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여기에 의대붙으신분들도 여럿 되는듯 하고 의대준비하시는분들은 더 많은것 같고. 보통 어떻게 하면 의대갈수 있나요 하는 글을 보게되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런 질문도 하시는것 보면 그런 의지가 있는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고요. 의대생분들또한 후배위해서 이것저것 조언해주시니 참 좋네요. 전 2008년에 의대입학해서 이제 레지던시 막바지고요. 그동안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저라는 사람도 많이 변한것같네요.
여기 자주 들러주시는 의대생분들이 이것저것 조언 많이 해주시는데, 다 맞는 말씀들이지만 저는 조금 다른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자신이 부모가 되고나서 그런지, 여기 가끔 자녀분들 대신해 질문하시는 부모님들 글보면 마음이 찡하네요. 지금 제가 쓰는글은 주로 학부모님들께서 읽어보셨으면 하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대를가기위한 교과서같은것은 없습니다. 무조건 이걸하고저걸하고 방학때는 이런저런 Activity를 하라거나, 학부는 어딜가고에 대한 의견들이 많은데, 그런것에 관한 정답은 없는것 같습니다.
그럼 학부모분들이나 고등학생이 가장많이 묻는질문인, 학부는 어디로 갈까요에 대한 정답은, 가고 싶은데 가면 됩니다. 대학4년은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재밌고, 많이 배웠고, 사람과 친구도 가장 많이 만났고 사귀었던 시절이었던것 같습니다. 이 4년은 단지 의대에 가기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가지는 시간입니다. 처음으로 부모님을 떠나서 혼자아니면 룸메이트와 살면서 인간관계 형성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을 내리고, 연애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그러면서 공부도 하고, 진로에 관한 고민도 하고, 참 많은일이 대학생활때 일어납니다. 처음 학부생활 시작하는 대다수의 프리메드학생들이 중간에 진로를 바꿉니다. 실력이 모자라서일수도 있지만, 다른곳에 관심이 많아져서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대가는데 유리할수도 있다라는 이유만으로 학부를 고르면 후회가 많을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아이비리그를 가든, 주립대를 가든, 학교의 이름은 바뀔지언정 정작 바뀌지않는건 그사람의 실력과 그동안 쌓아왔던 공부습관입니다. 의대갈만한 사람들은 다 가게되어 있습니다. 캠퍼스 가보고 여기서 4년동안 공부하고 싶다 그런곳으로 가면 됩니다. 학교의 이름이 자신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명성높은 학교로 가면 됩니다. 레지던트할동안에 제가 어느학부 나왔는지 물어보는 환자나 교수도 없었을뿐더러, 전 심지어 5년동안 같이 일한 제 동료들이 어느학부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Activity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서치해라, 봉사활동해라, 스펙쌓아라, 뭐 다 틀린얘긴 아니지만 좀 뭐랄까.. 교과서읽는다는 느낌이 드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건 자기개발입니다. 리서치, 봉사활동, 안하는사람 없습니다.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도 이번해에 치프라서 새로 레지던시 지원하는 의대생들 많이 인터뷰했지만, 리서치 봉사활동 안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들은 무엇인가 자기개발에 충실하고 삶을 즐길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자기개발의 예를 몇가지 들어보자면,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스포츠입니다. 고등학교 대학교때 풋볼 열심히 해서 주장을 맡았다던가, 테니스를 잘쳐서 All-American 테니스팀에 들어갔다던가, 대학 야구팀에 들어가서 National Tournament에 갔던 경험이 있다던가, 스키를 잘타서 스키강사로 대학때 아르바이트 한 경험이 있다던가, 참 다양할수가 있습니다. 제 의대 동기중에 올림픽 나갔던 사람도 있어요. 지금 같이 일하는 어떤의사는 NFL에서 6년동안 선수였던 사람도 있구요. 이런것들이 중요한 이유는, Team-play, Leadership등에 대한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부모의 대부분은 고등학교때 스포츠팀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공부할시간도 모자란데 무슨 스포츠? 같이 반응합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것이, 아주어릴때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경우, 한국에서는 고등학교의 스포츠팀이라는 의미가 공부를 희생하고 아예 진로를 그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서는, 특히 자녀의 영어가 잘 안되는경우 부정적으로밖에 볼수 없는것이죠. 이것은 문화적인 차이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고, 스포츠면에서 한국유학생들의 경우 불리하게 시작할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outdoor activity. 의대다닐때 동기중에 Pacific Crest Trails을 혼자 걸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캐나다 국경까지 2600마일을 혼자 걷는것인데 4개월 걸렸다네요. 그리고 그당시 걸으면서쌓았던 경험, 사귀었던 사람들, 사진, 후기등을 자기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참 멋있더군요. 이걸 하기위해서 학교를 한학기 쉬었다네요. 제가 인턴때 치프였던 사람은 주에서 개최하는 싸이클링대회에서 우승했던 경험도 있고요. 어떤사람은 아이슬란드에서 하이킹가이드로 몇년 일하다가 의사가된사람도 있고 참 다양합니다.
