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절실히 힐링이 필요함을 느끼는데 주변에 당장 나눌 데가 없네요.
탑스쿨 문과였고,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미국 유학 생활이었기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살면서 그렇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은 처음이었고 영어가 어느 정도 되는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자신의 똑똑함을 입증하기에 여념이 없는 학교에서 언어의 제약으로 인해 바보 되는 느낌 때문에
자존감 관련해서 늘 내면적으로 싸웠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현재 글도 예전의 속도나 수준으로 읽히거나 쓰이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아직도 뿌리 깊은 백인들의 인종차별에 놀랐었고 이런 부분에 둔감해지고 싶은데 인종차별을 어떻게 극복할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학교에 와 있는 자존심 강한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이런 부분을 인정하거나 나누려 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애들이 어떻게 대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 강한 맷집의 유형, 영어를 유치원생처럼 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수업 시간에 발언해대
는 유형, 학교애들과 아예 어울리지 않고 한인 교회에서만 socialize하며 생존하는 유형, 은둔형으로 공부만 하는 유형, 또는 같은 문과
생으로 우울증에 겨우 버티고 있는 유형 등 다양한 국내파들의 생존 방식을 보았지만 제가 보았던 국내파 유학생 중 귀감이 되는 유형
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이런 이야기들을 다른 유학생들과 다 나누기엔 학업량이 너무 벅찼고 생존하기에 바빴습니다.
유학 후 학위는 땄지만 내면은 상처 투성이인, 이런 고민은 저만의 것인가요?
현재 저를 괴롭히는 질문은 어떤 이들은 주변의 대우가 어떠했던 간에 저리도 당당한데 나는 왜 그토록 영향을 받았는가? 입니다.
저는 어떤 이들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독한 유형도 아니고 공부만 하는 북박이형도 아니며 대인관계와 공부를 적절히 섞고
싶었던 평범한 유학생입니다.
또 이건 전혀 별개의 이야기지만, 짧은 시간 한국 유학생들을 보면서 대체적인 특징으로 안타까웠던 점이 있었는데 중국, 일본 학생들
이 서로 엄청 뭉치고 돕는데 반해 한국 학생들은 모래알처럼 보였다는 점. 지성/실력을 갖추고 자신만의 삶을 위해 사는 이들은 많
을지 몰라도 타인의 의견에 진정 귀 기울일 줄 아는 겸손함이나 이타주의를 지닌 인격을 겸비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는 점.
그런 이들이 목격되는 집단을 보면서 인격이 빠진 지성은 진정 사회 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국가 이미지까지 고려해서 처신하는 어
떤 외국 공무원 유학생들 vs 개인의 입신 양명을 위해 와 있는 인상을 주거나 대충 시간을 때우던 한국 공무원 유학생들.
중국, 일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편협한 또는 계산적인 사고방식을 드러내던 한국 학생들은 제가 보고 싶지 않았던 한국인
의 모습이었습니다.
글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산으로 가고 있는데, 암튼 짧은 시간의 유학 생활 동안 느낀 바를 나눌 곳이 없어 적어보았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