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준비 카페에 올렸던 글인데 많은 반향을 일으켜서 이곳에 복사해 놓습니다.
저의 의도를 대부분 일아주시지만 일부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 먼저 주제를 적어 봅니다.
MBA를 전부, 100%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고 가능성 있는 분들만 준비하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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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두
알만한 대학/학과 나와서 대기업 직장생활 10년차 입니다.
많은 분들과 똑같이 고민했고, 똑같이 MBA 준비해 봤고, Conditional Offer 받은 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가지 이유로 포기한 사람입니다.
지금 포기한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교재비, 학원비 포함 최대 100만원 전후, 공부한다고 약 6개월 소비한 것.
해당 학교 담당자와 인터뷰 후 후한 점수 받아 Conditional Offer 받았을 때 뿌듯함 빼고 나면
나름대로 적게 낭비한것 같습니다.
제가 GMAT 학원 다닐 때 100명 중에 생각있게 공부하는 사람 1/3, 현 직장이 싫어 하는 사람 1/3, 남들하니까 하려는 사람 1/3
이렇게 있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성공해서 원하는 학교에 가는 사람은 3~5%? 이것도 많이 쳐준 것이지요.
더더욱 문제는 과연 MBA를 마치고 왔을 때 (유명 대학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연봉,
원하는 기간만큼 회사를 다닐 수 있느냐는 별개 입니다.
(※ Conditional Offer란? 제가 GMAT 공부를 TOEFL보다 먼저했고, GMAT 점수만 제출했더니
Resume와 인터뷰는 훌륭하니 TOEFL을 내년까지 내면, 내년 입학때 합격시켜 주겠다.. 뭐 이런 약속입니다.)
2. 결론 - 몇가지 이유를 번호매겨서 말할게요
1) MBA 나와 봤자 우리 회사에서는 국내 대학원 2년차 인정해 주는 것과 똑같습니다.
최소 2년간의 시간, 비용 계산하면 그다지 차이날 것이 없지요.
한 10년전에 MBA를 나왔으면 좀 이야기는 다릅니다. 희소성의 원칙이랄까요?
요즘 길거리에 널려 있는게 석,박사, MBA출신, 의사/약사/한의사 입니다.
병원은 하루에 10개 신설되면 3개~7개 정도가 망해 나간다나요? 신문에 많이 나오죠?
MBA출신은 더합니다. 회사입장에서는 희소성의 원칙이고, 그다지 대단한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고
결국 구조조정때 1순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MBA의 전문성이 필요한 인원은 많지않지요.
회사 다녀 보셨죠? 연구직 말고 전공 살리는 부서가 몇군데나 될까요? 길게 이야기 안할게요.
2) 직장생활에는 인적네트워크가 우선입니다.
옛날에 학연/지연/혈연 그러면 무식한 사람 취급했지요?
그래서 요즘은 Human Network라 합니다.
MBA에서 무언가 배운다기 보다는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인맥을 쌓는 것이 중요한 벡터입니다.
2년 MBA 나온 사람보다 한 회사에서 오래 다닌 사람이 아무래도 업무에서나
정치적인 부분에서 좀 더 낫지 않을까요? 연봉도 더 나을 게 없습니다. 대단히 잘나지 않고서는.
3) 연봉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저랑 함께 일하는 동료중에 영국, 미국 MBA 나온 사람이 몇명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대학원 2년 인정해주는 것이 고작입니다.
좀 유명한 대학을 나온 사람은 최초 연봉 협상시 좀 더 주는 걸로 압니다.
헌데 무슨 차이가 있을 까요?
연봉 몇 억 받는 MBA 출신이 2명 정도 있습니다. 이들은? 2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교포 2세 정도로서 Native Speaker 입니다. 즉, 미국인들과 토론이나 협상이 가능해야 합니다.
(2) 미국이나 영국회사에서 M&A 실무 경험이 몇 년은 되어야 국내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가 해외로 진출하려다 보니 현지국가(주로 동남아)의 동종 업체를 인수하면서
시장을 넓혀가야 하거든요.
헌데 국내출신이 MBA 졸업했다고 무조건 몇 억 주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사장이라면
능력 검정이 안되었는데 몇 억씩 뽑아서 쓰겠나요?
또한 미국, 영국회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뽑을까요? 영어가 서투른? 알아서 판단하시죠.
미국에서 MBA 나왔는데 우리회사에서 대접은 똑같고, 일을 많고, 못난이 취급받고, 스트레스 받으니
퇴사한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미국가서 Law School 갈거래요.
애가 없어서 다행입니다마는... 그런 류의 친구들.. 회사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 많습니다.
저도 나가고 싶은데 오죽하겠습니까?
4) 미국 유명 MBA 나온 친구 근황
국내 명문 사립공대를 나와서 미국에서 석사를 받고, 다시 미국의 10대 MBA를 나와서
국내 모 투자증권에 입사했었습니다.
1, 2년 주기로 벌써 5군데 이상 국내외 금융기관을 옮긴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번은 우리회사 건너편의 모 은행본사로 옮겼길래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연봉이 얼마냐는 질문에 말을 잘 안하고 웃기만 하네요.
집사람 친구의 남편은 미국 10대 MBA 나와서 국내에 있는 미국계 은행에 다니는데
제 친구, 집사람친구의 남편 이야기를 종합해서 간략하게 소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소결론> 연봉은 실제 받는 금액보다 주위사람(일반사람)의 기대치가 훨씬 높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친척들 만나면 내가 밥값/술값을 내야 한다.
또한 남들 이목이 있어서 고급세단 이상 끌어야 하고, 좋은 옷 입어야 한다.
