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일이 다 생기는군요.
다들 마피아 게임 아시죠?
여러 명이 둘러 앉아, 사회자가 다른 나머지 사람들은 모르게 마피아를 지명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시민이 되는거죠.
사람이 많을 때는 마피아가 여러명이 될 수 있지만 보통 한 명으로 지명할 때도 있습니다.
시민들은 힘을 모아 마피아를 잡아야 합니다.
마피아는 자신이 시민인 척 하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에는 낮과 밤이 있습니다. 낮에 판이 진행되면서 의견이 모아지면,
한 명의 용의자가 지목되고 공개투표로 지명된 사람을 죽일지 말지 정합니다.
죽이자고 결정이 되면, 다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사회자가 말해줍니다.
지목된 사람이 마피아라면 게임이 끝나고, 무고한 시민이라면, 시민이 죽었다고 하고,
진짜 마피아에게 시민 한 명을 죽일 권한을 줍니다.
그리고 다시 날이 밝아 낮에 계속해서 판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죽고, 죽이는 게임이죠.
서론이 길었네요.
신입생 새터를 갔습니다. 저는 2학년 선배로 참여했구요.
밤에 한 방에 모여 여러가지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 새내기들. 선배 몇 명.
우리는 갖가지 게임을 합니다.
야너임마, 쥐를 잡자, 지하철지하철, 삼육구 등 세상의 모든 게임을 해나갑니다.
새벽 2-3시 쯤 되면, 술에 나가 떨어져 자는 사람을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끼리 보통 마피아 게임을 합니다.
우리는 아홉명, 가끔 열명씩 마피아 게임을 했습니다. 담배피러 나가는 사람,
이 시간에 여친한테 전화하는 사람등 변동인원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게임을 하다, 나는 마피아로 지목되어 죽었습니다. 억울한 시민이였는데.. 하..
저는 화장실-콘도 각 방 안에 있는 화장실을 생각하면 됩니다-에 갔습니다.
급똥이 마려웠던 거죠.
변기 뚜껑이 닫혀 있어 열어보니,
헐.
덩이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술이 올라 있었지만 그 순간 내 머리칼이 모두 서는 느낌입니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것이 아니였습니다.
변기 한가득 채워져 있던 그 덩.
직감했습니다.
이건 물 내려도 안내려간다... 그래도 내려봤습니다.
아 놔 역시 그대로입니다.
네 까짓게 해볼테면 해봐. 그 놈은 장판교를 지키는 장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별의 별 상상을 해봤습니다. 혹시 합작품이 아닐까. 한이 많은 아이가 여기다 한풀이를 했나..
멍해있던 저는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을 나왔습니다.
방 안은 웃음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방금 마피아가 승리해서 다들 깔깔 거리며 재미있어 하더군요.
정말 니가 마피아일지는 몰랐다, 어떻게 그리 감쪽같이 속일수 있느냐.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기괴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난 세상의 끝을 보고 왔는데, 이들은 이리 즐겁구나.
난 사실 들어갔다 물만 내려보고 나왔던 겁니다.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보면
시간이 정지하는 것처럼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내 머리속에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갔었던거죠. 주마등처럼.
그리고 애들한테 이 사실을 얘기해줬습니다.
설마, 하던 사람들은 직접 보지 않으면 못믿겠다며 하나 둘씩 확인하러 갑니다.
다들 귀신을 보고 나오는 표정입니다.
이건 뭔가.. 범법행위는 아니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작년 새터 때 남들이 자는 동안 벽에 똥칠 한 놈이 있었긴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아마 우리의 새터-새로배움터, 신입생들이
2박3일간 과별로 합숙하며 노는것-는 저주를 받은 것 같습니다.
똥으로.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혼을 실은 리얼 마피아게임을 진행합니다.
사실 진행자가 마피아를 정해놓고 시작하지 않는, 리얼 똥쟁이만 자신이 범인인 줄 알기 때문에,
증거가 없으면 마피아를 잡을 수 없는 게임입니다.
그래도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이용한 놈이 누구냐. 저정도 크기는 키는 여자들은 해낼 수 없다. 마른 놈이 더 실하게 싸지른다.
그래도 괜찮은 대학에 들어왔다라고 생각하는 머리 큰 놈들 머리에서 별 실없는 얘기들이 다 나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합리적인-사실 대단히 주관적이고 감정이 실린 채-추론 과정을 거쳐 용의자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결국 한 명이 지목됩니다.
우리는 모두 합심하여 그 사람을 죽여버립니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폐해가 드러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우리는 사실, 그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죄없는 시민은 똥쟁이가 되었습니다.
새터가 끝나고, 과 익명게시판에 누군가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은 이랬습니다.
'진짜 똥쟁이는 나다.'
내용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