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의학도들이 모이는 존스홉킨스 병원.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생과 사를 다투는 현장인 응급의학과 전공의 제시 킴. 그는 전미 응급의학
임상 국가고시에서 3년 연속 존스홉킨스 역대 최고 점수를 획득한 29살 촉망받는 의사다. 10여 년 전 그는 전북 익산 어느 작은 아파트의 곰팡이 핀 방에 틀어박힌
채 외톨이로 지내던 고교 자퇴생 김호경이었다. 가정불화로 밤마다 겁에 질리던 아이, 성적부진아, 문제아 등의 꼬리표가 따라 다니던 이 소년은 주변에서도 스스로에게도
'가망 없는 녀석'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우연히
이민의 기회가 찾아온다. 1997년, 더 이상 아무것도 잃어버릴 게
없다고 생각한 그는 어머니가 쥐어준 200만 원과 기타, 작은 짐가방
하나만 챙겨들고 인생을 건 모험을 하러 태평양을 건넌다. 그에겐 '완전히
새롭게 살고 싶다'는 뜨거운 꿈만 있었을 뿐, 영어실력도 배경도 경제력도
없는 맨몸 신세였다.대한민국 고교 자퇴생인 그가 낯선 땅에서 독립할 수 있는 길은 어떻게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취직을 하는 것. 당장 생활비도 절박한 상황이 닥치자,그는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살던 문제아에서,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혼을 담아서
사는 청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시시 때때로 비가 퍼붓는 시애틀에서 그는 우산이 없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우산 살 돈마저 부족했던 탓에 45분 동안 빗길을 달려 강의실에 갔다.
그러나 비에 젖은 모습이 부꾸러워 맨 뒤자리에 앉을지언정 강의시간에 지각 한 번 하지 않는 공부 독종이 된다.
쉬는 시간에는 학교의 정원에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고,강의가 없을 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나르며 돈을 벌었다. 시련과 고통을 우직하게 감내하며 도전하던 그에게 드디어 꿈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다.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영어사전과 영단어 카드 뭉치를 항상 짊어지고 다니며 미친 듯이 영어를 공부하던
그는 이민 온지 2년 만에 지역전문대학에서 미국 네이티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조교가 된다.
그리고 세리토스 지역전문대학을 4.0만점으로 졸업하며 '올해의 학생상'을 수여받는다. 어떻게든 홀로서리라는 소년의
간절한 바람은 의사가 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으로 성숙하게 된다. 1999년,
지역전문대학의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명문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 편입하여 예비 의대생의 길을 걷는다. 의대 병리학부 연구실 보조로
일마며 인간 세포를 배양하고 연구논물 집필에도 참여하는 가운데, 남는 시간은 모두 학업과 봉사활동에 매진하며
누구보다도 뜨거운 대학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예비의대생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4.0 만점에 가까운 평균 성적을 기록하며 최고의 영예 '숨마 쿰 라우데'로 졸업한다. 그 후University of Washington School
of Medicine에서 연구 의학자를 위한 MD/PHD 통합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전액 장학생으로 앞날도 보장받게 되었지만, 평소의 소신대로 현장의사의 길을 선택하여Keck
School of Medicin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 입학한다.
분초를 쪼개가며 공부해야 하는 의대생 시절에도 그는 자신처럼 마음에 상처 입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폭력 중재 프로그램' 봉사활동에 빠지지 않았다. 또한
힘겨운 이민생활,아버지와의 갈등,초인적인 공부량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리는 방편으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2004년부터 3년 연속으로 로스앤젤레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했다.그때마다 한쪽 신발엔 '고통' 한쪽 신발엔
'자유' 라는 단어를 새기고 달리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의대 졸업 후, 그는 미국의사 고시 상위 1%를 기록하며
선배와 동료 의사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고난이나 천학적인 숫자의 학자금 대출액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위 안정적이고 돈벌이가 되는 학과를 마다한 채 오로지 의사로서 자신의 가슴이 뛰는 곳을
선택했다. 아픈 사람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응급의학 전문의의 길을 택한 것이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꿈꾸왔던 일이자, 사춘기 시절 내면의
상처를 치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그는 여전히 뜨겁게 꿈꾸고 치열하게 도전하며 산다. 더 많은 생명의 파수꾼으로서, 그리고 응급의학의 리더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낮도 밤도 없는 존스홉킨스
병원의 응급병동과 도서관을 열정으로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