스트레스가 많아 늦게 퇴근하고 나서 동료들이랑 룸싸롱 같은 데 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품위유지비'가 많이 들어가서 결국 남는 건 다른 직장인들과 비슷하거나 못하다.
외국과의 시차 때문에 증권거래, 펀드거래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김밥, 샌드위치 먹기 일쑤다.
퇴근 시간은 말할 것도 없다.
헌데 우리는 1년짜리 계약직이다. 성과 안나오면 내년에 짤릴 수도 있다.
여러가지로 건강을 해친다.
얼마전, 회사 내 후배 여직원 오더니 "우리오빠 알아요? 같은 과 동기라면서요?"
직장생활 3년 같이한 후배인데, 그 후배의 오빠와 제가 같은 과 나온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 친구녀석, 유명 전자회사 다니다가 미국 10대 MBA 나와서 다른 대기업 전략기획실인가에 들어갔는데
12시 이전에 집에 오는 경우가 없다네요. 그 여자후배말로는 자기도 오빠 얼굴 오랫만에 봤다면서
그때 제 이야기를 꺼내더라는 거에요.
회사 내에서 대접해준다고 생각하고, 본인도 대접 받는다고 생각하니 칼퇴근은 꿈도 못꾸죠. 회사랑 결혼해야지.
5) 그럼 대기업에서 왜 뽑나?
우리나라 문화가 그렇듯, 아주 높은 분이 '해외 인력 비중을 높여라.' 이 한마디에
계열사마다 인원이 할당되고, 몇명을 뽑았는지가 윗사람의 말에 순종했느냐 평가하기 때문이지요.
더 웃긴 일은, 노랑머리에 파란눈을 몇억 연봉에 온가족 좋은 집 장만해 주고서
정작 별일 안시키고 상전대우 하는 경우 많습니다. 가관이죠.
외국인들은 계약기간 2년 끝나고 도망가듯이 해외로 가버립니다. 우리나라가 외국인들 살기에 버거운 곳이지요.
우리도 살기 힘든 곳이 서울인데.
3. 이글을 쓰게 된 계기
저도 나름대로 많은 고민 후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라는 거 느껴지시나요?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고민 후에 깨달음인데 얼마전 친한 후배가 MBA 준비할 거라고 해서 계기가 되었습니다.
철없는 녀석.
3년전인가, 유명 전자회사 입사할 때, 자신 만만해 하면서 저에게 한 말, "형, 저 이곳에서 임원을 바라보겠습니다."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이렇게 이야기 했죠. "그래, 그 마음 변치 않기 바라고, 한 3년 후에 다시 이야기 해보자."
그 후배는 제말을 기억못한 것 같지만, 얼마전에 만나 정신교육을 시켰더니 기억해 내더라구요.
- 왜 가는데?
- 무엇을 위해?
- 다녀와서 너의 모습은?
- 그럼 지금 2년간 시간과 돈, 노력 후에 네가 얻을 것이, 귀국해서 입사할 회사가 지금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그냥 이곳에서 2년 쭉 다니는 것보다 뭐 나은지?
이정도만 해도 더이상 대꾸 못합니다.
이제 진정한 저의 결론입니다. - 國富流出을 막고 싶네요.
막연하게 MBA 환상에 젖어서 준비하려거든 빨리 포기하세요. - 불행끝 행복시작이 아니라, 또다른 불행의 시작입니다.
현재 준비중이라면, 혹시 본인이 학원선생 주머니와 미국 GMAT 회사 (이름 까먹었어요) 배만 불리고 있는거 아닌지 고민하세요.
MBA를 마치고 난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그것이 현실에 맞는지 고민해 보세요.
또한 MBA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과거에는 몰라도 요즘 MBA 인기가 시들해져서
합격선이 많이 낮아진 것 같습니다. 즉, 많은 대학들이 수익사업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누구나 직장생활이 버겁습니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죠.
헌데, 직장생활에도 사춘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무조건 복종하면서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소한 행복을 찾으시고,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으세요.
취미생활도 좋고, 운동도 좋고. (술집은 해결책이 못되고 돈/건강만 낭비합니다. 마라톤이나 조깅 추천해요)
하루에 1시간 이상 매일 영어회화 공부하세요.
혹시 출퇴근을 걸어서 해본다던지, 걸으면서 영어회화 MP3 듣는다던지, Shadowing 하면서.
(참고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Shadowing하고 토익 책 잠깐보고 마의 2급 넘어 1급을 땄습니다.)
평소와 다른 무언가를 시도해 보세요.
행복은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얼마나 충실하느냐에 있습니다.
돈은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끼고 덜 쓰는 것도 부자의 길 중에 하나 입니다.
제가 너무 비관적이었나요? 약간의 희망이라도 드려야겠죠?
제가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을 넘을 수 있는, 이런 분만 MBA 준비하세요.
- 학력이 너무 딸려서 Up-grade하지 않고서는 못 살겠다 싶은 분
-> 꼭 이런분들 중에 가끔 자기가 조금 학력 높아졌다고 그렇지못한 사람 무시하려는, 올챙이적 생각못하는 분들이 있지요.
- MBA가 미치도록 공부하고 싶은 분
- 영어는 Native Speaker 수준이고 한국에서 더이상 못살겠다 싶은 분
- 중소기업도 좋으니까 졸업 후에 한국에서 욕심없이 살고 싶은 분
- 회사에 충성하여 회사에서 보내주는 MBA -> 이것이 가장 베스트 아닐까요?
MBA 다녀온 분들 모두,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여기까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