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들 모두 감사합니다. 제가 지도교수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는 이유를 추가로 설명드리고 싶어서 글을 다시 남깁니다.
저는 화학관련 전공이고, 실험실에서 analytical work을 합니다. 저희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이 굉장히 케어가 많이 필요해서 거의 매일매일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고쳐줘야 하기 때문에 lab technician들이 랩에 한 명씩 흔하게 있습니다.
지도교수님 랩은 제가 PhD 오퍼 받고 인터뷰 할 때까지 보면 굉장히 안정적이었습니다. 5년차와 2년차 두 명, 랩 매니저가 있었고 5년차 이전에는 1-2년 간격으로 제때 졸업하고 포닥/직장 등 정착한 학생들이 몇 명 있었어요.
PhD 시작하기 직전 여름에 랩 매니저가 교수와 싸우고 사직서를 내고 나갔습니다. 2년차 한 명도 개인적 이유(만나보지 않아 이유는 듣지 못했습니다)로 석사 받고 나가고, 다른 2년차는 관심분야가 바뀌었다며 석사학위 받은 후 지도교수를 바꿨고요.
그래서 지도교수님이 올해 저까지 1년차 두 명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원래 저희 학교는 1년차 학생들은 TA를 시키지 않는 것이 암묵적 규정인데, 저희 랩이 지금 적자입니다. 랩 매니저가 돈 관리를 뭐같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교수님이 그걸 100% 랩 매니저에게 맡기고 전혀 신경 안 쓰던 것이 정상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두 학기 모두 TA하면서 수업 듣고 랩에서 일했고요. 그 와중에도 제가 느낀 건 지금 제가 일하는 프로젝트는 정말 못하겠다는 거였습니다. 지도교수님께 상담해서 다른 프로젝트가 없느냐고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랩 일은 재밌지만 관련 논문 읽는 게 정말 지옥 같은데, 제가 석사 박사 논문 쓰려면 읽어야 할 literature가 수없이 많은데 관심없는 분야 논문을 읽고 있으면 정말 내가 여기까지 와서 뭐하나 싶습니다.
어쩄든 이제 5년차는 올해 졸업합니다. 그런데 저와 같이 들어온 1년차가 또 석사만 받고 고등학교 교사 하겠다며 나간다고 결정하고 교수한테 통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저 혼자 남는 거죠.
혼자 남으면 교수님 관심 모두 받으니 좋지 않느냐, 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저는 지금 제 프로젝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1년 일하면서 랩 일은 재미있지만 이걸 평생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이 연구를 하는 교수님과 남아 있는 게 좋은 생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도교수 바꾸는 일도 쉽지는 않겠죠. 제가 관심있는 분야 교수님이 펀딩이 있으실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지금 RA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TA로 일하면서 현 지도교수님 grant를 받아 쓴 것도 아닌데 별 죄책감은 없습니다 (이게 문제인가요...) 랩이 적자인데, 지도교수가 프로젝트 펀딩 못 따 오면 저는 계속 TA 병행해야 하는데, TA + 수업 + 리서치 다 하려니 1년차인데 벌써 지칩니다. 제 능력 부족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게 또 바꿀까 생각해 보니 지도교수 입장에서는 학생이 저밖에 안 남은 건데 저를 쉽게 놓아주려 할 것 같지 않습니다. 다른 프로젝트 받으면 혹시 제가 좀 더 잘 일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서로 붙들고 있으면 제가 관심없는 일을 5년간 버티면서 살아가야 하는 건가, 도대체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해야 하는 건가, 다른 교수님들과 얘기했다가 지도교수님 귀에 들어가면 어떡하나... 정말 매일매일 고민에 스트레스에 힘들어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해커스 분들께 조언을 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