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학교 석사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2년 과정이다.
한국 석사도 기본 2년 과정이지만 북경대 석사랑 한국 석사가 조금 다른점이 있다.
한국 석사가 중국 석사에 비해 수업스케쥴을 짜는 데 있어 좀더 자율성이 있다는 점?ㅎㅎ
한국석사는 보통 한학기에 3-4개정도의 수업을 3학기에 걸쳐 듣고 마지막 학기에는 졸업논문을 쓴다.
필요에 따라 마지막 학기까지 수업을 듣기도 하고, 졸업논문을 위해 앞의 두학기에 수업을 다 몰아듣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 석사의 경우, 이러한 선택권이 없다..또르르...ㅠㅠ
중국은 무조건 첫 1년 내에 코스웍을 마무리해야하고 다음 1년동안은 졸업논문에만 집중해야 한다.
더 완성도 있는 논문을 위한 것이라지만 11개의 석사 수업을 두학기에 몰아듣는다는 것은..
거의 학부때와 맞먹는(아니 학부때보다 더 빡쎈) 수업 스케쥴이다..ㅠㅠ
다음은 북경대학교 국제정치학과 석사1년차 때 내가 들었던 수업 목록이다.
<1학기>
중국개황(中国概况) - 팀티칭
문학, 과학기술, 철학 등 중국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접해볼 수 있는 수업.(중국 소개 느낌)
해외 유학생들이랑 홍콩,마카오,대만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다.
P/NP 수업인데다 박사생들까지 같이 듣는 대형수업이라 열심히 듣는 사람은 별로 없었음.
학기말에 강의했던 주제 중 하나를 골라 페이퍼 제출하면 끝.
국제정치학이론(国际政治学理论) - 王逸舟교수님
이상주의,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조주의 등등 각종 국제정치학 관련 이론과 역사를 다루는 수업이다.
학부수업이 아닌 석사 수업이다보니 각 이론들을 "소개"하기 보다는 "분석"하고 "평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론적 기초가 전혀 없었던 나로서는 이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는 한편, 스스로 공부해가야할 게 많아 어렵기도 했음.
나처럼 국제정치학 쪽에 이론적 기초가 없다면 한국어 이론서를 하나 준비해가면 좋을듯하다.
나도 학기 중간부터는 가족들에게 한국에서 출판된 이론서를 택배로 보내달라고 해서 참고하며 공부했다.
국제정치학, 국제관계학, 외교학으로 입학한 학생이라면 꼭 들어야 하는 전공필수 수업이라 학생수는 많았지만
3개의 小班으로 나뉘어 각 반 조교의 주도하에 토론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수업은 총3교시인데 앞2교시동안은 小班끼리 토론, 발표수업을 하고
마지막 1교시동안 3반이 다같이 모여 각반에서 토론,발표한 내용들을 공유한다.
참고로 이 과목은 전체 통틀어 가장 빡센 과목으로 악명이 높다.
첫학기가 엄청 바쁘다고 느껴진다면 그 이유중 8할은 이 수업에 있다고 보면 됨.ㅋㅋ
일단 매주 교과서 한 챕터씩을 읽은 후 요약, 느낀점, 토론꼭지들을 적어 제출해야 했고 중간중간 2-3번의 개인발표가 따로 있었다.
8000자 이상의 (이것저것 요구사항 굉장히 많은)기말페이퍼도 있음.
동북아지역연구(东北亚地区研究) - 梁云祥교수님
동북아 지역 내 여러 이슈들에 대한 발표&토론이 이루어지는 수업.
개인적으로 이 수업은 한국인 유학생이라면 꼭 들어봐야 할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북경대에서 공부하는 중국학생들이 동북아정세와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들을 수 있음.
교수님께서 중국 공산당에 굉장히 비판적이신 분이시라 듣다보면 깜짝깜짝 놀람.
중국에도 이런 생각을 이렇게 거침없이 내뱉는 분이 계시는구나 싶다가도 이러다가 잡혀가시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 정도다.
교수님께서 주차별로 대주제를 주시는데 그 대주제의 범위 내에서 본인이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 2번의 발표를 진행하면 된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어떤 주제를 들고 오느냐에 따라 토론의 방향도 매번 달라진다.
학기말엔 역시 기말페이퍼가 있음.
국제충돌과 위기관리(国际冲突和危机管理) - 初晓波교수님
큼직하게 일어났던 나라 간의 갈등들을 위기관리 이론으로 분석하는 법을 배우는 수업.
위기관리 이론이라는게 너무 생소했고 개인적으로 따라가기 제일 어려운 수업이었뜸..ㅠㅠ
그리고 학기중간에는 영어논문 한편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말도안되는 숙제가 하나있다.
중국애들이야 모국어로 번역하는거니 할만하겠지만 한국인 유학생인 나로서는 정말 어려운 과제였음...
꿈속에서도 그 숙제를 하고있을 정도였으니....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점수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 과제였던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본인이 번역한 그 논문내용을 가지고 발표를 한번 진행한다.
기말페이퍼로는 국제적 갈등사건을 하나 선정한 후
"미국 기밀자료"를 활용해 전모를 파악하고 위기관리 이론을 대입해 분석하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잘 몰르겠어서.. 그냥 최대한 하는데까지 써서 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남아지역연구(东南亚地区研究) - 韦民교수님
동남아시아에 대해 정말 1도 몰랐었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이슈에 대해 많이 익숙해질 수 있었음.