예를 더들자면 끝도없지만 음악, 미술, 고고학, 건설, 개인사업 등등수많은 다양한분야에서 자기가 하고싶은일 하다가 의사된사람 많습니다. 이러한 자기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자기개발 그 자체가 의대가는데에 도움이 됩니다. 자신은 그냥 재밌으니까, 좋으니까 시작한 일인데, 하다보니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고, 쉬는시간에 스트레스도 풀수 있고, 삶도 즐길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것입니다. 제가 위에 언급드렸듯, 의대가려는사람은 누구나 봉사활동 리서치 합니다. 그 수많은 지원자중에서 자신을 좀더 높은곳으로 올릴수 있는부분이 바로 이 자기개발입니다. 이건 자신이 의대가려는 수단으로 한일이 아닌, 자기가 좋아서, 재밌어서 계속 꾸준히 하다보니 실력도 좋아지고 대회도 나가게 되고 하면서 자신의 삶에 하나의 중요한 자리를 꿰차게 되는겁니다. 예를들어 의대 인터뷰때 프리타임때 무엇을 하나요? 하고 질문받았을때, 전 하이킹 좋아해서 이곳저곳 캠핑다니고, 대학다닐때 4개월 미국을 걸어서 종단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Wow Interesting!' 하면서 대화가 좀더 깊어지고, 자신이 어떤사람인지 인터뷰어에게 알릴 기회가 되는 것이고 좀더 인터뷰어 기억에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과서적으로 리서치 봉사활동 하고 공부만 하고, 이런 자기개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자신은 좋아서 한일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인터뷰어 입장에선 정말 Interesting한 학생이 되버린 것이죠. 단, 가끔 자기개발과 시간낭비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녀가 만약에 저처럼 고등학교다닐때 프로게이머 하고싶다고 게임만 하면서 깝치면 죽도록 갈궈서 말려야됩니다. 대학생활때 자기개발이 중요한 이유 둘째는, 대학때 아니면 그렇게 할 시간이 없기때문입니다. 의대4년은 공부따라잡고 리서치활동하고 어쩌고 하면 시간 다 갑니다. 레지던트때는 의대4년보다 훨씬더 많은양을 배워야하는데 그걸 일하면서 해야됩니다. 그러다가 결혼도 하게되고 딸도 생겼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지금 제가 가장 많이 후회되는건, 왜 내가 바로 의대왔을까, 좀더 인생경험 쌓을걸, 여행도 좀더 다닐걸, 대학때 스페인에서 스페인어 공부하면서 한학기 보낼걸, 이런것들입니다. 여담으로 작년에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대결을 했을때, 아버지가 그걸 인터넷으로 보시면서 이것저것 말씀해주시는데, 어렸을때 바둑이라도 배워볼걸 하는생각이 들더군요. 뭐 지금도 늦은건 아니지만, 그럴 시간적, 특히 정신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레지던트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것 같아요. 대학때, 고등학교때 게임하지 말고 그시간에 배웠으면 참 좋았을텐데.
의대를 가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는것은 나쁜것이 아닙니다. 허나 그것만 생각하고 대학에 가는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 핵잠수함 김병현 선수가 보스턴에서 선수생활할때 그 동료들이 했던 인터뷰가 생각나네요. 'Kim은 참 좋은 선수다. 하지만 그의 머리에는 온통 야구밖에 없다. 밤 10시까지 투구연습을 하는것은 그 자신에게도 좋지않다. 우리는 그와함께 비디오게임도 하고 더 친해지길 원한다'
대학은 의대가기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한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날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 4년입니다. 의대가기 유리하다, 이학교가면 점수 잘받는다, 네임밸류가 높다, 이런이유만으로 학부를 결정하는건 좀 안타깝네요.
또 한가지, 봉사활동의 의미도 잘 모르고 그냥 해야된다고 해서 하는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봉사활동을 안하면 안되니 뭐든간에 해야되는건 맞습니다. 근데 뭐랄까.. 의대가기위해 해야될 리스트를 적어놓고 리서치 봉사활동 박스안에 체크표시 하는식으로 하는것은 좀 안타깝네요. 자기개발과 연결시키면 좋을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기타가 취미인 학생이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서 무료공연을 한다거나 하는일? (좀 쌩뚱맞지만 예를 든겁니다) 자신이 재밌는일 하면서 봉사도 되는겁니다. 또다른 한가지, 밑에 어떤분이 step1점수 낮거나 low-tier 레지던시 가면 깡촌에서 일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말하신분이 있는데, 깡촌가는 미국의사들은 대도시나 대학병원에서 일자리를 못잡아서 가는게 아니라 가고싶어서 가는겁니다. 자기 고향이 깡촌이라 되돌아가서 자기 고향사람들 의사가 되겠다는데, 그게 점수나 학교가 상관이 있을까요? 미국사람들은 이런면에서 참 순수합니다. 오히려 어떤의미에서는 진정한 봉사활동이 아닐까 생각되고, 그런것이야말로 의대에서 찾는게 아닌가 합니다. 또한 깡촌에서 의사하려면 정말 실력 좋아야됩니다. 자기분야보다 훨씬더 광대한 범위의 환자를 보기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더, 저는 고등학교때 좀 많이 놀은 케이스고, 다행히 늦지않도록 정신차린 사람이라 의대입학에 관한 시선이 여기계신 다른 의대생분들에 비해 좀더 긍정적인 편입니다. 그래서 성적이나 MCAT이 꼭 낮다고 절대못간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합니다. 다만 부정할수 없는것은, 성적 잘받고 MCAT점수 높으면 웬만하면 다 의대가긴 하더군요. 위에 말씀드린것은 수많은 지원자들중에서 좀더 자신의 지원서를 부각시킬수 있는 그런점들을 꼽아서 정리해드린것입니다. 자녀분들 조언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