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주제 때문에 최근 고민이 많아서... 연구생활 자체가 싫어지네요.
지금 저희 랩에는 저와, 저와 같은 학년인 다른 친구 한 명이 있어요. 처음 프로그램 시작했을 때 교수님이 저희 둘에게 임의로 일할 프로젝트를 지정해 주셨는데 처음에는 둘 다 큰 생각 없이 진행을 했는데, 1년 이상 지난 지금에 와서야 제 눈에 차이가 보이네요...
제 친구 프로젝트는 이미 개발되고 검증된 methodology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연구에요. 이를테면 '더하기'라는 방법을 알고, 기존에 1+1 = 2, 3+4 = 7... 등의 연구 결과들이 있는데, 이 친구는 지금 2+3 = ? 이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는 연구에요.
반면 제 프로젝트는 새로운 methodology를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거여서, 이 새로운 방법으로 얻은 실험 결과를 기존 방법으로 얻은 결과와 대조하여 새로운 방법을 검증하도록 설계된 프로젝트에요. 기존의 '더하기'와는 다른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이를테면 제가 #라는 연산을 개발하여, '더하기'로 검증된 1+1 = 2, 3+4 = 7... 을 1#1 = 2, 3#4 = 7, ...임을 보여야 하는 거죠. 이 #이라는 연산만 먹혔으면 정말 간단히 끝났을 프로젝트인데, 이 방법에 inherent한 문제가 있는 듯해요 ㅠㅠ (이론적으로는 성립하는 방법이지만 실제로 적용하면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error, noise 등의 문제점들이에요). 1#1 = 3, 3#4 = 10 이런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할 수 있나... 계속해서 다른 방법들을 통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데, 너무 지쳐요. #이라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아무리 완벽해도 실제 상황에서 적용되지 못할 문제점들이 있는 건지, #이란 방법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기는 한 건지...
친구는 저랑 똑같이 시작했는데 티칭 경험 쌓겠다고 TA도 저보다 몇 학기 더 해서 랩에서 보낸 시간도 저보다 적은데 벌써 실험 결과 가지고 석사 디펜스 하네요. 이 친구 연구 결과가 2+3 = 4, 5, 6, 무엇이건간에 publish 되면 다른 연구자들이 또 다른 결과를 내면서 과학적으로 옳은지 아닌지 언젠가는 결정이 되겠죠. 반면 저는 1#1 = 3이면 #의 당위성 자체를 증명할 수가 없고요, 굳이 #이란 방법을 사용해 분명히 틀린 결과를 내놓는 게 학문적/과학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는지.... 처음에는 분명 #이 + 보다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을 사용할 수 있을까 검증하려 시작한 연구였죠. 지금은 왜 # 가지고 제가 몇 년을 씨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제 연구자로서의 자세가 틀린 건지도 몰라요. 다들 +로 연구할 때 #을 시도해 본 사람들이 있었기에 과학이, 제 연구 분야가 이만큼 진보한 거겠죠. 하지만 저랑 같이 입학한 친구들 다 2학년 말에 석사 디펜스 하고 conference 참여하고 하는데... 저 혼자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요. 학생 비자 기간은 제한적이고, 졸업은 제 시간에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랑 씨름하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도교수님은 #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이에요. 본인이 #에 관련된 분야에서는 굉장히 많은 일을 하셨기 때문에 #에 집착한다 싶을 정도로 지침없이 #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가십니다. 본받을 자세겠죠. 그런데 저는 지쳐요. #만 생각하면 지긋지긋해요. #도 싫고, #에 열중하는 교수도 싫고, 그냥 연구 자체가 다 싫어집니다.
주변에 이런 얘기 편하게 할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여기에 넋두리처럼 적어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