수업인원을 6명으로 제한해놓은 소규모 수업.
소규모 수업이라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만큼 교수님, 친구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음ㅎㅎ
매 수업때마다 교수님께서 차를 사주시는데 교수님과 차마시면서 수다떠는? 느낌의 편안한 수업분위기다.
교수님께서는 겉으로만 보면 매우 까칠해보이시는데 사실은 아주 따뜻한 분이시다:)
학기중 발표를1번씩 진행하는데, 발표를 하고 나면 교수님과 친구들이 내 발표주제에 대해 열심히 피드백을 해준다.
그럼 그 피드백들을 활용해서 기말페이퍼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2학기>
정치학이론연구(政治学理论研究) - 节大磊교수님
이 수업은 세분의 교수님께서 매년 번갈아가면서 가르치신다고 들었다. 그래서 아마 매년 수업방식이 다를거다.
내가 들었던 해의 교수님은 미국에서 유학하다 오신 젊은 교수님.
인상은 정말 좋으신데.. 수업은 정말 노잼이다....ㅎㅎ
뭐랄까.. 굉장히 많은 내용들을 충분한 설명없이 그냥 넘어가시는 느낌이었다.
박사생들도 함께 듣는 필수수업이라 수강인원은 엄청 많은데, 이중에 수업을 듣고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싶은....
민주화이론, 국가형성, 선거제도, 제도주의 등등 다루는 분야는 넓고 다양했던거 같은데.. 뭘 배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하핳
학기중엔 10여명의 학생들이랑 조를 이뤄 책 한권의 내용에 대해 발표해야함.
조의 인원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프리라이더도 생겨나더라는..(부들부들..욕욕욕...)
그리고 유일하게 필기시험이 있었던 수업. 시험문제는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셨음.
사회과학방법론 연구(社会科学方法论研究) - 潘维교수님
사회과학 논문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배우는 수업. 이것도 박사생들이랑 같이 듣는 필수수업이라 수강인원이 많았음.
한사람당 5분씩 다른사람들이 쓴 석박사 학위논문의 논문구조, 장단점 등에 대해 발표를 해야한다.
이렇게 발표준비 한번 하고,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는거 몇십번씩 듣다보면
논문이란 대충 이렇게 쓰는거구나 감은 잡히는것 같다.
학기말엔 페이퍼 대신 논문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했었다.
당대중국외교 연구(当代中国外交研究) - 贾庆国교수님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북경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이신 贾庆国교수님의 수업..!
기대가 컸는데 생각보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신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할수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중국이라면 더더욱!
학기중에 4명씩 조를 이뤄 2번을 발표하는데, 발표할때마다 학생들의 의견을 주의깊게 듣고 존중해주시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워낙 바쁘셔서 3번인가 휴강을 했는데... 너무 좋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기말엔 역시나 기말페이퍼가 있음.
전후 중일관계 연구(战后中日关系研究) - 李寒梅교수님
이 수업은 국제관계사(史) 수업임.
중일관계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느낌보다는 중일관계의 역사를 잘 정리해 함께 훑어보는 느낌이었다.
교수님께서 학부때 역사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나는 오히려 더 좋았음. 일단 수업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좋았고
한국에서는 한중관계나 한일관계를 다룰 수 있는 기회는 많아도 중일관계를 이렇게 제대로 훑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이쪽 분야를 공부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음.
학기중엔 발표가 한번 있고 학기말엔 페이퍼가 하나있다.
중동 정치, 경제, 사회 연구(中东政治,经济和社会研究) - 王锁劳교수님
동남아지역과 마찬가지로 중동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1도 없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수업내용이 매번 새롭고 재밌었음.
그런데 너무 아는게 없으면 발표와 기말페이퍼를 준비할때 상당히 난감하다...ㅋㅋㅋ
한사람당 한번씩 발표를 해야하는데 내차례가 되었을때 교수님께 아는게없어서 뭘 발표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발표주제를 하나 추천해주셨다. 그 주제로 무사히 발표를 마치고 기말페이퍼까지 그걸로 썼다...하하핳
교수님께서는 학문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분이라 개인적으로 매우 리스펙하는 분이었음.
영문과정 수업도 맡고 계신데, 영문과정쪽에서도 매우 평이 좋으신 교수님이시다.
추가로 교수님이 수업 중간중간 들려주시는 이집트 유학생활 스토리는 정말 잼이남.
세계화와 동아시아(全球化与东亚) - 韦民교수님
1학기때 들었던 동남아지역연구 교수님과 같은 교수님.
수업방식과 수업분위기는 1학기때와 비슷했다. 역시나 6,7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수업에, 차마시며 수다떠는 느낌의 편안한 분위기.
동아시아와 관련된 주제면 무엇이든 토론주제가 되었기 때문에 1학기 동남아 수업에 비해 할수 있는 말이 훨씬 많았음.
역시나 발표 1번, 발표주제 발전시킨 내용으로 쓰는 페이퍼 1편.
내 주제에 대해 여러사람들이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서 피드백을 주니까 페이퍼 쓸때 훠어얼씬 수월하고 좋았다.
웨이민 선생님 수업은 1년동안 여러가지로 나에게 많은걸 남겨준 수업이다.