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소외감 느낄때 말이에요.
겉으로는 (미국애들답게) 동료들이 잘해줘요. 고마워요 그건 참.
근데 아무리 해도 다가갈 수 없는 유리벽이 있는 느낌이에요.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아주 유창하진 않으니까요.
그나마 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마저도 한달에 한 번 정도 미팅하는 거 말고는 사실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서...
지도교수님도 저를 어려워해요. 서운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가요.
제쪽에서 먼저 어려워하는 걸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저 나름대로 지도교수님이 원하는 농담따먹기도 못해드리고 재정지원받고 연구도 초보인 박사 나부랭이 학생이라서 항상 죄스러운 기분이에요. 더 다가가고 싶긴 한데 그냥 이 정도가 한계인 거 같아요 포기했어요.
참고로 저는 미국 동부에서 사회과학 전공 박사과정 말년차에요.
전공 특성상 졸업하고도 계속 미국에 남고 싶은데 한번씩 이렇게 현자타임이 좀 심하게 올 때가 있어요.
이렇게 평생 이방인으로 사는걸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피멍이 드는 기분이에요.
저 나름대로 여기서 일도 열심히 하고 (원래도 사람들이랑 많이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제가) 나름 제가 가진 에너지 안에서 사람들이랑도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지내려고 하는데
가끔 이렇게 모든 게 엉망처럼 느껴지고
내가 이제껏 해놓은 것들은 다 쓰레기 같고
내 자신조차 싫어질 때가 있어요.
다 놓아버리고 싶고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은 기분 아세요?
슬프게도 이럴 땐 별로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머리 뒤쪽이 뻐근하게 아파올 정도로 우울하지만 할 일은 계속 있고
덮어놓고 우울해하면서 방구석에만 있으면 그게 더 우울을 가져오고 악순환이 되더라구요.
그나마 할 수 있는 일탈은 더이상 실험실에 있다가는 진짜 미쳐버릴 거 같아서 그냥 예정보다 빨리 집으로 퇴근해 버리는 거 정도?
그냥 이런 익명게시판에 툭하고 털어놓고 다 내가 모자라서 그런갑다 마음 추스리고 한숨 쉬고 가슴 다시 피고
다시 생을 영위해 나가는 거죠.
(ps. 그나마 지금 제가 몸담은 곳이 지도교수님도 그렇고 다른 동료들도 성격이 좋은 편이라는 점에 더 현타가 옵니다 ㅋ;; 근데도 이 정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