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우해커스 지구촌 특파원 11기 삐이약입니다!
이번 칼럼은 청각장애인이 교환학생을 가는 방법에 대한 주제로 작성하였는데요, 청각장애인이 교환학생을 가는 게 가능할까요?
정답은 당연히 YES! 입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어떤 산들을 넘었고 어떤 절차들이 있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후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하는 다른 장애학생분들을 위해 제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참고로 저는 청각 장애가 있으며 장애 정도는 중증입니다! 또한 수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교환을 가기 위해선 3가지 단계들이 필요합니다. 본교 선발, 파견교 선발, 파견교에서의 편의지원.
이 3가지 단계에서 청각장애인이 교환학생을 가려면 어떤 방법과 준비가 필요한지 함께 알아볼까요?
1. 본교 선발 - 면접 시 영어 속기 신청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선 누구나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중 영어 면접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청각장애 학생의 경우 면접을 볼 때 영어 속기가 필요합니다.(속기:말을 글로 변환해 적어주는 것, 소리를 자막으로 적어주는 것을 뜻함.) 듣기에 어려움이 있어 면접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어 속기를 미리 신청해야 면접 때 영어 속기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영어 속기는 어떻게 신청해야 할까요?
본교의 센터를 찾아보면 장애학생지원센터처럼 장애학생을 도와주는 센터가 있습니다. 그 센터와 컨택해서 사정을 설명하면 대부분 사정을 봐주고 속기나 자막인력을 붙여줍니다. 만일 그런 센터가 없다면 과사무실로 가서 지원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온라인 면접 때 '나에게만 보이는 채팅' 기능을 이용해서 질문을 글로 받아 면접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장애학생 학우분들도 이 방법을 통해 면접을 무사히 치르시길 바래요!!
2. 어학성적 준비 - 청각장애인이 영어 성적을 어떻게 산출할 수 있을까?
본교의 면접에 선발되었더라도 교환학생이 완전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바로 파견교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요, 보통 파견교는 어학성적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이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만 선발합니다.
어학 능력이 있어야만 교환학생을 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학성적의 기준이 되는 시험들은 매우 많지만 대표적인 것은 토익, 토플, 아이엘츠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험들에는 듣기평가가 대부분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청각장애인의 경우엔 듣기평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Letter of proficiency를 받는 파견교 찾기
파견교들 중에, 어학성적을 제시하지 않아도, Letter of proficiency*를 제시하면 어학기준을 충족하였다고 보고 교환학생으로 받아들이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Letter of proficiency: 영어능력을 증명하는 서류로, 제가 다니는 본교인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국제어 수업 3개+영쓰/영발/영토 중 2개를 들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국제처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발급 방법: 국제처에 영문 성적증명서와 함께 발급 요청하기)
이 경우에는 어학시험을 굳이 치르지 않아도 되기에 마음의 부담이 한결 덜해집니다. 또한 듣기 시험을 치를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가능한 학교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고, 가고 싶은 학교에서 Letter of proficiency를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방법들이 있습니다.
2) 파견교에서 제시하는 어학 기준 중 듣기 점수를 제외하고 평가해달라고 요청하기
바로, 어학 성적에서 듣기 점수를 제외하고 평가해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길고 오래 걸리고 꽤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1번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가고 싶은 학교가 Letter of proficieny를 받지 않아 다른 방법들을 써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직접 파견교와 컨택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선 본교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메일로 파견교에게 직접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고 듣기 점수를 제외한 다른 점수들로 평가해달라고 요청을 해야합니다.
물론 이 요청이 반려되는 경우도 대다수며, 이 경우는 3번 방법으로 넘어가거나 포기하고 다른 파견교를 찾아야 합니다.
요청 내용은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으며, 제 경우 어떻게 하였는지 서술하겠습니다.
제가 지원한 학교인 로스킬레 대학교는 어학 성적을 CEFR** 기준으로 B2레벨의 성적을 요구하였습니다.
**CEFR(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 간단하게 말하면 외국어 교육 기준. 파견교에서 제시하는 어학성적 기준들은 대부분 CEFR의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제시한 어학시험들 중 TOEIC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저는 토익 Lc(듣기시험)+Rc(읽기시험) 을 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리스닝 점수를 빼고선 토익 LC+RC B2레벨 점수인 785점을 넘기기가 불가능했습니다. 읽기시험 만점을 받아도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저는 TOEIC B2레벨의 RC 점수 최소기준을 찾고(385점), 이 근거를 보내면서 RC 점수를 평가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다행히 로스킬레 대학교는 이 기준을 받아들여주었고, RC 시험을 치르는 것을 허용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매우 오래 걸립니다. 유럽 특성상 답장 메일이 일주일에 한번 꼴로 오고,
청각장애인이 교환학생을 가는 건 드문 사례이기에 파견교들도 선례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Q. 청각장애가 있는 경우 어학시험 기준이 조정되나요?
듣기 시험을 치를 수가 없어요.
A. 그러게,,우리도 잘 모르겠네,,
시험 제공자에게 문의해봐!
하는 두루뭉실한 답변이 올 수 있습니다. 반드시 명확한 어조로 분명한 답변을 제시하라고 보내셔야 합니다. 또한 본인이 직접 기준을 찾고 합당한 근거를 보내야 파견교에서 허용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잘 찾아보고 보내셔야 파견교가 허용해줄 확률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1번 과정인 본교 면접에 붙은 상태에서야 이 과정을 진행하였기에 매우 속이 탔습니다.(거진 2-3달 정도 걸렸습니다.)
