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더블린 근교의 브레이(Bray)라는 지역의 동산(산?)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곳에는 Celtic Cross 하나가 정말 크게 있어요. 해안가에 높은 지대라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데 올라가보면 탁트인 더블린 근교가 눈에 들어옵니다. 30분이면 올라가는데 이게 동산일지 산일지... 아무튼...^_^
안녕하세요 아이엘츠 멘토 더블린송입니다.
이번 주제는 영어 슬럼프 극복기입니다. 영어가 느는듯 하다가 갑자기 멈춰버려서 더 이상 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에 저는 어떻게 했는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어학연수 가기 전에 유학원들에서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3개월 뒤면 영어슬럼프가 올 거라고. 초반 1~3개월 쭉 영어가 늘다가 갑자기 정체되는 현상이 온다고요. 저도 어쩌면 딱 똑같이 그게 3개월 이후에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고 싶은 것은, 어학연수의 밝은 면 대신, 저에게 찾아왔던 그림자에 대한 것입니다. (글이 길어질 예정이니 혹시 읽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굵은 글씨를 참고해서 문단의 내용을 보시고, 밑줄만 읽으셔도 괜찮으실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어학연수를 왔을 때의 영어 실력을 말씀드리자면, 학원반 레벨로는 intermediate (중급) 수준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학연수를 왔었는데, 대학 내내 전혀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구요... 그 흔한 토익공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딱 한 번 있던 일인데 교수님께서 영어 논문 하나 주고 읽어오라고 하신 적 있었는데 한 쪽 보는데 한 시간이 걸리길래 읽어가지 않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수능은 그래도 2등급쯤 나왔었는데 후에 한 5년 가까지 하지 않으니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학원 레벨테스트를 보던 날에 5년 전 수능공부한 가물가물한 기억에 의존해서 간신히 찍어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스피킹 테스트 시간에 원어민 선생님 앞에서 테스트를 받았는데 How did you get here? 같은 질문들에 plane...? 이렇게 '단어 하나'만으로 대답하고 끝을 내었습니다. (역시 듣기는 되나 말하기는 안 되는 한국인ㅋㅋㅋㅋ) 이후에 intermediate 반에 배정되었는데, 선생님 수업조차 알아듣기가 너무 힘들어서 학원 리셉션에 내려가서 반을 내려달라고 했었어요. 리셉션에서 그 때 저에게 해줬던 말은 제가 영어 문법이나 독해능력은 upper-intermediate(중상급) - Advanced(고급) 사이인데 스피킹 실력이 Pre-intermediate(초중급) 수준이라 밸런스를 맞추려고 intermediate에 넣었다고 합디다. 그랬던 저는 딱 6개월 뒤에 IELTS Academic overall 7.0을 받고 학원 코스를 끝냅니다.
사실 어학연수라는 게, 외국 나온다고 전부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영어실력이 달라지는데, 저는 온 김에 그래도 영어 제대로 하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가 초반에 많이 기울였던 노력은 최대한 저의 스피킹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수업을 통해 부족한 문법을 보충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작 한 달 쯤 후에 Intermediate 반에 적응하고 나니까 이 반에서 더듬거리고 손짓 발짓 섞어서 친구들이랑 이야기 하는 걸로는 영어 실력이 금방 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자주 나가 노는 것이었어요. 단순히 학원 친구들이랑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아일랜드에 있는 펍들에 가서 다른 그룹들이랑도 어울리면서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보고 배우며 학원 밖에서도 자주 듣고 말하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장점으로는 정말로 영어 실력이 늘어서 그 후 1개월 반쯤 이후(총 2개월반 이후)에 Upper-Intermediate으로 올라가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올라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올라간 반에서 다같이 친했으나 뿔뿔히 흩어진 전 반 친구들을 떠나 새로 적응해야 했음과 더불어 그 반에 있던 친구들이 저에 비해 너무 잘하더라구요... 저는 간단한 것을 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을 유창하게 하기에는 부족해서 항상 버벅거리며 말해야 하는 고충 등... 고통스러운 게 많았습니다. (제 글을 보시면 아실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수다쟁이라서요...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산다는 것에 대한 고충이 가장 컸습니다.) 더불어 친구들이랑 가족을 떠나서 완전한 타지에서 저런 것이 겹치니 많이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생기더라구요.
