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흰 사회과학계열의 더블 메이져 성격의 프로그램이라 각각의 메이저당 별도의 종합시험을 보게되는데, 첫번 시험은 통과했고 이번이 두번째 메이저 종합시험이었습니다. 사실 떨어질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결과라 이메일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기도 했네요.
시험이 7월 중순이었는데 방학 동안에 예정에 없던 RA일을 6월말까지 진행하고, 바로 7월 초에 우리 20개월 된 아들놈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으로 부랴부랴 이사하고 정리하다보니 정작 시험 준비는 매일 자정부터 새벽 3시 4시까지 버티면서 진행해왔습니다. 게다가 제 종합시험 날짜 바로 며칠 뒤에 아내의 종합시험이 예정되어 있어서 둘 다 육아도 분담해가면서 하다보니...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시험 준비를 했나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통과했다는 소식에 좋으면서도 큰 성취감이나 기쁘다는 감정보다는 워낙 의외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남아있었는데 (사실 제 답안 분량이 다른 친구들의 절반정도 밖에 안되기도 했구요), 어제 종합시험 committee chair 교수님과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칭찬, 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고 그래도 참 나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 블럭 건너에 교수님이 사시다보니 학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생활까지도 여러모로 아시다보니 본인이 저희처럼 학업 외에 여러가지 일들을 책임져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종합시험 준비는 생각도 못했을거라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시니 나이 30 중반에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아들놈이 참 복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박사 첫 2년 동안은 매일매일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이걸 떼려쳐야하나'를 하루에 수십 번 고민했었는데... 요 어린놈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선 얼른 학위받고 좋은 곳으로 취직해서 가야된다는 간단명료하지만 아주 절박한(?) 마음이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학회에서 Best Paper 상도 받고 퍼블리쉬도 하고 강의평가도 좋게 받고...
많은 분들이 학업기간에 여러가지 일들로 힘들어하시거나 고민이 많으실텐데, 그래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큰 성취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기쁨이나 보람을 느낄만한 일들이 많이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모두 새 학기 준비 잘하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