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헤매다 해커스가 기억났어요...
10년 전에 꽤 자주 들락날락했는데...
그럼 제 나이는 벌써...^^
유학생 분들 힘내세요...
저도 유학하던 시절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그 힘들었던 시간이 자양분이 되어서...
사회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꿋꿋할 수 있게 해주네요....

저.. 최근 유학시절 만났던 첫사랑과 재회했어요....
게시판 글들 보니 저의 옛시절도 새록새록하네요...

10년만에 만난 첫사랑....

씁쓸함 그 자체였습니다....

첫사랑과는 10대 시절 한 달 미만 만나고..
롱디 중 헤어졌어요.....
제가 몸이 많이 아파서 더이상 유학을 못하게 되었는데...
미국에서 구급차 타고 응급실 몇 번 오가니 금전이....
경험 있으신 분들은 금액 짐작 가시겠죠...
한국이야 제가 아파서 쓰러져도 구급차 무료에
병원비는 미국의 1/10도 안되니까..... 하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귀국과 제 건강으로 인해...
둘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헤어져야만 했어요....

그리고 6년이 지나... 제가 첫사랑의 페북을 찾아 연락했습니다..
제 첫사랑은 아주 잘 지내 보이더라구요..^^
저는... 귀국 후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집과 병원 이외의 곳은 다니지도 못했어요..
너무 괴로웠죠....
그리고.. 시간이 흐르도록..
제 인생에 있어 남자는 그 한 달도 못 만난..
첫사랑 하나 뿐이었기에...
혼자 있다 보면 자연스레 그 사람 생각만 몇 년을 했어요...
저도 적어놓고 보니 너무 속상하네요....
그 사이 제 첫사랑은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저만 혼자 과거에 덩그라니 남아 있었어요...

사실.. 아픈 동안은 첫사랑에게 연락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어요..
자신이 없었던 거죠...
저는 몸도 아프고 유학도 그만두고 집에만 있는데....
이런 저를 첫사랑이 싫어할까봐 너무 두려웠어요....
그렇게 몇 년 지내다가...
몸이 좀 나아서 한국에서 학원도 다니며 대학 입시 준비를 했어요...
열심히 했고, 운 좋게 좋은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그 시기에... 다시 첫사랑에게 연락했죠....
제가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시기에.....
... 사실 좀 상처받았어요..
첫사랑이 제 연락은 받아주었지만...
이전과 같이 저를 대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우리가 더이상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무뚝뚝한 게 너무 당연한 건데...
저는 그걸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 혼자 지내며 과거에 머물렀던 거예요....
저에게 사랑이라고는 그 20일 남짓했던 기억 뿐이건만..
6년 사이 제 첫사랑은... 많은 여자를 만나고 사회 생활을 한 거죠...
그리고 제가 대학에 늦게 간 뒤 여행중 첫사랑이 사는 곳을 경유하는 노선을 탈 때
첫사랑에게 연락해서 2시간 남짓 잠깐 만났어요...
공항에서 만나서 밥 한 끼 먹은 게 전부라....
그마저도 저는 너무 떨리고 좋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어요..

그리고 4년이 지나... 며칠 전에..
첫사랑이 사는 곳으로 여행을 간다고 연락했어요...

첫사랑이 공항으로 픽업 나와주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어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좀 헷갈릴 수 있는데...

첫사랑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으로 가서
저에게 오랜 시간 비행으로 힘들지 않았냐며
샤워하라고 큰 수건을 새로 꺼내주더라고요..
집에 아무도 없는데...
일단 저는 샤워를 했고요..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부모님과 형제가 집에 와 있더라고요..
10년만에 보는 거였죠..
옛날에 첫사랑의 부모님과 같이 놀러다녔는데...
어머님은 저를 안아주시고,
아버님도 저와 소풍가서 함께 찍은 사진이 아직 있다며 기억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정말 따뜻한 환대였습니다...
그러면서 먹을 걸 내와주시더니..
볼일이 있다며 첫사랑과 저만 남겨두고 다 나갔습니다..
첫사랑은 저를 위해 집 근처 호텔을 잡아 놓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호텔로 같이 걸어갔죠..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어요..
첫사랑이 자기 이름으로 제가 머무는 동안의 예약을 잡아놓았더라고요..
그래서 방에 제 짐을 풀고...
첫사랑이 제가 집에서 샤워하는 동안 못씻었다며 호텔에서 샤워를 했어요..
그리고.. 아무일 없이 ㅡㅡ 저희는 나가서 2시간짜리 풀코스 마사지를 받고..
첫사랑이 다시 저를 호텔 방 안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키를 꽂고 불이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잘자라고 한 뒤 나가는 첫사랑을..
제가 안았어요... 정확히 말하면 안긴건데.... 키차이가 좀 나서....
첫사랑이 가만히 있더라고요..
2분 정도 그냥 그렇게 서서 안고 가만히 있다가 잘 자라고 하고 나갔어요..