이후에 아이엘츠를 보기 위해서 아이엘츠 반으로 옮겼는데, 천운이라고 해야할까요, 정말 영어도 잘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제 아이엘츠 리딩 성적같은 경우에는 18 - 30을 왔다갔다 하면서 널을 뛰어서 선생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구요... Listening도 마찬가지였습니다. Writing같은 경우는 좋은 점수까지 바라지는 않았고, 한국인들이 고질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인 관사만 잘 해결하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Speaking이 가장 복병이었는데요, 정말 말 그대로 턱끝에 말이 걸려 있는데 나오지 않는 기분이었습니다. 스피킹 연습할 때 선생님은 초를 재기 시작하셨는데 저는 머리가 정말 새하얘지더라구요... 영어를 절대 아예 못하는 건 아닌데 그냥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압박감도 심했구요, examiner 역할을 해주고 있는 친구가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워서 식은땀이 나고 그랬습니다. 선생님이 그 때 저한테 하셨던 조언은 한국어로 생각한 후에 영어로 번역해서 말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영어로 말을 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건 원어들이 영어를 제 2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저건 영어로 말하는 게 정말 편해졌을 때에야 가능한 거 같아요. 앞에 있는 친구도 무슨 말이라도 그냥 하라고 하는데, 그냥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이 때 도움이 됐던 것은 천운으로 만났다고 했던 그 친구들이었습니다. 아이엘츠 공부 한 달 하더니 재미없다고 질린다고 학원 괜히 두 달 끊었다고 하던 스위스 친구였는데요.. 나중에 아이엘츠 overall 8.5를 받더라구요 ㅋㅋㅋㅋㅋ 괜히 한 말이 아닌가봐요. 이 친구와 또다른 스위스 친구가 (이 친구는 overall 8.0) 제가 안쓰러웠는지 도와줬어요. 저렇게 스피킹 테스트를 할 때가 아니면 편하게 말도 주고받고 하던 친구들이어서 학원 수업이 끝나고 항상 남아서 제 앞에서 examiner가 대신 되어줬고, 아무래도 분위기가 편안하면 머리가 새하얘지는 일은 좀 덜했으니까 좀 더 IELTS라는 시험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유용한 expression을 공부하기도 하고 조언을 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학원 밖에서 만났던 아이리쉬 친구도 저를 도와준답시고 IELTS 스피킹 테스트지를 보면서 열심히 도와줬던 기억도 납니다.
제가 이런 경험을 하면서 결국에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고 많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당장에 본인이 못하는 것만 같고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는 있지만, 잠시 잊고 다른 걸 할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슬럼프는 지금 잠깐이니까, 지나갈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어서 질려버렸으면 잠깐 안 하셔도 좋고, 하던만큼 열심히 하되 늘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잠시 놓고 맘편히 한국어로 된 예능을 보던 한국어로 친구랑 수다를 떨던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슬럼프는 길어봤자 한 달쯤 가더라구요. 그리고 아이엘츠 시험을 대비하면서 슬럼프가 오신 분들께 극복 방법으로 제안해드리고 싶은 것도 본질적으론 같습니다.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줄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연습을 하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우리에게 한국의 스파르타 방법이 맞지 않을 수도 있더라구요.. :)
저는 초반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힘드신 분들이 계시다면 앞으로 괜찮을 거라고 이건 잠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적은 글이었어요. 힘들면 쉬어가셔도 된다구요. 오늘은 글이 정말 길었는데, 혹시라도 다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로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는 아이엘츠 스피킹 공부법에 대해서 자세히 들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