정적인 기분이 드는 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감정이 드는 걸 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어디에 어떻게 투고하고 시간이 얼마 걸렸고 퍼블리케이션 피는 얼마 들었고 하면서 정보공유하면 더 사이도 좋아지고 사람들도 더 도움을 주려고 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영어는 원어민 아니면 원래 어려운 거니까 그것도 계속 늘려간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미국사람들도 sci 논문 내기가 어려운데 거기에 외국인이 내고 영어도 미국 학자수준으로 쓰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아카데믹 잉글리쉬가 작문 중에서는 제일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인데 그걸 주변에서 아무 말도 안 듣고 한다는 거 자체가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걸수도 있어요. 그리고 주변 원어민들은 뭐라고 할 게 그거 밖에 없으니까 말하는 거고요. 걔네가 아이디어나 방법론 가지고는 뭐라고 안하잖아요?
능력이 있고 벌써 논문도 있으시니 이 분야에 계속 있으실 것 같은데요. 분명 박사과정 몇년의 힘듬이 학계에 계속 계실 몇십년과 같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어느 순간은 글쓴이가 이런 고통을 안 받고 그냥 편하게 교수의 위치에서 아이들 가르치면서까지 하게 되겠죠.
저는 실력이 없어서 모든 프로젝트나 같이 쓰는 논문이나 펠로우 쉽 및 장학금에서 논외로 되는 입장이라 저런 상황도 없는 편인데도 솔직히 박사과정 힘든 것 같아요. 저런 건 사람들과 경쟁해서 하는 부분이라 안해서 아예 인간관계를 안하고 지내는데도 논문만 쓰고 실적도 그저 그런 저널에 도전하고 있는데도 정말 힘들어요. 저는 그릇이 안되는지 그냥 이 일 자체도 남들이 안한 걸 알아내서 그걸 논리적으로 쥐어짜내서 해야해서 힘든데 인간관계도 똑똑한 애들이 모여있어서 그 수준으로 말하고 행동하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근데 이런 건 모두 다 느끼면서 최대한 안 보이게 하고서 하는 거니까 모든 사람 상태는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에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고 이런 마음을 이해해줄 사람은 주변 사람들 밖에 없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죠.하지만 다 기본적인 태세는 견제하고 있으니 이 상황이 참으로 가식적이라 보면서도 그냥 다 측은한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 글쓴이 힘든 거 십분 이해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면은 글쓴이가 실력이 좋아서 있는 부분도 있네요. 이미 머리도 좋으시고 실적도 있으시니 적당히 하시다가 빨리 졸업하세요. 그리고 원하는 연구에 혼자 이름으로 열심히 논문 쓰시고요.
잘 지내시고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