다음 날, 첫사랑이 친한 여자사람친구라며 친구를 소개했어요..
말그대로 여자사람친구..
그 여사친이 제 첫사랑에게 관심있는지는 모르지만..
여사친이 첫사랑이 손에 뭘 들고 있거나 놓치면 대신 들어주더라고요..
그렇게 손이 가벼워지면 첫사랑은 제 손가방을 들어주거나
제 손에 있는 걸 대신 들어줬어요...
그 여사친이...
대학시절 여사친과 제 첫사랑이 처음 만났을 때
첫날부터 지갑 속 제 사진을 보여주며 제가 너무 보고싶다고 했데요..
그게 너무 인상적인 첫만남이었다고 ㅡㅡ.... 미안해지더라고요...저는...
그래서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했다는 거예요....
그 여사친에 따르면..
대학 오고 1년 동안.. 제가 귀국하고 나서도 계속 제 얘기만 했다네요..
그러다 2학년부터 여자친구를 새로 사귀었다는데...
자기 눈에 제 첫사랑의 전 여친들이 다 저를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봤을 때, 지금껏 애인 고르는 취향이 다 저 닮은 사람이었다고..
그러면서 그 여사친은 제 첫사랑이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은
자상함을 저에게 보인다며 신기해 하더라고요.....
마치 우리 둘이 다시 이어지라는 듯이....

그리고 그 둘째날도 제 첫사랑이 호텔방 안까지 데려다줬어요..
저를 차에서 그냥 보내면 불안했나봐요...
그래서 저는 다시 첫사랑을 안았죠...
그러자 첫사랑이 저에게...
아직도 그렇게 과거를 흘려보내는 일이 힘드냐고 묻더라고요..
자기는 이미 이별 후 다른 여자들을 여럿 만났지만..
저는 후우... 아니었거든요.... 너무 불공평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다시 나갔어요...
다음 날도 첫사랑이 제 호텔방에 와주고...
바깥 풍경이 보이는 2인실 온천 호텔을 대실했어요...
그리고 각자 안보이는 데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2시간 동안 욕조에 몸 담그고 있다 나왔죠....
저는 사실 첫사랑과 무슨 대화라도 하고 싶었고...
지난 10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catch up 하고 싶었는데...
커다란 욕조 가운데에 놓인 바 치우지 않고
그 위에 핸드폰 올려놓고 런닝맨 틀어놓고 보다
그냥 시간 되었다는 벨 울려서 각자 샤워하고 나왔어요...
아 첫사랑이... 저보고 화장대 앞에서 자기가 머리 말려줄테니
스킨 로션 바르라고 하며 드라이기로 제 머리를 말려주긴 했어요...


물론 제가 뭘 기대한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10년 전에 사귈 땐 그래도 손은 잡고 포옹도 했거든요?
그리고 스킨십 정말 많이 좋아했고요...
롱디 중에도 맨날 전화로 저 안고 싶다, 뽀뽀하고 싶다 난리였는데....
근데 이번엔 정말 저와 함께 있는 동안 아무런 스킨십이 없었어요..
기껏해야 저녁에 저 다시 호텔방 안에 데려다줄 때 짧게 포옹하는 정도?
그마저도 제가 한 거구요...

그리고.. 호텔값 계산하려고 보니..
이미 제 첫사랑이 제 호텔값은 선불로 다 지불한 상태였어요....
정말...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마지막날 밤엔 첫사랑의 여사친을 호텔에 불러서 같이 놀았어요..
첫사랑은 내내 그렇듯 집에 가서 자고요..
첫사랑 부모님이 외박을 허용 안하는 스타일이셔서....
하도 세상이 험해서요 ㅎㅎ 남자들에게도요... 꽃뱀이 많다고......
그렇게 그 성격좋은 여사친과 있으며..
첫사랑의 과거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어요...

