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서 화학과 박사과정 2년차인.. 이제 3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전공은 유기화학이구요.. 나이는 서른 둘...학교는... 유기화학쪽으로는 소위 '괜찮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실험실 생활 시작한지 이제 1년 반이 다 되어 가는데... 그리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정말 혼자 삭히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해도 너무 힘들고 화가 나서 이렇게 글을 올려 여러 선배님들 및 후배님들의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 결심하고 아내와 함께 낯선 나라에 와서..
나름대로 수업도 열심히 듣고, 한국 있을때보다 성적도 잘 받고, 나름대로 많은 것을 배운다는 뿌듯한 느낌을 받으며 코스웍을 괜찮은 성적으로 마쳤습니다..그리고 실력있고 젊은 교수의 실험실에 들어가서..
작년 말까지.. 누추하지만 괜찮은 몇가지 결과를 내며.. 그렇게 지내왔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에 갑자기.. 지도교수가 'I've not been happy for a long time'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것입니다.. 정말 황당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거의 8개월간을 열심히 일하고 결과도 나오고 있었는데.. 정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거의 한달동안을 과사무실 및 다른 실험실을 들낙거리면서 허송세월하다가..
결국은 다른 실험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유명하신 교수님 실험실로 들어갈까 하다가..
저의 실력이 워낙 부족하고.. 또 작은 그룹에 들어가야 교수와의 많은 discussion을 통해 잘 배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지금 있는 실험실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실험실 생활을 하면서..
점점 뭔가 이상한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있던 실험실과는 다르게..
이 교수는...
저를 학생으로 취급하는게 아니라.. 무슨 일꾼을 다루듯 하는 겁니다..
이 교수는.. 거의 두세 시간마다 한번씩 제 자리로 와서..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뭐 교수가 학생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어찌 보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제 일의 결과에만 관심이 있고.. 제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뭘 알고 뭘 처음 해보는지..
처음 해본다면 어떻게 저를 가르칠지... 뭐 이런거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듯 합니다..
만에 하나 제가 NMR을 해석을 못한다거나 하면... 저를 가르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왜 그런걸 해석 못하냐...
해석해 와라.. 뭐 이런 식입니다.. 제가 뭔가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어서 물어보려고 교수 방에 가면 이 친구는 짜증을 내기 일쑤입니다..
정말.. 미국까지 와서 모르는 것 물어볼때 이렇게 guilty함을 느껴야 하는게 정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옛날 실험실에서는 이러지 않았는데..
화학을 전공하면서.. 이 분야에서 그다지 두드러진 재능을 보여 오지 못한 저였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을 배워 간다는 기쁨에 이렇게 미국까지 와서..
영어가 서툰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감내해 가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침에 실험실에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하루에 12시간 일을 하면서 화학이란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실험실에 와서 운이 좋게도 논문을 낼 수 있는 결과도 몇개 건져 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학생이 아닌 일꾼 취급을 받아가면서.. 정말 힘이 빠집니다...
일꾼 취급을 받는것도 분하지만.. 이렇게 일만 하며 배우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저를 더 힘들게 합니다..
요즘은 일을 하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일꾼 취급을 받으며 일을 하구 있나..
차라리 석사만 받고 취직을 하면 돈이라도 벌텐데.. 라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습니다..
두서 없는 넋두리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저만 이런건지..
아니면 다른 선배님, 후배님들도 저와 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건지..
이런 어려움을 견뎌 내고 박사 학위를 따 내는 것이 정말 유학생활을 하며 겪어내고 이겨내야 하는 것인지..
그게 정상인 건지.. 이런것들이 궁금했습니다..
어떠한 조언이나 충고, 따끔한 꾸지람이라도 고맙게 받겠습니다..
부디 저에게 조언을 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