따라서 교환학생을 신청할 계획이거나 생각이 있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은 반드시 미리!! 가고 싶은 학교의 어학 기준을 알아보고 면접 전 메일로 여유있게 컨택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만일 듣기평가를 제외하고 평가해달라는 요청이 반려되었는데 시험을 쳐야 한다면 2가지 선택지를 고려해보실 수 있습니다.
2-1) 울며 겨자먹기로 speaking&writing 시험을 친다.
듣기 시험을 안 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토플이나 아이엘츠의 경우 리딩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을 묶어서 점수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 최후의 보루로
2-2) 파견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연락하기
를 쓸 수 있습니다.
보통은 서포트 센터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메일을 보내서 사정을 설명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는 청각장애인 지인의 경우 이 방법을 통해 승인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포트 센터에 메일을 보내도 답이 안 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엔 3번째 마지막 방법을 써야 합니다.
+ 어학시험의 청각장애인 편의지원
고등학교 때의 수능 듣기는 스크립트를 받아 푸는 것이 가능하였는데, 공인어학시험의 경우 따로 제공되는 스크립트가 없습니다.
따라서 청각장애인 편의지원을 직접 신청하여야 하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토익 시험
- 장애인 증명서를 통해 편의지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중증 청각장애 편의지원 : 듣기 평가가 n/a로 표시됨(점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험을 치르지 않습니다.)
경증 청각장애 편의지원 : 보조기구 착용(e.g 보청기 착용 후 시험 응시 허용)
토플과 아이엘츠의 경우는 제가 치른 시험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토익과 동일하게 편의지원 신청을 직접 하여야 하고,
토플의 경우 듣기 생략, 말하기 생략, 수어지원, 시험시간 연장, 구어지원 등 다양한 편의 지원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아이엘츠의 경우 구어 지원 서비스 및 음성 지원 증폭 서비스가 있다고 합니다.
시험 응시 시에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만일 이 방법들이 전부 불가능해졌다면 마지막 방법이 있습니다.
3) 어학시험 점수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파견교에 문의하기
파견교의 어학성적 기준을 잘 읽어보시거나
문의를 해서 알아보시면, 개인적인 경우에 따라 어학성적 기준을 다른 서류나 경험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로스킬레 대학교의 경우 이런 서류들이나 경험들로 어학성적 기준을 대체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문의로 얻어낸 내용입니다.)
따라서 제 경우에는 영문 성적증명서에 있던 영어쓰기, 영어발표 수업의 교육과정이 100%영어로 진행되는 대학 수준의 영어 말하기 수업이었기에, 교육과정을 보내주어 어학시험 점수를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 대체할 수 있는 경험으로는 해외 인턴십 근무 경험, 해외 봉사활동 경험 등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2번 단계에서 이 3가지 방법을 알맞게 잘 사용하셔서 파견교의 어학 성적을 충족하시고 선발되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방법들을 통해 어학성적 기준을 충족하였고, 마침내 파견교에 선발될 수 있었습니다.
3. 파견교에서의 편의지원
장애인 학우분들이 교환학생을 가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편의지원일 것입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는 장애학생들이 필요한 다양한 편의지원들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체장애학우일 경우 이동 도우미, 청각장애 학우일 경우 수업 내용 속기 등,, 다양한 편의지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환학생 가서도 이런 편의지원들을 신청할 수 있을까요?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학교 by 학교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어떤 편의지원들을 받았고 , 제가 다니는 파견교인 Roskilde University에선 이런 편의지원들을 어떻게 찾아보았는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환학생을 신청하기 전에 파견교 목록을 받아 추린 후, 그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장애학생 지원 절차가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교환학생에게도 적응이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파견교에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에 직접 메일을 보내서 묻는 것이 가장 좋지요. 그러나 저는 이전에 Roskilde University의 서포트 센터에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고, 그 상태로 우선 교환학생을 오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여기 와서 3번 단계를 시작했고, 많이 조급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니는 Roskilde University에는 Special Guidence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의 내용처럼 장애를 가졌거나 난독증이 있는 등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제 전공 과목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서 상담도 가능하고, 수업 및 학습을 도와주는 SPS라는 도우미(한국으로 치면 장애학생 도우미)를 붙이는 것도 가능한데(제 경우 속기사를 요청할 수 있겠죠.) 아쉽게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교환학생에겐 SPS가 제공이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Special Guidence에 등록하고 나면 학기말 시험에 대한 특별 시험 기준은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전공 과목 중 하나는 시험이 구술 시험으로 치뤄지는 데, 저는 구술 시험에서 질문을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있어 특별 시험 기준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학교에 나와있는 절차대로 신청하고, 관련 부서에 메일을 넣어 사정을 설명했습다. 이때 자신의 상황을 증명하기 위한 영문장애증명서는 필수이니 꼭 한국에서 PDF로 받아오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몇번의 메일이 오고가고,, 긴 기다림 끝에 교환학생 온 지 2달 반만에 특별 시험 기준 신청 등록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구술 시험 땐 질문을 텍스트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SPG에 등록한 후 제게 적용되는 Special exam condition에 대한 정보의 세부 내용입니다.
이렇게 총 3개의 절차를 잘 통과하면 장애학생도 교환학생 파견이 가능합니다! 다만 장애유형과 중증도별로 받아야 하는 편의지원과 면접 지원이 천차만별이니 잘 살펴보시고 지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교환학생을 가려고 했을 땐 정보가 정말 없었어서, 이후에 교환학생을 가려고 하시는 분들께 이 칼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칼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보고 싶은 주제 있으면 편하게 댓글 남겨 주세요!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