첫사랑의 직업과 집안이 좀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여자들이 제 첫사랑을 막 호텔로 유인해
억지로 잠자리를 가지려 했던 일이 잦았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또 좀 개인적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서 6년 만에 제가 연락했을 때도
주변에서 첫사랑 대학 친구들이 다 저를 무슨 꽃뱀 취급했었데요....
하아....
근데 사실 제가 첫사랑보다 직업이 좋아요.....ㅡㅡ
예를 들어 제가 의사라면 제 첫사랑은 회계사? 정도인데ㅡㅡ
물론 저를 모르는 사람들이 제 첫사랑이 걱정되어 추측한 거고..
제 첫사랑은 제 앞에서 이런 티를 하나도 안냈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부모님이 제가 첫사랑과 교제하면 반대하실 게 뻔해요..
첫사랑도 그 사실을 압니다...
적어도 저 정도면 같은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저도 알아요.. 저랑 첫사랑이랑은 결혼할 수 없다는 거요...

그리고 그 여사친 말에 따르면 지금 제 첫사랑에겐 여자친구가 있답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저의 여행을 도운 거였죠...
그런데 이 여사친은 지금 제 첫사랑의 여자친구가 마음에 안든다며
그냥 저랑 첫사랑을 자꾸 이으려 했어요...
제 첫사랑에게 저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래요... 가족 같은 사람이라고..
(실제로 저희 고등학교 졸업 전 20일 남짓 사귀었습니다 ... 그리고 다른 대학에 갔죠)

뭔가 좀 서글프더라고요... 제가 지금 여자친구분께 실례한 것 같고..
첫사랑에게 이미 여자친구가 있으면 연락 안했을텐데... 몰랐어요..

그렇게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음날 아침 첫사랑이 늘 그렇듯 호텔로 데리러 와주고..
공항까지 데려다 줬어요...
저는 억지로 창가 보는 척을 했는데...
똑바고 보지는 못했지만 공항 가는 길에
첫사랑이 운전하며 한 손 씩 번갈아가며 손을 얼굴 쪽에 대는데..
우는 것 같았어요.. 눈물을 닦는 것 같았는데....
저는 못본척 계속 창밖만 봤어요...
여사친은 뒷좌석에서 자고....

아무튼 공항 가는 길에 아무 말 없었어요...
그리고 헤어질 때 다시 포옹을 하는데....
제 첫사랑이 저를 안고 저에게 "네가 필요할 때면 항상 여기 있을게"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와 카톡을 보니.....
제가 여행에서 얻고자 했던 걸 얻지 못했을 거라는 엉뚱한 말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와 함께 있는 동안 지금 여자친구의 존재를 숨겼다고...
천천히 얘기하겠다고 해서 제가 알았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카톡은 안하는데....

왜 자꾸 제 첫사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지....

사실 저도 그 동안 의사 남친만 세 명을 사귀었어요...
근데 다 저의 인연이 아니었는지 다 한 달 남짓 사귀고 잘 안되었고요....

그냥 가슴이 너무 먹먹한 나날들이네요.....

그냥 넋두리였습니다..

인연은 정말 뜻대로 안되나봐요...

그냥 첫사랑과 아예 연락을 끊고 다시는 만나지 말까 싶기도 하고...
제 첫사랑이 10년 전 저로 인해 너무 많이 상처받았어요...
저는 그걸 알기에 할 말이 없고요....
여행 중에도 지나가는 말로 장난치듯
"여의사들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아래로 보이지?"라며 웃더라고요..
저는 어떻게 첫사랑에게 이렇게 상처만 주는 존재인지....

그런데 지금 여자친구가 저와 첫사랑의 관계를 알면... 어떨지 걱정도 되어서...
첫사랑은 저와 단둘이 있으며 정말 스킨십 하나 없긴 했어요..
10년 전이었다면 적응 안될 정도로...
괜찮겠죠? 여자친구는 제 첫사랑의 대학원 동기이자 직장동료라네요..
제 존재는 모를테죠.... 그냥 씁쓸하고 먹먹한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